송구영신
송구영신
  • 임보경
  • 승인 2015.12.2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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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장 남은 달력에 마지막 주에 이르고 보니 어린 추억 속에 새해는 항상 가슴 설리이고 희망적으로 야무진 꿈과 소원을 떠오르는 해에 빌어보았던 역사가 있었다.

 전주의 신시가지를 지나다 보니 잊었던 그 시절의 따스한 추억이 상대적으로 비교된다.

 휘황찬란한 불빛과 조명 속에 서울의 어느 유명거리를 방불케 하는 미인들의 행진과 술에 취해 나부끼는 흐느적거리는 쓰레기들을 보면서 잠시 부끄러움이 내 시선을 피하게 한다.

 지는 해를 아쉬워한다 하여 송년 모임을 치르는 대한민국 사람들! 그들은 분명히 술에 빠져있었다. 무엇을 그리 아쉬워하고 무엇이 그들을 힘들게 하였는가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그들의 잘못된 송년모임의 문화적 인식의 차이도 있겠지만 분명 한 해를 살아가는 동안 많은 것이 그들의 발목을 가슴을 잡고 흔들었을 세상살이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복지국가의 허울적 혜택으로 줄이은 세금 인상, 멈출 줄 모르는 집값 인상, 그리고 한 가문의 안위와 욕심의 강행군을 열심히 추진하고 있는 정부, 게다가 역사교과서까지 국정화로 시행한다고 선포한 혼란 속에 우리는 무엇을 위해 술잔을 들이키며 무엇을 소원해야 하는가를 생각한다. 송구영신이란 고사성어는 여러분이 잘 아는 바와 같이 구시대(옛것)를 보내고 새 시대(새해)를 맞이한다는 뜻이다. 과거를 거울삼아 미래를 지향하는 새해에 온 기운을 싣고 싶음이라 본다. 2015년 12월 31일에서 2016년 1월 1일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우리는 제야의 종소리를 상징하는 보신각의 울림을 들으며 올해에도 내년에도 아쉬워하며 소망할 것이다. 요즘 대한민국의 사람들은 새해의 소망이 무어냐고 물어보니 굉장히 큰 것도 아닌 아픔이 없는 새해가 되었으면 한다고 한다. 광화문의 민중의 목소리 시위장면에서부터 많은 이들이 다쳐가며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해왔었다. 그러고 보니 조용할 날이 없었던 몇 년간의 혼란과 눈물 속에 우리는 복지의 나라 민주주의의 나라를 추구해야함이 마땅하나 서로 상처주고 서로 자신의 이익에 눈이 멀어 주변을 인식 못 한 탓에 싸우지 않는 새해가 되길 소망한 것이다. 올해를 보내며 우리는 그들에게 죄를 물을 것이다. 죄목은 “우리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은 죄”이다. 우리에게 다시 죄를 묻는다면 “그들을 깨우치지 못한 죄”일 것이다. 이러한 죄목으로 우리는 송년모임을 각자의 목소리와 각자의 가슴앓이를 대변해 왔던 것이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의 혼란한 시대속에 죽림칠현이 등장한다. 물론 이때 많은 사상가들 또한 이 시대를 대표하는 상징물이기도 하다. 많은 선비들이 숲으로 들어가 현실세계를 등지고 살아야만 했는가를 우리 현대인들과 다를 바가 없다고 본다. 그 당시의 사회상은 퇴폐에 이르고 권신들의 이권 다툼과 그로 인해 죄없는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어야 했기에 선비들은 산림으로 몸을 피해 은둔생활을 하게 되면서 세상일을 경시하였고 액운을 피하기위해 산림에서 살아가야만 했던 혜강, 완적, 산도, 향수, 유령, 완함, 왕융 등의 죽림칠현을 우리는 알 수 있다. 그 외의 많은 사상가들의 등장과 시인들 또한 그 시대에 그들이 의지할 무언가의 필요성을 느끼며 살아가야 했음을 그중 유령의 술사랑 하는 법이 인상적이다. 술을 너무나도 사랑한 그는 항시 하인과 길을 떠날 때면 술과 삽을 준비해 술을 마시다가 자신이 죽게 되면 그 자리에 자신의 무덤을 만들어달라는 일화가 있으며 술마시는 남편을 말리기 위해 유령의 아내가 청하자 술과 안주를 준비하게 하여 신전앞에서 맹세하고자 술을 마시다 그만 취해 더 이상 술을 금하라는 말을 못했다는 그 아내의 이야기가 있다. 그 당시 술은 기만에 찬 사회에 반항의 수단이었고 현실도피적인 도구로써 이용되었다. 유령의 술에 대한 생각이 이같음을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다. 현재의 혼란을 송구시대에 비유했음이요 그 시대가 잘 마무리되어 떠나보내고픈 마음과 아쉬움의 마음으로 은둔생활 속에서 그들의 목소리의 표현방식을 술에 의존하면서 새로운 시대 영신을 맞이할 준비를 그리 조용히 보내야 했음을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2016년은 병신년의 해라고 한다. 발음상 좀 부담스런 표현이지만 새해에는 원숭이의 해라고 하여 기획력이 아주 뛰어나고 판단력과 행동력 그리고 사고력이 매우 뛰어나서 활발하고 사교적인 긍정적인 기운의 뜻을 품고 있어 새해의 소망을 옛 역사 속의 순수한 마음처럼 빌어보고 싶다. 하지만 자신의 재주를 너무 믿어 나무에서 떨어지는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는 점도 고려하여 올해의 마무리를 겸손하게 보냈으면 한다. 우리 현대인들 또한 현실도피적인 수단으로 술에 그 몸을 기대곤 한다. 평소에 못다한 말과 평상시 바라고 부탁과 염원을 송년 모임에 띄워본다. 건강한 나라에서 건강한 한 몸으로 사람답게 어우러져 살고자 하는 간절함을 송구영신에 담아본다.

 임보경<역사문화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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