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마지막 카렌다
12월의 마지막 카렌다
  • 김철규
  • 승인 2015.12.28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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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렌다는 오늘도 천 짐 만짐 짊어지고 수평선고개를 넘어간다. 365일 어느 하루 쉬는 날 없이 희비쌍곡선을 안으며 말없이 꾸러미역사를 만들어 낸다. 인류의 진화에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아니, 인류의 존재와 함께 묵묵히 역사그림을 그리고 있다.

 형용할 수 없을 만큼의 무거운 짐들을 다 챙기는 카렌다는 인류의 힘으로는 감당 못하는 자연이라는 무기로 막아내며 영원불멸의 역사를 생성시키고 있다. 그러나 카렌다는 인간의 영욕을 안아주는 일기장에 자유와 평등과 정의라는 인간 최고의 가치가 멍들어가는 모습에는 더없는 슬픔의 짐이 가장 무거웠다.

 나는 요즘 12월의 하루하루를 수평선고개로 덧없이 넘어가는 카렌다를 본다. 2015년에는 얼마나 무겁고 견디기 힘든 한 많은 역사의 짐을 지고 끙끙대는 카렌다의 모습이 처량하게만 보인다.

 실체적 존재만을 가능케 해주는 카렌다는 우주의 삼라만상과 인류의 무한한 두뇌까지도 실증시켜주는 자연의 무리들은 0.00001을 넘어서 까지도 기록으로 남겨주는 기록문화를 창조시켰다.

 예컨대 이것이 역사다. 그래서 기록문화는 인간이 역사를 되돌아보도록 하는 지혜를 주고 있다. 이를 비켜나려하거나 비켜가는 인간사회의 집단은 멸망에 이를 것이라는 교훈이 주어지고 있다. 멀리가지 말고 가까이에서 정중한 마음으로, 그리고 경건한 자세로 한반도 남단에서는 어떤 일들의 무거운 짐을 카렌다에게 안겨주었는가를….

 아무렴 “감추고 속이고 넘어가면 된 다”는 구부러진 자세로는 이 역사의 짐을 막을 수가 없는 일이다. 막아지지도 않는 것이다. 이는 역사의 교훈이 남긴 무기이다. 어제도 오늘도 예견되는 내일도 불안과 초조와 복 받히는 가슴 아리는 금세 카렌다의 역사 속으로 묻힐 것 만 같다.

 어쩌면 그렇게도 무도한 짓거리들을 일삼는지. 우선 정치판을 보자. 내가 가장 잘난 사람, 나 아니면 안 된다, 이 나라 일꾼은 나 뿐이다. 우리세력이 커나가야 한자리 꿰찬다, 소통과 불통의 차이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든 그 결과는 문제가 아니고 내 주장과 내 마음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은 필요 없다는 지극한 이기주의 발로. 국민들은 여야를 포함하여 이제 그만 좀 하라는 것이다.

 최고 정상부터 지도자급 정치인 모두들. 그 뿐인가. 물대포를 맞아 죽음에 이르는 것은 불법집단시위를 하다가 맞은 것이기 때문에 당국은 상관없다는 태도. 역사왜곡의 가능성에 대한 의견이나 집단행동은 메아리 없는 반국민적 행동으로 취급당하는 현실. 이제 농민들의 “농사 못 짓겠다”는 집단적 행동도 해가 서산 넘어가는 정도의 취급이다.

 정치는 생활이다. 따라서 생활은 곧 정치다. 정치 속에서 일상생활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금 며칠 남겨둔 연말 안에 법안 몇 개를 필사적으로 통과시켜야만 나라가 잘될 것이라는 청와대와 그의 시녀노릇을 하는 새누리당의 양보 없는 협상태도에 맞서는 새정치연합의 진정한 국민을 위한 협상을 꾀하면서도 환영을 못 받는 입장이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그런 와중에 당을 튕겨나가는 일부국회의원들의 모습은 집권욕에 불타는 사람을 중심한 줄서기 사람들을 규합하는 꼴은 분당도 불사하며 한자리 꿰차려는 작태는 정권교체의 목적이 아니라 국회의원 몇 석 얻어 원내교섭단체라도 만들어 큰소리 쳐보자는 속셈이 그대로 노출된 상황이 아닌가 싶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야권은 너나없이 똘똘 뭉쳐 내년 총선에 野大與小를 만들어 내는 게 지상목표가 돼야 야권이 살아나며 국민으로부터 대선의 승리를 예약 받을 수 있다. 이것만이 나라도 국민도 안정된 자기모습을 찾으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정치인들은 직시해야 한다.

 이루다 헤아릴 수 없는 현실이고 보면 물동이에 물이가득한데도 계속 부으면 넘치기 마련이다. 먹지도 못하면서 버려지는 욕심은 역사의 준엄한 심판대에 오르기 마련이다. 이것이 역사의 순리요 카렌다가 가져다주는 자유와 평화와 정의의 사도라는 교훈이다.

 2015년 12월을 가리키는 카렌다여! 이해도 다 가는데…

 하필 오늘은 눈비가 섞여 내리고 있어 어쩌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나는 오늘도 비참한 카렌다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며 카렌다에 새겨진 잘못된 역사의 주범들은 오늘밤도 편히 잠자리에 들었는지가 궁금하다. 오늘은 하루 종일 카렌다의 슬픈 눈물인지, 아니면 개전의 정을 주려는 깊은 뜻이 담겨진 세척용 눈물인지, 내 마음에 쌍곡선을 그리는 것인지.

 
/김철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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