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에서 7개월째 칩거하며 씨감자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머물고 있는 복흥면 답동마을 ‘복흥산방’(福興山房)에 지지자뿐만 아니라 정치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정 전 장관에게 복당을 제의했다가 거절당한 후 같은 당 소속이자 정 전 장관의 고등학교 동창인 송하진 지사가 성탄절인 25일 정 전 장관을 방문해 그 배경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송 지사는 이날 오전 정 전 장관이 머물고 있는 순창군 복흥면 답동마을 방문해 정 전 의원과 오찬을 함께 한 뒤 함께 씨감자를 연구하는 식생원을 둘러봤다.
송하진 지사는 이날 “올해가 다 가기 전에 순창에 머물고 있는 정 전 전 장관을 친구 자격으로 만났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정치적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송 지사가 이날 찾은 정 전 장관과는 전주고등학교 48회 동창이다.
송하진 지사는 27일 본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정 전 장관을 만난 것과 관련해 “어려움에 처해 있는 친구에게 힘이 되어주기 위해 순창을 방문했다”며 “현재 누구를 편들고 할 수 있는 정치적인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정치적인 이야기는 단 한마디로 꺼내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송 지사는 이어 문재인 대표가 정 전 장관에게 제안했던 ‘복당’과 관련해 방문했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정 전 장관과 3시시간 동안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었으나 정치적인 발언이나 도정현안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제하며 “제가 방문한 시기가 문재인 대표가 순창을 찾은 시점과 비슷해 오해를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또 송 지사에 이어 정 전 장관의 고등학교 후배인 이상직 의원(새정치민주연합·전주 완산을)이 방문해 1시간여 동안 대화를 가졌다.
이상직 의원은 이날 “순창에 내려와 7개월째 생활하고 있는 선배를 찾은 것은 후배로서 당연한 일이다”며 “현재 정치적인 문제보다 저와 정 전 장관이 그동안 펼쳐왔던 의정 활동 등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날 정 전 장관에게 목도리를 선물했다.
이같이 정 전 장관이 머물고 있는 복흥산방과 씨 감자 연구소에는 송하진 지사를 비롯해 문재인 대표,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유성엽 의원(정읍), 신당창당에 나선 천정배·박주선 의원 등 거물 급 정치인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정동영 전 장관의 고민이 점차 깊어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신당파의 구애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정 전 장관의 주가가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는 등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현 야권분열 상황이 차기 대선에서 오직 정권교체에만 정치적 목표를 두고 있는 정 장관의 정치적 선택을 어렵게 하고 있다.
정치권은 따라서 정 전 장관이 차기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되고 자신의 정치적 자산인 진보 정치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정치적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전북 순창에서 칩거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정 전 장관은 이미 내년 총선의 변수가 아닌 상수다.
특히 보수와 진보·중도 등 과거 지역대결 구도에서 이념 대결 성격으로 바뀌는 총선 지형이 신당 정국에서 정 전 장관의 역할을 확대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 전 장관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여야 총선 결과와 함께 총선 후 야권 구도도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새정치연합 소속 모 의원은 “우리나라는 보수 40%, 중도 30%, 진보 30% 성향을 갖고 있다”라며 “특히 야권 지지층은 지역적으로 호남, 이념적으로 진보”라고 말했다.
현재 분당 위기를 겪는 새정치연합이 정 전 장관의 복당에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도 내년 총선에서 진보, 호남 유권자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총선 패배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경섭 기자, 전형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