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지진재해에 대한 대비를 시작해야
우리도 지진재해에 대한 대비를 시작해야
  • 김현수
  • 승인 2015.12.24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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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2일 새벽 익산 지역에서 진도 3.9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은 올해 관측된 지진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도민들의 새벽잠을 설치게 했을 뿐만 아니라, 과연 우리나라가 지진으로부터 안전한지 그리고 정말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우리는 이에 대해 얼마나 대비가 되어 있는지 걱정하게 하였다.

지진은 지구의 표면, 즉 지각이 판 (plate)이라고 불리는 조각으로 나누어져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충돌하거나 마찰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압력이 한꺼번에 방출되면서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지하에서 지진이 일어나는 지점을 진원, 진원 지표상의 위치를 진앙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판과 판 사이의 경계부에 있는 국가들이 특히 지진에 취약한 지점이다.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경우 태풍, 홍수, 가뭄과 같은 다른 자연재해에 비해 더 큰 규모의 피해가 발생한다. 유라시아판과 인도판 경계에 있는 네팔에서 올해 4월에 발생한 규모 7.8의 고르카 지진의 경우 50만명 이상의 사상자와 49만 채의 가옥붕괴, 그리고 주요 국가 기간시설물들이 파괴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유라시아 판 내부에 있는 한반도는 네발, 일본과 같은 판 경계부에 있는 국가에 비해 큰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강진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역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1978년 기상청에서 공식적으로 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후 1978년 규모 5.0의 홍성지진, 1996년 규모 4.5의 영월지진, 2007년 규모 4.8의 오대산지진 등 규모가 큰 지진들이 한반도 내륙에서 발생했을 뿐 아니라, 역사 문헌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보다 훨씬 큰 규모로 추정되는 지진들이 발생했었다는 기록이 있어 완전한 안전지대라 확정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지진을 살펴보면 남한지역이 북한지역보다 더 많은 지진이 발생했던 것으로 보이며, 역사시대의 수도였던 서울, 평양, 경주 등과 같이 인구가 많은 지역에 더 많은 진앙이 분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당시 수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인구밀도가 높고 비교적 정확하게 정보가 수집되었기 때문에 역사서 기록을 바탕으로 결정된 진앙이 많이 분포한다고 해서 그 지역에서 지진이 더 자주 발생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 역사시대의 지진 분포는 인구밀도와 정보 전달 및 기록의 정확도 등에 대한 오차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큰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는 진도 5 이상 지진의 진앙분포를 살펴보면 충청이남 지역과 평안도 서부지역에 많이 분포한다.

특히 역사지진 기록에서 주목할 점은 인명피해가 발생하거나 성이 무너지고 지면이 갈라지는 등의 큰 피해를 발생시킬 정도의 강진에 대한 기록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 중 삼국사기와 증보문헌비고에 따르면 많은 인명피해에 대한 보고가 있던 기록이 있다. 서기 779년 신라 혜공왕 15년 3월에 발생한 지진에 대한 기록에 따르면 ‘경주에 지진이 있어 민가가 무너지고 죽은 자가 100여명이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지진에 대한 주목할 만한 특징은 다른 지진기록과 달리 상당한 인명피해에 대한 기록이 있다는 점이며, 당시 인구밀도가 높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강진이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또 다른 흥미로운 기록은 지진 해일에 대한 기록이다. ‘조선왕조실록’의 1643년 7월 24일의 기록에 의하면 ‘울산에서 땅이 갈라지고 물이 솟구쳐 나왔으며 바다 가운데 큰 파도가 육지로 1, 2보 나왔다가 되돌아 들어가는 것 같았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는 지진이 발생한 장소가 울산 앞바다였음을 시사하며 또한 지진 해일을 동반했을 수 있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는 최근에 한반도 지진 대비에 있어 지진 해일에 대한 대비가 필요함을 나타낸다는 측면에서 시사점이 있다.

이와 같이 현재의 관측자료나 역사문헌의 기록은 우리나라도 자주는 아니지만 큰 규모의 지진의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지시한다. 지진의 발생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지진 발생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것이다. 건축물과 공공시설의 내진설계 여부를 파악하고, 신규구조물의 건축 시 내진설계 의무화를 비롯해 대규모 지진발생시 대응체계를 미리 구축해 둘 필요가 있다. 재난상황을 지나치게 과장되게 예측하여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할 필요는 없지만, 여러 기록이 지진 발생 가능성을 지시하고 있음에도 대비를 소홀히 하여 피해를 키우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김현수<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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