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결산] ④시각예술
[문화계 결산] ④시각예술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5.12.2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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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올 한해 시각예술 분야를 돌아본 지역문화예술인들이 남긴 이야기다. 올해 전북 미술계는 유독 안타까운 일들이 많았다. 본격적으로 새 수장 체제에 돌입한 전북도립미술관이 잇따라 선보인 기획전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았고, 오랜 역사를 지닌 미술공모전의 위상은 바닥에 추락하고 말았다. 죽는 순간까지도 붓을 놓지 않았던 하반영 원로화백과 독특한 작업 언어를 보여줬던 서희화 작가가 세상을 떠나 주위를 숙연케 만들었다. 이처럼 지역미술계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분위기였으나 청년작가를 중심으로 한 개개인의 활동은 빛났던 한 해로 평가된다.
 

 ▲전북도립미술관의 상흔, 소통의 물꼬 터야할 시점

 지역미술계에 올해 가장 뜨거운 이슈를 남긴 공간은 전북도립미술관이다. 장석원 관장의 철학을 담아낸 기획전들이 베일을 벗으면서, 새 수장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터져온 것. 그가 취임에서부터 주요 화두로 던졌던 ‘청년’과 ‘아시아’라는 키워드가 지역미술계의 공감을 얻기란 요원한 상태가 됐다.

 실제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까지 선보여졌던 특별전 ‘열정의 시대: 피카소부터 천경자까지’는 흥행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전임 관장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사업이라고는 하지만, 자신과 별개의 일로 치부해버린 터라 만족할만한 결과를 낳는 것은 사실상 무리였다.

 이어 선보인 ‘전북청년 2015’는 관장 홀로 독단적인 운영방식을 고수하면서 지역미술계의 싸늘한 시선을 받아야만 했다. 전시의 참여작가들에게는 생채기만 남게됐다. 핵심 기획전인 ‘아시아 현대미술전’은 기획자체가 진부했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특히나 방점을 찍었던 아시아와 지역미술간의 교류로서의 창구 역할이 부족했다는 평가까지 나오면서 ‘왜 아시아인가’에 대한 지역예술인들의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미술공모전’의 위상 추락 … 체질개선 절실

 역사 깊은 ‘전북미술대전’의 명예에 금이 가는 의혹들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큰 파문을 일으켰던 한 해다.
 (사)전북미술협회가 펼친 ‘제47회 전북미술대전’에서 심사과정의 불공정 문제가 제기되는가 하면, 공예부문의 대상 수상작의 중복출품 의혹까지 일면서 비난을 받은 것. 다행히도 전북미협은 초대작가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심사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밝히고, 적극적인 진화에 나서 상황은 일단락 됐다.

 전주미술협회가 개최한 ‘제11회 전국 온고을 미술대전’도 마찬가지인 상황. 전주미협의 집행부가 수년 동안 흔들리면서 급격히 하락한 공모전의 위상은 올해도 현상유지되는 모습이었다. 이에 따라 인맥과 나눠주기에 치우친 공모전을 바라보는 회의적인 시각이 극대화됐다. 이들 공모전이 과연 신예작가들의 등용문인지, 혹은 미술협회 회원들만의 안위와 결속을 위한 일회성 행사인지를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역미술인, 아쉬운 이별과 새로운 물결

 지난 1월, 국내 최고령 현역작가로 미술인에게 귀감이 되는 활동을 보여줬던 하반영 화백의 타계 소식은 비보였다. 해방 후 지역 화단에 서양화기법을 선도적으로 도입한 지역의 어른이었던 것. 마흔 한 살의 나이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서희화 작가의 이름도 잊을 수 없다. 과거사와 현대사에서 여성에게 부여되는 이슈와 담론들을 유쾌하고 익살맞게 풀어낸 작품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작가다.

 올해 두각을 나타낸 이름도 있다. 김성수 작가는 ‘제37회 중앙미술대전’선정 작가 10명에 선발돼 화제를 모았고, 이주리 작가는 ‘제15회 하정웅 청년작가 초대전’에 선정됐다. 이와 함께 이병로 작가는 ‘제21회 전라미술상’, 김성민 작가는 ‘제19회 전북위상작가상’, 서완호 작가는 ‘제5호 김치현청년미술상’을 수상했다. 이길명 작가 등은 서신갤러리와 함께 ‘KIAF 2015’‘AAF Singapore 2015’등에 참가하면서 컬렉터를 확보했다. 서신갤러리는 올해도 꾸준히 지역 작가들을 중앙과 세계무대에 소개하는데 분주한 한 해를 보냈다.

 이 밖에도 (사)전북미술협회가 주최하고 전북나우아트페스티벌집행위원회가 주관했던 ‘전북 나우아트페스티벌’은 올해는 지역의 청년작가들을 소개하는 무대로 주목받았다. 첫 선을 보인‘아트 레지던시 페스티벌 인 전북’도 전북을 중심에 둔 전국 규모의 관련 축제가 기획된 점에서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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