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은 과연 호남이었는가?
전북은 과연 호남이었는가?
  • 안 도
  • 승인 2015.12.2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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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대 대선을 사흘 앞둔 1992년 12월 부산 초원 복집에서 검찰, 경찰, 안기부, 재계를 망라한 부산지역 기관장들이 모여 당시 김영삼 민자당 후보를 지역감정을 이용해서 당선시키자고 “우리가 남이가” “영도다리에 빠져죽자”는 등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그런데 우리 전북도 선거 때만 되면 이웃한테 좋은 일을 많이 했다. 광주 전남 정치인들이 전북을 호남이란 이름으로 묶어 호남 몫으로 파이를 키운 뒤 이권은 자신들 몫으로 대부분을 챙겼다. 요즈음 야당의 정치 판도를 뒤흔드는 인물들 중 천정배, 박지원, 박주선, 주승용 권노갑, 한화갑 등 전남 광주 정치인은 회자하고 있지만, 전북 인물은 하나도 없다. 그리고 안철수 의원이 탈당한 다음 호남의 민심을 잡으러 광주는 가도 전주는 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광주만 잡으면 전주는 그저 따라올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결국, 우리 전북은 이렇게 지난 30년간 호남이란 이름으로 광주 전남과 묶여 들러리만 섰을 뿐 득보다는 실이 많았다. 예를 들면 당직 배분 때도 영향이 있는 자리는 저들이 차지하고 별로 영향이 없는 한직이나 맡았다. 재정도 마찬가지다. 김대중 정권 때인 2000년 초 국고보조금 증가율이 전남은 44%인데 비해 전북은 27%에 그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노무현 노대통령은 전북 방문 때 “선물을 주려온 것이 아니다”며 질문에 대한 답변 형식으로 현안사업에 대해 언급하더니 광주·전남에 가서는 수많은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그런데도 우리 전북의 정치인들은 선거 때만 되면 호남이라는 지역정서에 편승한 바람몰이 정치를 선택했다. 그 이유는 돈 많이 안 들이고 쉽게 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즉 공천권자에게만 잘 보이면 그만이고 유권자들은 안중에도 없다. 그러므로 선거 때는 납작 엎드려 조아리다가 당선만 되면 유권자들 위에서 군림한다.

그동안 우리 도민들은 지역정서에 갇혀 순진무구하게 살아왔다. 우리가 전심전력을 다하여 염원 속에 이루어낸 DJ와 노무현 정권 때도 호남에는 광주 전남만 있었지 전북은 없었다. 이런 마당에서 보수정권에게 장관 하나 없다고 푸념하는 것은 치기(稚氣)어린 욕심이다.

전남북을 아우르는 ‘호남(湖南)’이란 명칭이 사용된 역사는 고려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가가 편찬한 사서 중에서 호남이란 용어가 처음 등장하는 것은 『세종실록』에 기인한다. 호남은 ‘호수의 남쪽’이란 뜻인데. 이때 호수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지칭하는가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견해가 엇갈린다. 전북 김제의 벽골제(삼국시대부터 내려오는 국내 최대 규모의 저수지)라는 견해와 다른 하나는 호강(湖江)이라고도 불렸던 금강이라는 설이다. 하지만, 조선 후기 실학자 이긍익이 남긴 『연려실기술』을 기준으로 하면 호남의 ‘호’자는 벽골제를 가리킨다. 『연려실기술』 제16권 ‘지리전고’에 따르면 “벽골제호를 경계로 전라도를 호남으로 부르고, 충청도를 호서(湖西)로 부른다”고 하였다.

이제 우리 전북이 벽골제가 있는 호남의 중심에 서야 한다. 이제 우리 이제 전북도민들은 양반이랍시고 점잔만 뺄 때가 아니다. 호남의 중심에 서려면 첫째 우리 도민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국회의원, 도의원들의 1당 싹쓸이는 절대로 안 된다. 예전에는 말뚝에 깃발만 달면 말뚝이 당선되는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대상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지방 의회에 가서 보면 식견이나 자질을 의심케 하는 사례들이 많다. 우리 지역을 위해 진정으로 봉사하겠다는 비전을 가진 정치인을 뽑아야 한다.

여론에 휩쓸리지 말고 표를 구걸하는 가식적인 정치인을 배제하고 도민들과 함께 생사고락을 같이할 수 있는 참된 일꾼을 뽑아야 한다. 제발 앞으로는 깨끗한 정치문화로 명예와 권력의 시녀가 아닌 전북지역 발전을 앞당기는 정치인을 뽑아야 한다.…

안도<한국문인협회 전북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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