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익산국가산단, 새 옷을 입다
낡은 익산국가산단, 새 옷을 입다
  • 전정희
  • 승인 2015.12.20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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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내 고향 전북은 왜 이렇게 가난한 것일까’하고 늘 고민했다. 넓은 평지와 좋은 자연환경, 높은 교육 수준 등 지역발전에 필요한 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있는데도 가장 낙후된 이유가 궁금했고, 또 화가 났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문제의 답이 ‘정치’와 ‘산업단지’에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맹자는 등나라의 문공이 나라를 잘 다스리는 길을 묻자, “항산(恒産)이 있어야 항심(恒心)이 있다”고 했다. 안정된 생업과 경제적 자산이 있어야 백성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정치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파고들어 대안을 제시할 때, 국가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때, 비로소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단 얘기다. 그런데 산업단지는 지역 경제의 성장 동력이자 고용창출원이다. 이것이 내가 현실정치에 입문하자마자, 산업단지에 그토록 집중한 이유다.

 익산국가산업단지는 지난 1974년 보석가공 수출업체의 집단화를 통해 지역사회개발 및 국민경제발전에 기여할 목적으로 조성됐다. 지난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 귀금속 산업의 메카로 자리매김해왔으나, 2000년대 들어 노동집약적 산업이 쇠퇴하고 입주기업 영세화로 인해 점차 경쟁력을 잃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단지의 공동화와 기반시설 노후화로 일부 지역이 폐허로 방치되면서, 리모델링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2014년 말 현재 익산국가산단에는 185개 업체가 입주해 있으며, 3,800여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주력 업종은 사양화의 길을 걷는 귀금속과 섬유의복으로,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업체 대부분이 지은 지 30년 이상 된 건축물에 입주해 있는데다, 종업원 50인 이하의 영세업체 비중이 2005년 90%에서 2013년 93%, 2014년 95%로 점차 늘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단지의 경쟁력이 갈수록 저하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 2009년 경기 반월·시화와 인천 남동, 경북 구미 그리고 전북 익산 등 4곳의 국가산업단지를 구조고도화 시범사업 단지로 지정했다. 노후된 기반시설을 재정비하고 기업지원시설을 지어 체질을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시범사업이 종료된 2013년까지 총 3,223억원이라는 막대한 자본이 투입됐다. 구미의 산학연융합단지, 반월·시화의 청정표면처리센터, 남동의 민관합동 블록 단위 복합개발 사업이 지난 4년간의 추진 성과로 꼽혔다. 하지만 익산에 추진된 사업은 전무했다.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점검해보니, 익산에는 2억2,000만원을 들여 낡은 펜스를 철거하고 방범시설과 안내표지판을 설치한 게 전부였다. 당초 계획됐던, 비즈니스호텔과 복합지원시설은 민간투자가 미비해 백지화된 상태였다. 나는 이 낡은 산업단지를 열정 있고 재능 있는 젊은이들이 찾을 수 있도록 혁신과 창의의 공간으로 바꿔놓겠다고 결심했다. 2012년과 2013년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과감한 투자를 강력히 요구했다. 지방재정이 열악한데다, 민간투자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및 공단 간부들을 수십 차례 만나며, 마라톤 회의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2년여 뒤인 2014년 11월. 마침내 귀금속 2단지 등 6만5,000여㎡ 부지에 지식산업센터와 문화·복지 및 공공편의시설 등을 갖춘 ‘융복합집적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 수립됐다. 2015년 7월에는 대상 공동(혁신 및 재생)단지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드디어, 22일 호남의 랜드마크가 될 익산종합비즈니스센터가 착공된다. 총 183억원을 들여 연면적 8,548㎡, 지하 1층, 지상 6층 규모로 2016년 4월 완공될 예정이다. 여기에는 최근 유치에 성공한 ‘호남권 3D프린팅 제조혁신지원센터’를 비롯해 한국조명연구원 전북분원, 익산세관, 산단공 익산지사 등이 들어서 입주기업들을 밀착 지원하게 된다. 호남의 첨단산업을 선도하는 랜드마크가 될 것이다. 인근에 국제컨벤션센터, 산학융합지구, 기숙사형 오피스텔 등 문화와 복지시설도 계획하고 있다. 낡은 상하수도 관로 등 기반시설을 정비하고 부족한 주거 및 편의시설을 확충하는 재생사업도 함께 추진된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국비를 포함해 총 2,600억원이 투입될 것이다. 130여개 기업 유치를 통해 약 2조원의 직접투자와 1만 명의 고용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이제 낡은 국가산단은 기존의 주얼리 등 제조업뿐 아니라 3D프린팅과 디자인, 지식서비스, ICT 등 미래형 서비스산업 간의 화학적 융합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대한민국 대표 산업단지가 될 것이다. 익산의 새로운 반세기를 책임질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를 만드는 일이다.

 전정희<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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