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이후
메르스 이후
  • 김철승
  • 승인 2015.12.16 18: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6월 전국을 무섭게 떨게 한 단어 “메르스(MER; 중동호흡기 중후군)”. 의료계에있는 본인조차도 당시, 언론을 통해 처음 이 질환을 접했다. 진료실을 찾은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귀에 익숙한 “메리야스”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삼성 서울병원 응급실에서 많은 환자들이 발생하여 놀라운 전염력을 가진 것으로 인식하기에 충분했고 의료인들조차도 엄청난 정신적 스트레스 속에서 환자를 진료하여야 하였다. 마치 영화에 나오는 장면들처럼 매일 매일의 환자 수와 사망자가 공개되었고 거리는 마스크를 쓴 시민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본인이 근무하는 병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삼성 서울병원 응급실에 보호자로 면회갔다온 환자가 응급실에 잠깐 방문하고 간단한 치료 후 귀가조치하였다가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사실을 통보를 받고 응급실이 상당시간 폐쇄되기까지 하였다. 보안요원들이 응급실 문을 폐쇄하자, 들어오려는 사람도 나가려는 환자와 보호자도 발이 묶이게 되었다.

역학조사원이 나와서 상황 설명과 협조를 구하기까지 상당시간 응급실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고성과 몸싸움이 오가는 전쟁터가 되어버렸다. 도내에 메르스 환자가 확진되기 시작하면서 병원은 환자가 오기 무서워하는 곳이 되어버렸다. 상황은 악화하여 병원의 전공의가 의심환자로 분류되면서 병원의 시설과 인원 전체가 격리되는 코호트 격리를 준비하기에 이르렀다.

의심환자와 접촉했던 많은 의료인들이 가족들과 격리되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발적으로 집에 들어가지 않는 직원들이 늘어났다. 병원 직원의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지 못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기도 하였다. 최소 2주간은 집에 못 들어갈 각오를 하고 짐을 싸들고 나오는 본인도 여러 생각에 머리가 복잡하였었다.

다행히 걱정했던 것보다 전염력이 높지 않다는 곳이 밝혀지고 통제 가능해 지면서 안정을 찾아가게 되었다. 메르스 사태를 통해 우리나라 의료의 민 낮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많은 반성과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음압병실의 확충이나 다인 병실의 축소, 보호자 없는 병원의 확충, 질병관리본부의 역할 등 의료시스템과 전염병 대비의 국가적 시스템의 업그레이드는 담당 부서와 기구가 있으므로 잘 알아서 해주길 바란다.

다만, 일반 시민들이 배우고 교훈 삼아야 할 것들을 생각해 보기로 한다. 첫째, 응급실은 꼭 응급환자만 오면 좋겠다. 응급실은 빠르게 진료받는 곳이나 입원을 대기하는 공간은 아니다. 온 순서대로 진료받는 곳도 아니고 위중의 정도에 따라 진료의 순서와 검사가 진행되는 곳이다. 메르스때처럼 응급실은 아파서 어쩔 수 없이 가는 곳이 되어야 한다. 응급의학과 선생님들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 때에 응급실이 가장 응급실답게 운영이 되었다고 한다.

두번 째는 입원한 환자의 병문안은 환자를 위해 안 가는 것이 더 좋다. 특히나 중환자실과 같은 특수병실에 입원해 있는 경우 더더욱 안가야 한다. 어쩔 수 없이 간다면 단체가 아닌 개인별로 가야 한다. 병원에서 정해준 시간을 미리 알아보고 5분 이내로 최대한 짧게 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손을 잡는 등의 환자와 접촉은 하지 않아야 한다. 담당의사와 상의 되지 않은 먹거리와 정체불명의 건강보조식품 또한 전달되어서는 안 된다. 어린이와의 동반 면회는 절대 사절이다.

세 번째로 환자 보호자는 꼭 환자와 함께 지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식사를 제대로 못 하는 경우처럼 누군가 옆에서 도와주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보호자는 필요 없다. 원칙적으로는 간호사들이 환자의 모든 불편함을 해결해 주어야 하나 아직 우리나라는 비용문제로 보호자 문제까지 해결을 못 하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환자에게 보호자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싸고 좋은 것은 없다”는 말이 있다. 의료분야에는 필요한 경비가 지출되어야 결과가 좋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경험상 비용대비 효과에 꼭 들어맞는 말이라 생각한다.

예전에 집에서 치르던 장례식이 언젠가부터 깨끗하고 정돈된 장례식장에서 치러지고 있다. 비용 추가가 있지만, 효과와 이득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언젠가는 우리도 선진국처럼 1인실 혹은 2인실에서 보호자 없이 간호사에 의해 전적으로 치료가 이루어지는 날이 올 것이다. 날밤을 세가면서 고스톱을 치던 문화가 사라졌듯이 응급실과, 병실의 병문안 문화도 언젠가 또한 바꾸어 질 것이다. 메르스에 의해 큰 손해를 입었지만, 메르스 때문에 이런 좋은 변화가 더 빨리 오길 기대해 본다.

김철승<예수병원 진료부장/의학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