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결위에서 느낀 전북이 사는 길
국회 예결위에서 느낀 전북이 사는 길
  • 이상직
  • 승인 2015.12.16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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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국가 예산 3년 연속 6조원 시대, 해냈다. 지난 2일 자정을 넘기면서 본회의 망치를 두드리고 예산전쟁은 막을 내렸다. 이날 오후까지도 이번엔 6조원을 넘지 못한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도 들렸다. 그것도 우리 전북에서부터 일부 언론이 그랬고, 일부 인사들이 넘지 못한다고 장담했다. 마치 8년 전 이스타항공이 비행기를 새만금 하늘길에 띄우면 손에 장을 지진다고 했던 것처럼 말이다. 시간이 흘러 이스타항공이 잘 날아다녀 청주시를 상전벽해 발전시킨 걸 보고도 손에 장을 지진 사람은 한 명도 없는 것처럼, 6조원이 넘지 못한다고 했던 사람들은 이제 다시 말이 없다. 왜 그토록 패배주의적일까.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 국회 상임위 ‘꽃 중의 꽃’ 보직인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계수조정소위)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필자도 솔직히 힘들었고, 6조원을 넘기지 못할까 노심초사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넘지 못한다는 말을 내뱉은 적이 없고, 반드시 해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말이 필요 없이 해냈다. 뿐만 아니라 국회단계에서 신규로 예산을 늘렸다. 정부가 대구경북의 예산은 몽땅 늘리고, 전북 몫의 국가예산은 필요한 것보다 줄여서 5조 7천억원만을 국회에 제출한 상황에서 SOC예산의 증액을 억제하겠다는 정부를 상대로 정부 동의가 필요한 예산증액을 국회에서 해낸다는 것도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해냈다.

오죽하면 일부 중앙언론에서 필자를 지목해 지역현안만 챙긴다는 핀잔까지 들었을까 싶다. 이렇게 해서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 과정에서 새만금 국제공항과 지리산 산악철도 시범사업 같은 월척을 건져냈다. 특히 새만금 국제공항은 부대의견을 통해 국토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5차 공항개발 중장기종합계획에 전북권 국제공항을 사실상 확정 지은 것이어서 그 의미가 크다. 지리산 산악철도 시범사업 역시 환경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스위스 융프라우처럼 동부산악권의 랜드마크가 될 호재다.

크게 느끼고 배운 것도 있다. 특히 전북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권을 교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원내 다수당이 되는 것이 더 급선무라는 걸 깨달았다. 그만큼 국회의원 한 석 한 석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왜냐면 집권여당이면서 원내 다수당인 새누리당이 정부와 함께 야당의 요구 예산을 묵살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누리과정이다. 야당에서는 한시적으로라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대한 내국세 수입의 비중을 현행 20.27%에서 1% 이상 올려 약 1조 8천억원의 재원을 확보해 누리과정예산을 국가예산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정부는 일방적으로 누리과정을 지방정부의 부담으로 남겨두면서 국고에 예비비 3천억원을 편성하고 부대조건으로 ‘시설환경개선’을 달아두었다. 그리고는 누리과정 우회지원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3천억원으로 낡은 화장실과 찜통교실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뻔뻔한 거짓말 앞에서도 야당에게는 협상 카드가 부족했다. 예산증액에 정부는 물론, 국회 다수당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묵살했기 때문에 야당의 요구는 대답 없는 메아리였다.

게다가 국회선진화를 명분으로 바뀐 국회법에 따라 지난해부터는 국회에서 11월 30일까지 예산안 심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예산안이 본회의에 자동부의된다.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새누리당은 다수당의 지위를 악용해 헌정사상 유례없는 법안과 예산안을 연계하는 꼼수까지 동원해 야당을 압박하면서 재벌대기업의 민원법안인 관광진흥법 등을 밀어붙였다.

현실이 이렇기 때문에 전북이 발전하려면 전북을 생각하는 정치세력이 집권해야 하고, 그 이전에 원내 제1당이 되는 것이 너무도 절실하다. 인심 좋게 이 당 저 당 골고루 나눠줄 문제가 아니다. 느껴보니 정치는 우리가 먹고살고, 내 자녀들이 살아갈 터전에 대한 절박한 생존 문제다. 정말 정신 차려서 뭉쳐야 살고, 흩어지면 망한다.

이상직<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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