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을 줄 아는 지혜
내려놓을 줄 아는 지혜
  • 김동근
  • 승인 2015.12.13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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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존 원주민들이 원숭이를 사냥할 때 사용하는 방법의 하나가 큰 나뭇가지에 조롱박을 매어 놓는다. 그 조롱박에 원숭이 손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을 뚫어 놓고 그 안에 원숭이가 좋아하는 바나나를 집어넣는다. 원숭이는 바나나를 먹을 욕심에 조롱박에 손을 넣고 바나나를 집어들었지만 조롱박에서 손을 뺄 수 없다. 원숭이 손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구멍이기에 무엇인가를 손에 쥐고서는 결코 손을 뺄 수 없기 때문이다. 바나나를 놓으면 손을 뺄 수 있지만, 바나나를 먹을 욕심에 원주민이 다가와도 손에서 바나나를 놓지 않는다. 결국, 원숭이는 원주민에게 사로잡혀 목숨을 잃고 만다.

조그마한 탐욕이 자신의 목숨을 잃게 하는 어리석은 일들이 동물들의 세계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사는 인간세계에 훨씬 더 많다. 2008년 세계 경제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건도 월가와 투자자들의 탐욕 때문에 발생했다. 금융기관들은 인간들이 만들어낸 금융시스템을 통해 각종 첨단 금융상품인 서브프라임 등을 만들어 팔았고, 개인 투자자들은 빚을 내어 투자했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은 욕심에 금융기관, 투자자 모두가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탐욕은 월가를 비롯한 금융기관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최대 제조업인 자동차 산업에서도 탐욕이 만연하였었다. 회사는 기술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고, 노조는 높은 인건비를 고수해 품질은 낮으면서도 가격은 높아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고 말았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회사의 경영상황을 고려치 않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로 인해 산업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노조가 파업으로 맞서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기도 한다. 1998년 IMF 사태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수 많은 기업들이 사라져 갔다. 기업이 파산하면 금융기관이 부실해지고 부실한 금융기관을 살리기 위해 국민들의 피땀어린 세금이 투입되었었다. 직장을 잃은 수많은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정치판도 탐욕으로 가득 차 있다. 정당의 태생이 정권창출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정권을 잡기 위한 정당의 욕심은 국민들이 이해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정당들을 보면 해도 너무한다는 지적이 많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대표의 사퇴문제로 분당의 위기에 처해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총선이나 보궐선거에서 참패하면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하였다. 현 문제인대표도 전임 대표가 보궐선거의 참패로 사퇴한 이후 대표로 취임한 케이스다. 비주류측에서는 문제인대표도 보궐선거에서 참패하였으니 대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고 요구하고 있다. 문제인대표는 총선이 얼마남지 않아 사퇴할 수 없고 혁신을 통해 당을 바로 세우겠다고 한다. 그 사이 당의 지지율은 끊임없이 하락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경우 국민들로부터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고 보궐선거에서 전승을 거두었다. 청와대와 정부 그리고 여당에서 정치를 잘해 국민들로 선택을 받았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그렇지 못하다는데 아픔이 있다. 과반수가 넘는 의석수를 가진 거대여당이 정치력을 발휘해 국민들의 살림살이나 복지, 취업, 출산율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법안들을 만들어내야 한다. 야당의 비협조로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고 야당 탓만 한다. 꼭 필요한 법이기는 하지만 입법권은 국회에 있기 때문에 청와대에서 연말 내에 통과되어야 한다는 등의 시간을 정해 놓고 여당은 여기에 따라 야당과 법안을 논의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탐욕을 버리지 못하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 경제는 말할 것도 없고 정당도 원숭이의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야당은 정권교체를 위해서 국민들에게 희망과 수권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대표자리를 놓고 싸우는 모습은 좋지 않다. 여당도 좋은 정책과 정치력을 발휘해 야당 덕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으로 국민들의 선택을 받았으면 좋겠다.

김동근<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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