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와 나눔 그리고 복지
기부와 나눔 그리고 복지
  • 최낙관
  • 승인 2015.12.1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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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그 자체로 머무를 수 없다. 그렇다면 의미가 없다. 사랑은 행동으로 이어져야 하고 그 행동이 바로 봉사이다” 나아가 “얼마나 많이 주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사랑을 담느냐가 중요하다”… 짧지만 강한 울림과 여운으로 다가오는 이 명언은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그 궁극적 지향점을 몸으로 보여 주었던 성자 ‘마더 테레사’의 어록 중 하나이다. 마지막 달력 한 장을 남겨놓은 지금 어쩌면 이 메시지는 동시대에 우리와 함께 호흡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시공을 넘어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설파하는 금석문이라고 본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의 키워드 중 하나는 분명 기부와 나눔이 아니겠는가? 그간 소홀히 했던 이웃사랑의 실천을 좀 더 해야 한다는 집단적 이타심이 강박적으로 작용한 결과가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그럼에도 최근 타전된 대한민국 기부의 실상은 여전히 각박하기만 하다. 세계적 자선단체인 영국의 자선지원재단(CAF)은 매년 ‘세계기부지수’(WGI: World Giving Index)를 발표해 오고 있다. 기부지수는 한 나라 국민이 1년간 자선단체에 기부한 금액, 자원봉사단체에서 활동한 시간, 낯선 사람을 도운 횟수 등 3개 항목을 평가해 100점 만점 기준으로 산출된다.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기부 지수는 2013년에 45위, 2014년에는 60위, 올해 2015년은 조사대상 세계 145개국 중 64위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의 1위는 아시아의 가난한 나라 미얀마다. 그리고 그 뒤를 미국이 뒤따르고 뉴질랜드, 캐나다, 호주, 영국, 네덜란드의 순으로 이어진다. 한마디로 국내총생산(GDP) 세계 14위의 위상을 자랑하는 한국의 경제규모를 감안하면 우리의 기부지수는 한국사회 기부문화의 허약한 체질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과연 우리 사회의 기부와 나눔 그리고 봉사문화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설사 기부지수가 한 사회의 건강성을 측정하는 도구로서 적합한지 해석과 논란의 여지가 분명히 있음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문화코드로서 우리사회의 기부와 나눔 그리고 봉사가 지극히 제한적이고 여전히 소수에 의해 독점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물론 기부지수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흔히 우리가 복지선진국이라고 지칭하는 대륙권 복지국가와 스칸디나비안 복지국가들의 기부지수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 복지국가에서 기부는 안정된 사회복지로 인해 그 위치와 역할이 상대적으로 미약하다는 데 있다.

 반대로 공공복지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영미복지국가들은 정부의 빈자리를 기부가 메우고 있고 공공복지에 관한 국가의 역할을 민간과 시민사회에 전가하는 상황으로 평가할 수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한 연구 보고서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가장 많은 세금을 걷고, 사회보장이 가장 잘 된 나라들이 가장 박애주의 정신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그 주장이 얼마만큼 설득력이 있는지는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우리의 현실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노동시장은 약화하고 사회적 배제가 심해질 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이 저하되는 상황 속에서 계층 간 소득불균형은 심화하고 사회경제적 약자가 양산되는 복합적 위험사회를 깨트릴 수 있는 대안이 과연 무엇인지에 있다. 우리의 허약한 기부문화가 완성도 높은 공공복지에 기인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고 아픔이다. 사회적 안전망도 촘촘하지 못하고 그것을 보완할 수 있는 기부와 나눔 그리고 봉사마저도 경색되어 있기에 사회의 건강성을 담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단기적으로 국가를 통해 사회적 안정성을 회복하기가 어렵다면 대안은 하나다. 어렵지만 시민사회가 나서 건강한 기부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겠는가? 사회통합을 위한 기부와 나눔 그리고 봉사가 21세기 인류사회에 있어 최고의 행위는 아닐지 모르지만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활동임이 틀림없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최낙관<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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