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장을 넘기며……
마지막 장을 넘기며……
  • 박종완
  • 승인 2015.12.0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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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사다난했던 을미년 양띠 해는 저물어가고 병신년 원숭이띠를 맞이하게 된다.

 한 달 남짓 남은 달력을 바라보고 있자니 감회가 새롭고 약간의 후회와 함께 일 년을 돌이켜 보며 작은 반성과 함께 새해 희망을 꿈꿔본다.

 시작쯤에는 일 년 동안 이것저것 계획을 세우고 분주했는데 우왕좌왕하다 보니 열한 달이라는 달력을 넘기고 말았다.

 마지막 한 달의 달력엔 부족한 일들을 마무리하며 알차게 보내야 하는데 마음만 분주하다.

 요즘은 스마트폰이 발달하여 달력이나 일정체크 메뉴가 내장되어 편리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중요사항은 알람을 설정해 선택을 집중할 수 있게 되어 달력이 소중함이 덜하다.

 우리의 달력은 삼국시대때 백제가 중국 송나라에서 들여온 원가력(元嘉曆)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고 실제의 달력은 조선조 효종 4년(1653년)에 청나라에서 수입된 서양 천문학에서 영향을 받은 시헌력(時憲曆)을 사용하였으며 현재 사용하는 태양력은 고종 3년(1895년)이 처음이라고 한다.

 칠공팔공 세대들은 옛날 달력에 대한 추억과 여러 가지 에피소드와 가슴 찡한 사연들이 있었을 것이다.

 필자도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시골보다 도회지는 경제사항이 조금은 나았기 때문에 종이 사정이 나았을지 모르나 시골 상황은 열악했기 때문에 달력의 쓰임새는 가정생활 전반에 무궁무진했었다.

 지역 국회의원의 약력과 얼굴이 나와 있는 열두 달이 한 장에 표기된 달력을 동네 이장님이 면사무소에서 받아다 집집이 돌리면 어머니께서는 약간의 풀을 준비하셔서 방 빗자루 끝에 풀을 적셔 안방문 오른쪽에 붙여놓으시고 농번기 일정을 체크하시던 모습이 선하다.

 시간이 지나 한 장씩 넘기는 달력이 나왔는데 한 달 한 달 넘어가면서 뜯어놓은 낱장은 요긴하게 사용했었다. 초등학교 교과서는 대물림해야 하기 때문에 아버지께서 달력 뒤 하얀 면을 큰 가위로 쓱싹쓱싹 하시면서 모든 책을 싸주시던 모습, 천정이나 벽 등에 도배지를 대신한 기억 등등 달력은 요긴하게 쓰였고 버릴 것이 없었다.

 하루에 한 장씩 넘기는 일력은 종이가 습자지 같아서 부드럽고 다루기 편하여 어른들의 봉초담배를 권련으로 말아 피시고, 또한 시골화장실에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었다.

 이렇듯 달력은 우리 실생활에 밀접하고도 필요한 물건임이 틀림없었다.

 요즘은 많은 부분이 스마트하고 여러 가지로 풍족해져서 젊은 세대들은 공감대 형성이 부족하겠지만 근검절약하는 모습이 부족한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어느 TV에서 시골 연세 지긋한 분이 나오셔서 열심히 일하고 잠깐 쉬면서 약간의 한탄과 탄식을 하고 인생이 달력과 같은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며 큰 달이 있으면 작은 달이 있듯이 우리에 삶도 좋은 날과 슬픈 날 등등, 굴곡진 삶이 많을 진데 세월에 흐름을 무엇으로 막겠느냐면서 순응하자고 하신다.

 일 년 농사 열심히 수확해서 자식들과 동기간들에게 부족하지만 나누려고 하는 시골 농부의 마음을 그 누가 부족하다고 말하겠는가.

 올 한해도 쉼 없이 많은 일들과 함께 큰 달과 작은 달의 달력이 넘어갔다.

 이렇게 세월의 흐름 속에 매년 이맘때쯤이면 고맙고 반가웠던 사람과 행복했고 아름다운 인연 즐거웠고 가슴 아팠던 순간들을 회상하며 마음이 짠해지기도 하고 아쉬움에 후회도 하게 될 것이다.

 더 노력할걸, 더 사랑할걸, 더 참을 걸 등등 “걸”에 아쉬워하며 경험한 모든 일에 감사하고 함께한 모든 분들께 고마움을 전할 것이다.

 혹시 올해 계획된 일들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서 불안해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내년에도 큰달과 작은 달이 반복될 것이다. 마음에 여유를 가져봄이 어떨까 싶다.

 을미년 저물어가는 석양을 보면서 책임과 반성을 통해 비우고 인정하고 감사하는 시간과 함께 마무리했으면 한다.

 박종완<계성 이지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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