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일자리창출 위해 대기업 모범 보여야 할 때
중소기업 일자리창출 위해 대기업 모범 보여야 할 때
  • 현 준
  • 승인 2015.12.01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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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티는 게 이기는 것이다.’ 작년 드라마를 통해 인기몰이했던 “미생”의 대사 중 하나이다. 드라마 “미생”은 연극바닥에서 연기력을 갈고 닦은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도 한몫했지만 이 시대의 직장인들의 치열한 삶을 비교적 현실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드라마에서 묘사되던 흔히 말해 누구에게 말하더라도 알아주는 회사인 ‘원 인터내셔널’은 현재 대기업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노력과 그 가운데 지치고 병들어가는 모습이 비정상적이어 보이지만 엄청난 공감을 샀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이들이 느끼고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엄청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살아남은 자와 살아남지 못한 자로 구분되는 전쟁터 같은 일터에서 ‘완생’을 꿈꾸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버티는 게 이기는 거라는 대사처럼 항상 이길 수만은 없는 현실에서 힘없이 회사에서 떨어져 나가는 광경은 볼 때마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대기업과 그중의 최고라고 불리는 삼성그룹 같은 경우가 그렇지 않을까 싶다. 삼성그룹은 현재 전방위적인 구조조정 중이다. 화학, 방산 사업 정리에 이어 엔지니어링, 중공업, 건설이 다음 타자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에 대해서는 매각설도 나돌고 있다. 그룹은 부인하고 있지만, 삼성카드 매각설도 사그라질지 않고 있다. 구 삼성물산과 구 제일모직 합병에 이어 삼성전자와 삼성SDS 합병설도 나온다.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해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눈 뒤 통합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지주회사를 합병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그 가운데 인적 구조조정도 진행 중이다. 대부분 계열사에서 인력 재배치와 명예퇴직 등의 인적 정리가 진행 중에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인건비 절감을 위해 경북 구미 공장에 재직 중인 차장급 이상 직원 수십 명을 퇴사시켜 베트남 현지 법인에 재취업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23일 금융감독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삼성그룹 13개 주요 계열사에서만 지난 일 년 사이 5,700명이 회사를 떠났다고 한다. 젊은 시절 모든 걸 바친 사람에게 돌아오는 건 40대 한창 일할 시기의 퇴직이라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대기업이 사내유보금을 차곡차곡 쌓으면서 그동안 받아왔던 혜택이나 지원들을 생각해보면 열심히 일한 직원들에게 그 혜택이 어느 정도 돌아가야 하지만 과도한 경쟁이나 무리한 사업 확장 등에 재원이 쓰이고 경제상황이나 사업여건이 어려워지면 노동자들이 그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최근의 경제 악화로 다른 대기업들도 모두 칼을 빼들었다.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것이다. 지난번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이 사상최대였다는 기사와는 대조적인 모습이자, 대기업의 이기적인 단면이 아닐 수 없다.

  중소기업은 청년들이 오지 않는 인력미스매치로 인해 항상 인력난에 시달리는 한편 대기업에 들어가려는 청년들의 취업난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에서는 중소기업에서 청년을 한 명 더 채용하자는 「청년1+ 채용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청년채용 여부를 물어보면 중소기업 사장님들은 언제든지 채용하려는 의사를 피력하지만 그게 생각보다 녹녹치 않다고 한다. 청년들이 꺼리고 기피한다는 것이다. 정보의 개방과 공유, 대졸이라는 고학력이 만연한 세상에서는 일의 보람을 떠나서 어렵고 힘든 일은 기피하려하고, 각자의 삶을 남들과 비교하는 SNS의 사용이 보편화 되면서 중소기업을 꺼리는 풍토가 없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기업은 인력시장의 블랙홀과도 마찬가지다. 젊은이들이 원하는 선망의 대상이어서 인력을 휩쓸어가지만, 기업의 사정이 어려워지면 버려지는 어떻게 보면 위험한 곳인 것이다. 때문에 텅 비어 버리는 중소기업의 인력 공동화 현상을 이제는 대기업이 솔선수범해서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고용안정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현준<중소기업중앙회 전북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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