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짓밟는 현 정부
농민 짓밟는 현 정부
  • 강동원
  • 승인 2015.11.26 18: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얼마 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전국 곳곳에서 농민 수만 명이 올라왔다. 耳順(이순)을 넘긴 농민들까지도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농민들은 절박했다. 가구당 수천만이 넘는 농가부채에 시달리며 생산비에도 못미치는 농산물의 판로에 애를 먹고 있다. 연체이자에 시달린 채 농협의 대출상환 요청에 부대끼는 농민들의 깊은 주름과 긴 한숨은 농촌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했다.

 현 정부 들어 가장 격렬한 시위와 저항이 있었다. 하루 농사일을 포기하면서 올라온 촌로에 가까운 연로한 농민들의 격한 몸싸움은 위태롭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들은 피울음을 쏟아내는 듯 절규하고 있었다. 농민들은 현 정부에 제발 몰락 직전의 농촌의 현실과 농업의 위기, 농민들의 처지를 알아 달라고 부수지소(살을 대는 듯한 통절(痛切)한 하소연)을 하는 듯했다.

 하지만, 대통령은 물론 현 정권의 관료 어느 누구하나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농민들의 상황을 살피기는커녕 살상무기와도 같은 최루액과 살수차를 무차별 난사했다. 아비규환이었다. 경찰은 잔인할 정도로 대응했다.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을 같다. 일흔에 가까운 농민을 향해 물대포를 직사했다. 결국 안타까운 사태가 발생했다. 농민은 자리에 쓰러진 채 지금까지 사경을 헤매고 있다. 오늘날 농민과 농촌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 같아 가슴 아프다.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온갖 매체들을 동원해 농민들을 테러리스트 정도로 일방적으로 매도해 댔다. 정부의 어이없는 행태다. 정작 왜 농민들이 거리로 나서게 됐는지는 관심이 아예 없는 듯했다. 風過耳(풍과이)라는 말이 있다. 귀를 스쳐가는 바람처럼 듣고도 흘려보낸다는 뜻이다. 나이 드신 농민이 사경을 헤매고 문병은커녕 사과 한마디 없다. 농민들의 절규하는 소리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 것 같다.

 얼마 전 전국 각지에서는 ‘농업인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11월 11일 은 농업이 국민경제의 근간임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키고, 농업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며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국가가 지정한 기념일이다. 하지만, 나이드신 농민이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것은 불과 며칠 뒤에 일어났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농민들의 얼굴은 더 어두워졌다. 쌀값 하락, 밥쌀 수입, 한·중 FTA 등 걱정거리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농위국본(農爲國本)이라고 했다. 농업이 국정의 근본이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농촌의 현실은 나라의 근본인지를 의심케 한다. 농민들은 더 이상 정부만 믿을 수는 없다.

 지난 대선 후보시절, 박근혜 대통령은 17만원 수준이던 쌀값(80kg)을 21만원대로 유지하겠다고 공약했었다. 하지만 지금 쌀값은 15만원대로 떨어졌다. 쌀 뿐만이 아니다. 모든 농산물값이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고 있다. 당장 내년 농사가 불투명한 농민들에게 정부는 “미래성장산업화”라는 뜬구름 같은 소리만 내놓고 있다.

 게다가 올해 쌀 수확량은 432만 7천톤으로 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WTO 협정에 따라 의무수입물량 40만톤을 들여왔다. 밥쌀용 쌀의 의무수입량 비중이 폐지되었음에도 밥쌀 수입을 강행한 것이다. 정부는 말을 뒤집었다. 농민들은 분통을 터트린다. 정부의 말을 더 이상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있다.

 농민이 빠진 농정이 이어지고 있다. 해마다 농촌의 인구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으며, 농가인구의 고령화는 극심해지고 있다. 농가소득은 계속해 하락세를 맴돌고 있다. 매년 천정부지로 치솟는 농자재값으로 일부 농민들은 파산직전까지 내몰렸다. 현 정부는 이제라도 농민들의 피울음과도 같은 절규를 세세히 듣고, 농정을 펼칠 것을 촉구한다. 그래야만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고, 먹거리가 보장된다.

 강동원<국회의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