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으로부터] <5> 파리에서 보내는 편지
[동방으로부터] <5> 파리에서 보내는 편지
  • 심홍재
  • 승인 2015.11.26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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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부터 부산하다. 새벽을 서둘러야 아침기차를 탈 수 있었다. 택시를 잡는것이 쉽지 않았는데 어떻게든 시간을 맞춰 주는지 신통하기만 하다. 오전 11시 반이 조금 넘어 파리 역에 도착하니 숙소 주인이 피켓을 들고 마중 나와 있다. 숙소에 도착하여 파리 합류단과의 조우는 분명 활력소가 됐다. 그동안의 힘들었던 여정이 봄눈 녹듯 녹아내렸다.

 내일 있을 행사에 대해 회의를 하여 1진 팀들은 파리에 있는 레지던시 스튜디오에서 개인 작업을 진행하고 퐁네프다리 위 루브르박물관과 노틀담성당이 보이는 동상이 있는 곳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한다. 식구들이 밤의 파리를 읽기 위해 나간 사이 퍼포먼스 소품을 챙기고 행위 마지막에 쓰일 선언문을 한지에 적으며 마음을 다진다.


 다음날 아침 식사 후 먼저 나설 팀들이 서둘러 짐을 챙긴다. 팀들이 나가고 나는 파리에서 합류 할 중국 작가 링천과의 통화를 마치고 뒤따라 나갔다. 퐁네프다리 아래 세느강은 흐르고, 다리 중간 마그니 동상 뒤로 노틀담 성당과 루브르박물관이 보였다. 강 위로 떠 노니는 유람선과 수많은 연인과 가족들의 소원이 담긴 자물쇠가 꽉채워진 마그니 동상 앞에서 플래시몹 행사를 준비한다. 합류단과의 첫 행사다. 방진의 휠체어가 움직이며 휠체어에 매단 방울소리로 시선을 모으고 석환형의 피리 소리가 함께하며 시작된 플래시몹은 대나무 바늘에 꾀어진 오방색 굵은 끈을 관객으로 하여금 잡게 하고, 내 옷을 뚫고 관통하여 다른 사람 손에 연결되며 서로의 소통을 끌어내고 영지는 마지막 부분에 화합의 춤을 추며 마무리를 했다.

  레지던시 스튜디오에 간 팀들은 그곳에 마련된 공연장에서 각자의 공연을 펼쳤다. 광해형은 기둥에 붕대를 감고 붉은색의 상처를 표현하는데 서로의 아픔을 표현하는 작업을 진행했고, 석환형의 기타와 피리로 음향을 만들어 주는 속에서 영지는 평화 통일을 염원하는 기원의 춤을 유지환은 세월호 희생자의 이름을 하나씩 분필로 적어나갔다. 성백은 얼굴과 머리, 몬 몸으로 그 이름들을 하나씩 지워가다가 마지막 부분에 준비한 작은 생명의 나무를 화단에 옮겨 심으며 끝을 내는데 분단의 아픔을 세월호로 풀어 잊혀져 가는 것들을 회상하자는 메시지를 전하는 작업이었음을 먼저 나간 팀들이 노트북에 저장한 파리일기 사진들을 열어보고야 인지한다.


 다음날, 파리 읽기에 식구들은 바쁘게 나가고 오전 11시가 다 되어서 중국 작가 링천이 숙소로 찾아 왔다. 우리는 불어가 소통이 안 되고 링천은 영어 소통이 어렵다 보니 남은 기간 동안 참여가 어렵게됐다면서 아쉬워했다. 나 또한 아쉽지만 내년 2차 여정은 중국 쪽으로 횡단하는 프로젝트이니 소개해준 방그레 교수랑 같이 하기로 하고 평화통일 대한민국이 적힌 조끼와 타올 몇 장을 건네고 섭섭함을 뒤로 배웅했다.

 먼저 짐을 꾸린다. 내일 아침 보르도행 기차는 7시 28분에 떠난다. 숙소로 5시 30분까지 택시를 예약해놨으니 여유야 있다지만 방진의 짐까지 꾸려야 하니 먼저 짐을 꾸려 놓아야 다른 식구들이 편하다. 이렇게 파리에서의 여정도 정리가 되어 간다. <끝>  / 심홍재 ‘동방으로부터’여정단 단장


 에필로그: ‘동방으로부터’ 여정단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와 포르투칼 리스본에서의 행사를 마치고 지난 18일 입국했다. 여정단은 이날 오후 3시 서울역에서 마무리 행사를 끝으로 48일간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들은 “어렵게 시작했지만 우리의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작은 목소리가 내년에 다시 리스본에서 시작해 유럽을 거쳐 인도와 중국을 잇는 2차 여정에 메아리가 되어 온 세계에 울려 주리라 생각하며 그날을 기약해 본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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