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의 초고속성장과 남미의 몰락
동아시아의 초고속성장과 남미의 몰락
  • 이정덕
  • 승인 2015.11.25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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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시아는 일본, 대만, 한국, 중국의 순으로 1948년부터 2013년 사이 각국이 30년 동안 8%에서 10%의 고속성장을 실현하였다. 그 기간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2%에서 5%를 성장한 것과 비교해보면 놀라운 속도의 고속성장이었다. 동아시아는 1850년대 이후 개항과 문명화라는 말로 변화를 시도하였지만, 일본과 서구의 제국주의적 침략으로 전쟁터가 되면서 빠르게 몰락하였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이후 새로운 세계질서 속에서 동아시아는 정부주도하에 서구의 모방과 수출지향형 산업화를 적극적으로 시도하였고 이를 근대화(일본, 한국, 대만) 또는 현대화(중국)라고 불렀다. 근대화의 핵심은 서구에서 자본과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서구시장 특히 미국시장을 매개로 한 수출지향형 산업화를 이룩하는 것이었다.

 동아시아와 달리 아직 서구를 제외한 다른 대륙에서의 경제성장정책은 성공하지 못했다. 특히 1900년대 초 세계 10대 부국에 포함되었던 아르헨티나의 몰락은 상징적이다. 아르헨티나는 1860년대에서 1900년대 초까지 40년 동안 연 6%를 성장하며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적의 국가였다. 그러나 농업과 목축에 기반한 발전전략이 제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결국 뒤처지게 되었다. 불평등이 심화하고 저축률이 낮아 자체 자본축적이 이루어지지 못했고 교육수준과 기술수준이 낮아 제조업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해 결국 지속적인 정치불안과 부패가 이어지면서 몰락하였다. 중남미의 국가들이 2차 세계대전 후에 수입대체산업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였지만, 내수시장의 크기가 작아서 자본축적과 기술개량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외부시장에서의 경쟁력도 확보하지 못해 결국 경제성장에 실패하였다. 특히 불평등과 부패와 정치불안이 심해지면서 국내자본의 해외탈출과 해외자본의 투자기피를 불러와 경제적 추락이 가속화 되었다.

 동아시아에서는 일본을 필두로 2차 세계 대전 후 강력한 경제기획부서를 만들어 국가가 자본, 인력, 기술을 계획하여 동원하고 이를 수출지향적 산업화에 매진하는 체제를 만들었다. 이들은 국가 주도하에 핵심산업을 선정하고 선발국가인 독일, 미국, 일본, 한국이 실행한 방식을 선별적으로 모방하여 선발국가를 쫓아가는 추격전략으로 점차 여러 산업에서 결국 독일, 미국, 일본, 한국을 넘어서는 세계사적인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중국의 추격은 세계사에 기록될 정도의 빠른 속도와 규모를 가지고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동아시아국가들은 경제기획원과 같은 부서를 이용하여 국가단위의 계획경제를 실시하였고, 국가주도하에 적극적으로 인력, 국내외 자본, 국내외 기술을 도입하고 개선하고 투입시켜 수출을 확대하는 전략에 집중하였다. 또한 초기에는 무역장벽을 통하여 자국시장을 보호하고 수출지원을 통하여 국내기업의 육성에 주력하였다.

 하지만 이제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1% 미만에 머무르고 있고 한국과 대만의 성장률은 3%대로 내려갔으며 중국의 성장률도 6%대로 추락하는 중이다. 자본투자증가율이 하락하여 자본의 성장기여도가 계속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노동투입과 기술혁신에도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동아시아가 후발국가들에 추격당하고 있고, 국가 주도의 산업간 계급간 불평등 성장을 지속하면서 사회적 비용이 커져, 자본투자와 노동투입에 점차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기술모방에 주력하면서 기술혁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오히려 불평등이 심화하고 독재와 부패가 지속하고 있어 사회적 긴장이 더 높아지고 있다. 결국, 아르헨티나가 농업에서 제조업으로 제대로 전환하지 못하고 불평등, 부패, 정치 불안정이 확대되면서 몰락하였듯이 한국, 대만, 중국에서도 제조업에서 첨단산업과 서비스산업으로의 전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독재, 불평등, 정경유착, 부패가 지속하면 생각보다 쉽게 몰락할 수 있다.

 이정덕<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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