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댐] 통합 물관리(IWRM) 도입 주목
[섬진강댐] 통합 물관리(IWRM) 도입 주목
  • 박기홍 기자
  • 승인 2015.11.1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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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 50년, 섬진강댐을 말하다 <하>

 남한에서 4번째로 큰 강, 전북과 전남, 경남 등 3도(道)에 걸쳐 도도히 흐르는 강. 역사적인 의미도 중첩돼 있다. 고대 가야문화와 백제문화의 충돌지대, 신라와 백제의 경계였다. 임진왜란과 정유왜란 때는 왜군의 침입 경로였으며, 조선시대 말기에는 동학농민전쟁이 승화되기도 한 장소였다.

 바로 섬진강(蟾津江)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전북을 대표하는 섬진강은 진안군 데미샘에서 발원하여 임실, 정읍, 순창, 남원을 거쳐 남해까지 흘러내려 간다. ‘섬진’의 명칭은 신비롭다. 고려 우왕시절 왜구가 섬진강 하구를 침입했을 때,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 떼가 울부짖어 왜구가 광양 쪽으로 피해갔다는 전설에서 비롯된다. 이때부터 ‘두꺼비 섬(蟾)’ 자를 붙여 불렸다고 한다.

 어디 신비로운 게 이뿐이랴! 섬진강은 예로부터 모래가람, 다사강(多沙江) 등으로 불렸다. 사각사각 모래를 밟아본 사람이라면 섬진강을 결코 잊지 못한다. 그만큼 고운 모래로 유명세를 떨치고, 현재는 우리 밥상에 자주 오르는 재첩의 주 생산지이기도 하다.

 섬진강댐은 섬진강의 상류에 자리 잡고 있다. 가을 가뭄이 심각했던 지난 9월 말 섬진강댐의 최저수위는 166.06에 불과했지만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 이달 16일 현재 168.85m까지 올라간 상태다. 이를 통해 저수용량이 무려 1천300만 톤 가량 늘어나는 등 물 가두기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현재 재개발사업 공사도 대부분 완료되어 기반시설의 대미(大尾)를 찍은 상태다. 다만, 댐 운영기관이 한국수자원공사(생활·공업용수), 한국농어촌공사(농업용수), 한국수력원자력(발전용수) 등으로 여전히 나뉘어 있고, 향후 댐 운영규정 정비도 미흡한 것이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기존 섬진강댐은 농업과 발전 용수에 치중해 운영되다 보니, 대부분의 댐 용수가 섬진강이 아닌 동진강으로 흘러나가고 있었다. 사업 이후 섬진강 하류로 생·공용수(6천500만톤)를 연중 일정하게 공급하기 위해선 먼저 기존 댐의 운영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농업과 발전용수를 우선으로 용수 공급시기와 수위를 제한하는 기존 규정은 앞으로의 댐 운영에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물 문제 해결하려면 통합 물관리 도입(IWRM)이 필요하다. ‘통합 물관리’란 효율성과 공평성, 지속가능성 등 3개 목표를 우선으로 하고, 하천의 상류에서 하류까지 하나의 유역단위로 물관리를 통합 운영하는 것이다. 흩어져 있는 물 정보를 통합·공유하고, 기존 수량 확보 및 수질 개선 목표를 통합 운영하자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생태와 문화를 접목시킨 새로운 관리목표에 따라 해당 유역의 수자원시설을 연계 또는 통합 운영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섬진강댐의 경우 우선 댐 운영을 맡은 3개 기관이 책임 있는 자세로 댐 운영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을 제정하는 것이 통합 물관리 실현의 첫 단계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상황에서 오는 20일 전북도와 섬진강유역환경협의회(진안군수 의장) 주도하에 섬진강댐 운영기관인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농어촌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대표가 모이는 ‘섬진강댐 통합물관리 비전 선포식’이 열릴 예정이어서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이날 행사에서는 재개발사업 이후 새로운 댐 운영방향을 공감·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게 된다. 이는 댐 운영기관 간 유기적 협력관계 아래 ‘미래의 섬진강댐 발전방향’을 합의·선포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해준다.

 쉽게 말하면, 댐 운영기관들이 재개발사업 이후 합리적인 댐 운영을 위한 규정 마련에 공감하고, 실무협의 준비 단계로써 협업기반을 마련(MOU 체결)한 것이다. 각급 기관들이 벽을 허물고 협력의 손을 잡기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현 정부의 새로운 ‘정부 3.0’ 패러다임의 일환 중 하부에 세부 실행과제인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며 소통·협력하는 것을 강조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소중한 무게가 실린다. 기관 간 소통으로 갈등을 해소하고, 협업을 통한 상생효과를 강조하는 점이 같기 때문이다.

 K-water 전북본부의 한 관계자는 “이제는 섬진강댐 재개발사업 이후 통합 물관리 기반으로 댐 운영기관이 함께 합리적인 댐 운영기준을 마련하여 지역주민에게 안전하고, 주변 환경도 아름다우며, 지역에 도움이 되는 ‘섬진강댐’으로 다시 재탄생하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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