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전주의 가을
아! 전주의 가을
  • 김철승
  • 승인 2015.11.12 1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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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다! 요즘처럼 출, 퇴근이 즐거운 때가 있을까? 창밖에 보이는 단풍들만 보아도 눈이 호사스럽다. 특히나 노란 은행나무들을 보면 피로가 즐거움으로 바뀐다.

일 년 중 가장 아름다운 때인 것은 확실하다. 올해에는 가뭄으로 단풍색이 예년만 못하다고는 하지만 내 눈에는 좋기만 하다. 어디 멀리 내장산이나 고창 선운사의 단풍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눈만 돌리면 볼 수 있는 전주의 가로수 단풍의 멋진 모습이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밀리지 않는 멋진 도시의 모습이다. 전주시민이라면 자랑하여도 무방하다.

개인적으로는 한옥마을이나 먹거리 뿐만 아니라 전주의 도시관광자원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솔직히 거리의 꼬치구이보다 한옥마을의 단풍이 자랑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덕진공원이나 경기전, 동물원에 가지 않아도 고개만 돌리면 얼마든지 멋진 단풍을 감상할 수 있다.

어느 때 어느 분의 계획에 의해 가로수가 심어졌는지 모르지만 감사드리고 싶다. 다행히도 전주대 부분의 거리에 가로수가 조성되어 있다. 평소에는 가로수가 눈에 안 들어오지만 가을에는 단풍으로 인해 가로수의 존재를 고맙게 느끼게 된다.

수 년전 뉴욕 방문 때에, 그 흔한 가로수 보기가 쉽지 않고 온통 회색빛 콘크리트건물만 있는 뉴욕의 거리와는 비교되지 않는다. 단풍을 보려면 따로 조성된 공원을 찾거나 도시 외곽으로 나가야 볼 수 있는 도시였다. 뉴욕에 비하면 전주는 단풍만큼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아름다운 도시임에 틀림없다.

수많은 동물 중 인간의 눈이 가장 정확하게 사물의 색채와 형태를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로 모든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손과 노래할 수 있는 목소리, 그리고 사물을 인식할 수 있는 눈을 꼽을 수 있겠다. 인간의 눈은 밝은 곳에서 물체를 인식하게 하는 1억 개의 간상세포와 어두운 곳에서 물체를 인식하게 해주는 원추세포 3백만 개를 가지고 있다. 디지털카메라에 단순비교하면 1억 화소 이상의 카메라를 두 개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것도 3D카메라로 인간의 눈은 놀라울 만큼 정교한 광학기구이다. 사물이 보이는 것은 눈에 들어온 빛이 망막에 상을 맺고 그 자극이 시신경에 흥분을 일으켜 대뇌의 후두엽에서 각 중추에 전해짐으로써 시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우리는 사물을 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대뇌에서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설명은 단풍의 멋진 모습을 표현하기에는 부적절한 것 같다.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은 그저 받아들이길 바란다. 때론 과학적 사고가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데 방해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실 단풍도 아름답게 보이지만 실제는 겨울을 나기 위해 나뭇잎을 떨어내는 눈물겨운 나무의 생존전략이다. 겨울을 나기 위해 나뭇잎을 버리는 지혜를 우리도 배워보면 좋겠다. 올해 한해 놓지 않기 위해 애써왔던 것들을 생각해 보고 버릴 것은 없는지 쓸데없는 고민은 아니었는지 생각해 보자. 가로수의 노란 단풍잎이 하나 둘 떨어질 때마다 마음의 내 마음 속의 근신과 걱정도 하나하나 떨어져서 나무가 혹독한 추위를 준비하듯 우리도 삶의 냉기와 거센 눈보라를 이겨내도록 해야겠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이라면 학생 때 예쁘게 물든 단풍나무를 책갈피에 넣어 말린 후 크리스마스카드에 붙여 글과 함께 보냈던 추억도 되살려 보자.

노란 은행나무잎을 쓸고 있을 청소부에게는 미안한 긴 하다. 잠시만 고생하여 주시길 잠시동안만은 젖은 단풍잎들이 거리에 널려 있어도 누굴 탓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시간이 없어 단풍구경 못 간다면 출, 퇴근길에눈을돌려거리의가로수를보며가을을느껴보자.꽃구경과단풍구경철에는시험기간과겹쳐있는학생들도아파트단지, 학교교정의 단풍을 보며 눈을 호강시켜주도록 하자. 특히나 수능을 끝낸 수험생이라면 어두운 영화관이나 커피숍도 좋지만, 단풍나무거리를 걸으며 영화 속 한 장면을 만들어 보면 좋지 않을까?

아름다운 단풍의 도시 전주를 우리 모두 사랑하고 자랑하자!

김철승<의학박사/예수병원 진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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