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리는 ‘비정상의 정상화’
헷갈리는 ‘비정상의 정상화’
  • 유장희
  • 승인 2015.11.1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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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말은 1986년 1월 28일 미국 우주왕복선 첼린저호의 공중폭발 사건에서 비롯된 것으로 첼린저호가 미국 국민의 모든 관심을 받으며 발사를 준비하는 순간 기계적 결함이 발견되었으나 발사를 연기하자는 의견과 이전 발사했던 기체에서도 똑같은 결함이 있었지만 무사했다는 주장이 엇갈렸음에도 발사를 결정하고 미국 전 국민이 보는 상황에서 첼린저호는 발사 73초 만에 폭발되어 승무원 7명 전원이 공중에서 희생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사고원인을 조사하던 연구원들은 “더이상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화시키지 말아야 된다.”며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화시켜 잘못된 판단을 더 이상 하지 말라는 의미로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근혜 정부는 취임 1년 뒤부터 ‘비정상의 정상화’를 국정과제로 내세웠고 2015년 4월 말 ‘비정상의 정상화’ 추진계획을 확정발표하고 정부 핵심과제를 선정한 바 있다. 비정상의 정상화 취지는 과거로부터 지속하여온 국가사회 전반의 비정상을 혁신하여 “기본이 바로 선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하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 아젠다(Agenda)로써 우리사회 곳곳에 뿌리깊게 자리 잡고 있는 부정부패, 부조리, 불법, 편법 등의 ‘비정상’을 바로잡아 법과 원칙이 바로 서고 또한 투명하고 효율적인 국가와 사회를 만들어 사회적 자본이 축적된 ‘정상’을 구현하겠다는 야심작이었다.

 다시 말해서 잘못된 것은 모두 바로잡겠다는 것인데 지난해 세월호사건, 올해 메르스사태 등을 지켜보면서 비정상적인 모든 것들이 얼마나 정상화 되어가고 있는지도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대통령이 강조하는 정상화는 지금부터라도 모두 정상적으로 정상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비정상의 정상화로 인해 불평등과 차별이 심화하여서는 안되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헌법적 가치는 최대한 존중되어야 한다.

 필자는 요즈음 어느 것이 정상이고 어느 것이 비정상인지 일부 언론과 종합편성채널을 접하다 보면 헷갈릴 수 있게 한다.

 참으로 헷갈리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대한민국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로 야당과 학계, 시민사회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는 양상이다. 현 정부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는 본질이 무엇인지 솔직하게 국민들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

 국민들이 국정화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궁금증이 더해가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역사교과서를 바르게 집필할 명망 높은 원로라면 당당하게 나서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집필진공개 관련해서 “본인동의 없으면 공개할 수 없다.”는 궁색한 변명에다 “원고가 끝난 뒤 공개하겠다”는 식의 발표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정상적이라면 집필자 모두를 공개하여야 한다. 이름 내걸고 집필할 수 없을 만큼 떳떳하지 못한 집필진을 국민은 신뢰할 수 없다.

 대표집필진으로 초빙된 명망 높다는 원로교수가 이틀 만에 사퇴한 진의도 무척 궁금해진다. 혹시 해답이 거기에 있는 것인가? 심지어 국정화에 대하여 역사쿠데타 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뭘까? 국민들은 참으로 혼란스럽다. 정치권은 입만 열면 민생과 경제를 얼굴색도 변하지 않고 부르짖는다. 참으로 지당한 말씀들이다. 대통령과 국정을 수행하여야 할 주요 장관들이 내년 총선을 겨냥하고 장관직 정도는 헌신짝처럼 버리고 있다. 도대체 제정신이 있는 정상적인 행동인가 싶다.

 국민은 정부를 불신하고 정부는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듣지 않고 권력과 힘의 논리로 좌지우지(左之右之)하려 한다면 국민적 저항을 맞을 것이다.

 임금피크제 안하면 국책연구소를 없애겠다고 압박하여 동의서를 받아냈다면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비정상의 정상화도 매우 중요하지만,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할 줄 아는 선진국가, 선진노사, 선진국민만이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첫 출발점이라 할 것이다.

 유장희<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전북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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