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꼬우면 북한으로 가든가
아니꼬우면 북한으로 가든가
  • 나영주
  • 승인 2015.11.0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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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바 ‘헬조선’ 현상에 대하여 이전에 칼럼을 쓴 적이 있다(2015. 8. 8자 전북도민일보 칼럼 참조). 최근에서야 언론과 인터넷 등지에서 헬조선 현상을 주목하고 있는데, 여전히 해결책은 없고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필자가 보기엔 기성세대와 대한민국의 주류는 ‘헬조선’ 현상에 대한 문제의식 자체가 없다. 그래서 해결책이 없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본다.

기성세대와 대한민국 주류를 대표하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최근 언설은 그 방증이다. ‘세계 모든 나라가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을 부러워하는데 정작 나라 안에서는 헬조선이란 단어가 유행이다. 이는 부정적인 역사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로 유명한 청춘들의 ‘멘토’ 김난도 교수는 어떨까. 그는 신작 에세이 <웅크린 시간도 내 삶이니까>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런 시기에는 지금 침낭 속에서 시간을 때우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여전히 내가 꿈꾸기를 중단하지 않고 있으며, 그를 위해 나름의 모색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 순간 그대의 가장 큰 적은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스스로 불안이다.’

화법은 달라도 ‘나쁜 멘토’와 ‘착한 멘토’의 문제의식은 동일해 보인다.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저성장과 계급갈등이 세대갈등으로 전이되는 구조적 모순에 대한 특별한 성찰 없이 ‘헬조선’ 현상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청년 개개인의 문제로 내부화시켜 버린다. 수년 전 유행했던 ‘힐링’ 열풍처럼 괴로운 사회구성원의 인식과 내면의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젊은 세대는 더 이상 속지 않는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혼자 힘만으로는 사회 구조적으로 계급적 모순을 돌파할 수 없음을 잘 안다.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는 말들이 ‘헬조선’이라는 조어에 딸려 나온다. 부모의 계급이 자식에게 이전되고 그렇게 형성된 계급이 고착화 된다는 사실까지 실감했기 때문에 이른바 ‘수저론’이 횡행하는 것이다.

젊은 세대의 고충은 직종에 구애받지 않는다. 별반 차이가 없다. 전문직이라 불리는 변호사나 의사들도 다를 바 없다. 청년 변호사들은 제도와 시대적 변화에 따라 ‘늘어난’ 변호사가 되어 법률시장 전체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는 질책을 받기도 한다. 특히 도제식 교육을 특징으로 하는 변호사의 경우, 급여 일부를 열정이나 청춘 혹은 일을 배우는 과정이라는 말로 대신 받는다.

기성세대들의 화법은 어렵던 6,70년대의 산업화 과정을 헤쳐온 경험에 근거하기도 하지만, 무슨 연유인지 북한을 끌어들이기도 한다. 아프리카나 제3세계 개발도상국, 혹은 가까운 북한을 예로 들면서 그들에 비해 밥 잘 먹고 잘 사는데 무슨 문제냐는 식으로 청년세대를 질책한다. 젊은 세대들은 기성세대의 이러한 화법을 ‘꼬북이’라고 줄여 비꼰다. 풀어쓰면 ‘(아니)꼬우면 북한으로 이사가든가’이다. 우리 사회 내부의 문제점을 다 같이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불만인 사람들의 내면 의식의 문제라거나 역사의식의 결여로 인한 자부심 부족, 나아가 북한처럼 굶어 죽지 않는데 배가 불렀다는 식의 화법은 갈등만 부추긴다. OECD에 가입한 선진국이 세계 최하위 빈국들과 비교해서 정신승리를 하면 무엇이 나아질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젊은 세대들이 결혼하지 않거나 출산을 하지 않음으로써 소극적으로 저항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바야흐로 북한이든 남한이든 ‘헬조선’이다.

나영주<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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