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행복충전소
작은 행복충전소
  • 박종완
  • 승인 2015.11.08 1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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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여름은 장마나 태풍 한번 없이 7-8월을 보냈다. 가을걷이를 하고 있는 들녘에는 대풍이라 하여 농부들의 얼굴에 화색이 만발한 데 옥정호는 바닥을 드러내며 내년 농사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물 부족이 심각하여 일부 지자체에서는 상시 급수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하여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오늘도 대중목욕탕 샤워부스에는 주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구슬피 울어댄다. 영세한 작은 동네 목욕탕들은 경영 악화로 인해 점점 문을 닫고 있다. 대형 사우나와 찜질방까지 겸비하고 연령에 맞춘 푸드 코너, 놀이 시설을 갖추고 휘트니스센터까지 추가한 대형화엔 어쩔 수 없는 게 현실이 되고 말았다.

읍. 면지역은 더욱 열악하여 지역복지관 등을 통해 대중목욕탕을 겸비해 어려움을 해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목욕탕의 상황은 경제발전과 맥을 같이하면서 많은 변화를 가져왔고 덩달아 우리에 삶도 한층 더 여유로워지는 게 사실이다.

어린 시절 가장 큰 명절맞이 행사는 가족모두가 목욕탕을 가는 일이다. 딸 많은 집 어머니는 한번 목욕을 다녀오면 몸살을 앓을 정도였다. 일일이 때수건으로 등을 밀어주고 아픈데 하지 않는다는 애들을 다그쳐 할라치면 울어대는 소리에 옆 사람에게 피해를 줄까 등짝엔 엄마의 손자국을 피해가지 못했었다. 아버지 따라 남탕에 들어간 아들들은 목욕은 뒷전이고 물 장난치느라 시간만 소비하고 때만 불려서 쓱쓱 문지르고 대충했던 기억이 새롭다. 요즘은 명절맞이 온몸 대청소의 목욕은 사라졌지만 작은 돈으로 청결과 휴식, 체력단련 등등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대중목욕탕인 것이다.

필자도 매일 동네 대중목욕탕을 이용한다. 약속 시간 전에 헬스장에 가서 한시간정도 운동을 하고 사우나를 한 후 약속장소로 가는 편이다.

상쾌한 기분으로 재충전하고 미팅장소로 가면 만나는 손님도 덩달아 좋아져 일석이조의 효과인 셈이다.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은 대중목욕탕을 좋아한다. 가진 것이 별로 없어도 이용요금이 싸서 매력적이고 몇천원만 주면 뜨거운 물, 차가운 물, 마음대로 쓸 수 있고 시설도 깨끗해서 좋고 피곤하면 좀 누워 쉴 수 있는 공간도 있으며 한숨 푹 자고 나와도 나무라는 사람도 없고 특히 좋은 것은 우리에 삶을 고스란히 볼 수 있어 좋다.

일상의 모든 것을 벗고 탕에서 만나다 보니 누가 어떻고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간단한 목례로써 상대를 인정하고 반갑다는 예를 갖춘다. 평상시 모습이 본 모습이라 했듯이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것이 대중목욕탕의 장. 단점일 것인데 간혹 사우나 시설 안에서 눈살을 찌푸리는 행동을 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 각자의 삶이 다르듯 시설을 이용하는 분들도 각양각색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조금은 배려하는 모습이 더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자들은 친한 친구가 되려면 목욕탕에 갈 수 있어야 하고 좋은 사위를 보려면 같이 술을 마시고 목욕탕에 가봐야 알 수 있다는 이야기는 그 사람의 됨됨이와 미래모습을 보고자 함 일 것이다.

남자의 자존심을 열심히 지켜주시는 구두수선 사장님, 멋진 얼굴 망가질세라 폼나게 머리손질하시며 세상사는 이야기꽃을 피우시는 이용원사장님, 몸과 마음의 때를 벗겨주고 피곤함까지 달래주시는 세신사장님, 24시간 내방객 손님을 맞이하느라 피곤하신 접수대 어르신 분들 등등 오늘도 행복충전소인 대중목욕탕은 돌고 도는 물레방아처럼 이웃과 더불어 함께하고 있다.

참 멋지고 소중한 분들이라 앞으로 오래오래 건강한 모습으로 보았으면 한다.

돈을 물같이 쓴다는 말보다는 물을 돈같이 쓴다는 때가 올 것이다. 대중목욕탕 어느 한구석에 구슬피 우는 샤워부스는 없는지 잠깐의 주민의식을 가져봄이 이웃사촌의 정이 아닌가 싶다.

요즘은 아파트 반상회도 없어졌다. 이웃과 소통하는 일이 별로 없어 이웃사촌이 무색하게 되어간다. 지역 주민의 날 행사 등 소규모 축제를 통해 만남의 장을 마련하는 데 부족한 면이 많다.

작은 행복충전소(대중목욕탕)에서 전자의 부족함을 채우고 더불어 살면 행복해지고 나를 낮추고 솔선수범하고 배려하는 삶 속에서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때수건을 건네며 어느 노신사가 등을 밀어주시란다. 부끄러운 듯 서로 등을 밀어주며 사이를 돈독하게 만들고 정과 사랑이 넘치는 작은 행복충전소(대중목욕탕)을 그려본다.

박종완<계성 이지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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