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값은 끝없이 추락하는데, 치킨 가격은 고공비행중
닭값은 끝없이 추락하는데, 치킨 가격은 고공비행중
  • 황의영
  • 승인 2015.11.05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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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암 희한하네요? 닭값이 떨어지는데 왜 치킨값은 오르나요?” “너무 비싸요, 솔직히. 두 번 시켜 달라고 하면 한 번밖에 못 시켜줘요.” “주문을 하기 전에 늘 망설이게 돼요. 치킨이 국민 간식이란 말도 이젠 다 옛말이 됐어요.” “치킨이 먹고 싶어도 참거나, 정 먹고 싶으면 전통시장의 저렴한 통닭집을 이용하고 있어요.” “예전엔 만원 초중반 정도 했었는데, 요즘엔 거의 2만원 정도 하니까요.” “해도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닌가요? 원료값이 하락하는데 제품값이 오르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이것이 도대체 어느 나라 경영인가요?” 요즘 치킨 소비자들이 뿔이 나도 단단히 났다.

소비자들의 불만처럼 생닭값은 매년 떨어지는 데 반해 치킨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지난 10월 2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대한양계협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산지 닭(1.6kg)가격은 2010년 평균 1,899원이었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1,627원이다. 5년 전에 비해 14.3%나 떨어졌다.

 프랜차이즈(Franchise) 치킨은 주로 9~10호 닭을 사용하고 내용량은 평균 724g이어서 실제 치킨 한 마리에 대한 닭값은 1,000원 정도라는 것이 물가감시센터의 분석이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치킨값은 업체별로 다르긴 하지만 한 마리당 1만 8,000원에서 1만 9,900원이다. 닭값이 1,000원 드는데 기름에 튀겨낸 치킨 값이 2만원에 가깝다니 누가 이를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프랜차이즈 업체는 이렇게 팔아도 남는 것이 없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장사하는 사람이 원가를 정확히 밝히는 사람이 없겠지만, 그들이 말하는 원가를 보자. 먼저 원재료 가격은 생닭 5,000~5,500원, 튀김유 800~1,000원, 시지닝 600~1,000원, 튀김가루·반죽 등 300~500원, 치킨무·소금·소스·음료 1,000원, 포장 600~1,000원 해서 원료비가 8,300~1만원이란다. 기타 비용은 인건비·임차료·감가상각비·가스비·전기료·대출금 등 5,500~6,000원, 배달업체 수수료 350~2,000원 해서 합계가 5,850~8,000원이어서 총원가가 1만 4,150~1만 8,000원이라고 한다.

 그러나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산지에서 1,500원 하는 육계는 도계(屠鷄)과정 등을 거쳐 3,100~3,200원 정도에 프랜차이즈 업체에 납품되고, 업체는 이를 5,500원 정도에 가맹점에 판매하는 것으로 조사돼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통마진을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수도권의 한 치킨 가맹점 업주는 “최종 치킨가격에는 가맹점의 인건비와 임대료 등이 포함되는데, 여기에서 35% 정도를 프랜차이즈 본사가 브랜드비 명목으로 가져가는 게 문제”라고 한다.

 치킨값이 2만원일 경우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져가는 브랜드비가 7,000원이나 된다는 얘기다. 닭고기 구입비 5,500원에 브랜드비 7,000원 등 1만 2,500원을 제하고도 점포 임대료, 인건비 등을 제하면 남는 것이 없다는 게 가맹점의 입장이다. 하지만 생산자와 소비자단체는 최근 산지 육계값 변동추이와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재무제표를 분석하고 프랜차이즈 업체에 치킨값 인하를 경력히 요청하고 있다. 실제 소비자단체 조사에 의하면 주요 치킨 프렌차이즈 업체 8곳 중 6곳의 영업이익률(2014년 기준)이 일반 제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보다 높은 5%를 상회하였고 32.2%에 달하는 업체도 있었다.

1,000원짜리 생닭을 튀겨 2만원에 팔고 있는 것을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가 어떤 변명을 하더라도 이해할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원재료 공급가격과 가맹점 브랜드 수수료, 광고홍보비, 영업이익 등을 줄여야 한다.

 소비자들이 치킨을 부담없이 국민간식으로 사먹을 수 있도록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 육계를 생산하는 농민들에게는 적어도 생산원가와 적정이윤을 보장해줘서 그들이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치킨집이 아무리 많고 돈을 많이 버는 ‘노다지’라고 하더라도 원료인 생닭이 공급되지 않는다면 장사를 계속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한계점을 넘어 공기가 주입되면 풍선이 터지듯 양계농가가 손익분기점(損益分岐點) 이하에서 농사를 계속 지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들이 모두 도산하게 되면 그때는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 치킨 프렌차이즈 업체는 치킨가격문제를 뭉개며 구렁이 담 넘어 가듯 어물쩍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비용을 절감하고 합리적 경영 등의 노력을 통해 가격을 내리는 적절한 가격정책을 반드시 펼쳐야 한다. 황금에 눈이 멀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는 우(愚)를 범해서는 결코 안될 것이라 생각한다.

황의영<전북대학교 무역학과 강의전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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