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으로부터]<3> 모스크바에서 온 편지
[동방으로부터]<3> 모스크바에서 온 편지
  • 심홍재
  • 승인 2015.11.05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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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흘 하고도 아홉 시간을 달리던 기차는 점심때가 다되어 러시아의 심장부인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다행스럽게도 플랫폼에서 밖으로 나가는 길이 휠체어가 지나가기에 불편함이 없어 보여 한시름을 덜었지만 정작 미리 예약을 해둔 호스텔에 도착해서 크나큰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주소는 분명한데 그 호스텔이 폐업이란다. 부랴부랴 옆에 있는 다른 호스텔을 직접 예약할 수 있었지만, 외국인 등록비용을 포함해 추가 비용이 2배가 발생했다. 여장을 풀고 있는데 서연이가 방을 따로 쓴다 한다. ‘참 어지간하구나’라는 생각도 들지만 어쩌랴.

여장을 풀자마자 외출을 나선 석환형과 서연이가 밤이 되어 돌아왔다. 그리고 막 눈을 붙였을까? 서연이는 문을 열고 잠을 깨운다. 같이 방을 쓰고있는 여자의 향수 냄새가 너무 강해 불편해 잠을 못이루겠다며 안내데스크의 연락처를 달란다. 그럴 바에는 식구들이랑 한 방에서 쉬자고 하니, 이쪽에 와서는 또 전기 코드부터 찾는다. ‘에휴~.’딴 사람이 코를 골아서 같이 못 자겠다던 사람이 오늘은 그녀가 먼저 코를 곤다.


아침이 힘들다. 간밤에 방진이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발에 쥐가 나는 등 몇 번을 자다 깬 이유다. 아침부터의 안개비가 저녁까지 바람을 몰고 온다. 일찌감치 외출에 나선 몇몇은 저녁 열 시가 되어서야 숙소에 들어왔고, 난 그사이 원고 정리해서 메일을 보내려는데 용량이 큰 탓인지 계속 전송을 해보지만 오류가 나고 만다.

아르바트 거리에서 있을 행사를 위해 소품을 챙기고 수화물 센터에 맡길 짐들을 들고 역으로 향한다. 휠체어 때문에 방진이를 비롯한 몇몇은 아르바트 거리로 먼저 가서 장소 물색을 하기로 하고 광해형, 인이와 나는 짐을 맡겨 놓기 위해 역으로 향했다. 수화물 보관비가 복병이다. 매번 수화물을 맡겨야될 상황인데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보관비를 나누자는 일이 화를 부르니 어쩔 수 없이 내가 부담하기로 하고 덮는다.

아르바트 거리는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서로 도와가며 행사를 준비한다. 바닥에 깔린 천에 4개 국어로 행사 타이틀을 적고 롤 한지를 깔아 러시아어로 행사를 알리는 글과 통일을 염원하는 메시지를 적어 달라는 글을 적고 행사는 시작됐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하나씩 모여들기 시작하며 행사는 고조에 달했다. 그중에 키르키즈크스탄에서 왔다는 한국인 2세 여성이 아버지가 한국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해주셨다면서 다가왔다. 한국말을 못하는 것이 조금은 아쉬웠지만 그는 열심히 행사를 도왔다.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글들이 모스크바에서도 빼곡히 채워져 가고 있다.

심홍재 ‘동방으로부터’여정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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