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대통령은 역사를 만들고 나쁜 대통령은 역사책을 바꾼다
좋은 대통령은 역사를 만들고 나쁜 대통령은 역사책을 바꾼다
  • 최은희
  • 승인 2015.11.04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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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중고교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국민 반대여론이 날로 거세지고 있는데도 이 정부는 귀를 닫고 국민의 뜻을 외면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급기야 오는 2017년부터 역사교과서를 현행 검정교과서에서 국정교과서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하고 나섰으니 박근혜 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치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동안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특별위원회는 국민의 반대서명이 담긴 1만 8천부, 총 40여만 명의 의견을 정부에 전달하였으며, 100만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각계각층의 전문가 및 학자는 물론 팔순의 어르신까지 손 글씨를 써서 반대의견을 제출하고, 해외의 유학생들도 한국 민주주의를 구하자며 반대 시위에 나섰다고 하니 국민의 전반적인 뜻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현재의 역사교과서가 좌편향되었다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국정화만이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인양 주장하고 있다.

세계에서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고 있는 나라는 북한, 이라크, 시리아 등의 소수 국가에 불과하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마저도 역사교과서는 검정으로 실행하고 있다. 그만큼 역사기록에 관해서는 권력의 중립과 배제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느 정권이 자신들에 불리한 기록을 남기고 싶겠는가.

찬란한 세계문화유산이자 우리 민족의 자랑인 조선왕조실록이, 500년간이나 세세하고도 사실적으로 기록될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사관의 철저한 독립성 덕분이었다. 또한 왕은 결코 자신의 기록을 살필 수 없도록 하여 감정적으로 수정되거나 편향되지 않도록 하였다. 이것이 흐트러질 경우 사화와 같은 정치계의 파란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조선 정권은 이를 확실히 보호하였다. 역사의 중요성과 위험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려는 움직임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73년 박정희 정부가 국정교과서 전환 발표를 한 바 있다. 치 떨리던 유신정권의 공포정치와 억압 아래 역사관과 이념마저 획일화하려 했던 그 반민주적 음모가 오늘날 다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올바른 역사교육을 운운하지만, 그들이 친일이나 독재와 같은 역사의 상처를 왜곡하거나 합리화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 정부만이 올바른 역사를 기술할 수 있다는 주장부터 어불성설(語不成說)임이 분명하다.

두려운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건들의 연결과 편향된 편집의도로 지배되는 국민들의 시대정신이다. 역사는 물론 시대에 대한 가감 없는 비판과 날카로운 시선이 사라지면, 그 사회는 죽은 사회다. 그 암흑을 예고하는 민주주의의 위기가 이미 시작된 셈이다.

국정화 교과서 고시확정을 지켜보면서 우리의 역사가 거꾸로 되돌려지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며 역사교과서를 둘러싸고 빚어지는 양분된 국론과 갈등이 할 말을 잃게 한다. 어려운 나라 경제를 살리고 취업난에 시달리는 우리 자녀들의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마당에 느닷없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을 들고 나오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훗날 역사적 평가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할 뿐이다.

정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하나의 역사’를 가르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독재의 역사도 미화하겠다는 발생이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나 판단이나 평가는 무시하겠다는 발상이다. 정말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역사는 국가가 교육을 통해 강제할 수 없다는 사실에 우리는 모두 공감하고 있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며 교육과정 개악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우리의 헌법 정신에도 배치되는 국정화 반대 요구가 들불처럼 번지는데도 이 정부는 이를 끝까지 외면하는 역주행을 거듭해가고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국민의 뜻과 민주주의 정신을 위배하는 일방적 정책 추진을 중단하여야 한다. 또한“좋은 대통령은 역사를 만들고 나쁜 대통령은 역사책을 바꾼다”는 촌철(寸鐵)의 말을 되새겨보기를 간곡히 바란다.

최은희<전북도의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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