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력이 자초한 청년실업률 증가
고학력이 자초한 청년실업률 증가
  • 이한교
  • 승인 2015.11.03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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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4년제 대학 재적생의 계속된 증가가 사상 처음 감소하였다는 보도가 있었다. 학령(學齡)인구 감소에 따라 발생하는 자연현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으나 고학력 과다 배출에 따른 취업난과 사회 인식이 변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처럼 고학력에 대한 인식변화는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 수시모집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차 모집에서 학과 지원자 중 14% 정도가 4년제 또는 전문대 졸업자이거나 중간 포기자였다. 지원 동기는 자신이 선택한 대학의 학과에 대한 취업 전망이 불투명해서라는 게 주된 이유였다. 한국 전문대학교 교육협의회의 자료에 의하면 4년제 대학을 졸업 후 전문대학에 다시 입학하는 U-turn 족이 2012년 1,253명, 2014년 1,283명, 올해는 1,379명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4년제를 중간에 포기하고 제 입학하는 통계는 집계조차 안 된다고 발표하고 있다.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지게 된 원인은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 또는 학과를 졸업해도 마땅히 취업할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고학력이라 할 수 있는 일반대학(4년제) 재학생 수가 1970년에 14만 명, 1990년에 104만 명, 2012년엔 202만 명으로 늘어나게 된 아마 전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필자가 보기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실패한 정책이라고 본다. 결과적으로 청년실업은 심화하였고 사회적인 갈등이 깊어지면서 경제성장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고 본다. 뒤늦게 문제 해결을 위해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을 지급하고도 그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대학의 유턴 족이 4년간 3,857억 원을 허비하고 있다는 보고가 나와 있다. 또한, 매년 천문학적인 사교육비를 줄이고 청년실업도 해결해 보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 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해 강력한 행정력으로 바로잡으려 해도 사회에 미칠 파장과 정치적인 입지를 고려하다 보니 손을 쓸 수가 없는 무거운 짐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손 놓고 보고 있을 수만 없는 문제가 암처럼 계속 번지는 마당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본다. 모든 조건을 충족하길 기대하기보단 미래를 염두에 두고 그 해결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인제 와서 부실 대학을 정리하려니 주변 상권 보호를 내세워 지역 주민이 반발하고, 대학 차원에서 부실대학 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를 거론하거나, 그 지역의 특정 정치인의 입지 차원에서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아무리 강력하다 할지라도, 정부는 사학 비리에 대한 칼날이 무뎌지거나 부실대학 정리에 대한 의지가 단호하지 못하면 결국 학생과 학부모에게만 피해 보게 하는 것도 모자라, 한 나라의 장래를 어둡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대학이 재정 지원 감축에도 정원을 줄이지 않는다고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말하지 말고, 원칙과 일관성 있게 국민의 공감을 얻어내 국민의 힘으로 서둘러 대학 구조조정을 앞당겨야 한다. 늦어질수록 사회적인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고학력으로 방황하는 청년이 늘어날 뿐이다. 이들은 더 좋은 일자리를 찾겠다는 생각으로 재수하고, 졸업을 미루고, 고시원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게 될 것이다.

 필자는 반문하고 싶다. "1970년도보다 약 15배에 이르는 4년제 대학생을 늘려서 사회가 안정되었는가? 아니면 기술의 경쟁력이 향상되었는가."하고 말이다. 물론 긍정적인 면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얻은 이익보다 잃은 게 더 많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우리 경제가 세계 10위권에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은 고학력이 늘어서가 아니라, 우리 선조들이 뿌린 땀과 피의 결과물이라고 본다. 현재 이를 이어받아 18년 동안 문턱을 오르지 못하는 3만 불 시대를 넘어야 할 젊은이들의 방황을 하루속히 멈추게 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청년실업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다고 본다. 그때가 1990년도 시작이다. 바로 이때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결해주기 위해 해외에서 저비용 기능 산업 요원을 들여올 것이 아니라, 갑자기 대학의 신증설을 허가해 줄 것이 아니라, 이 경비로 중소기업의 작업환경을 개선해주고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를 줄여주는데 집중투자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아있다. 현재 중소 산업현장에 젊은이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작업환경이 열악하거나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가 심회되었다는 말이다. 이 문제는 뿌리 산업을 이끌어 갈 젊은이를 현장에서 떠나게 하거나 외면하게 하였다. 고학력인 우리 젊은이가 갈 엄두조차 못하는 사이 그 일자리를 외국인 근로자에게 다 내주었다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우리 젊은이는 땀과 기술의 가치를 잃어가고 있다. 반면 원하면 4년제 대학을 졸업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지만, 졸업 후 취업을 못해 전문대로 유턴한 비율이 3년 새 25%가 넘어서고 있다. 이를 방치할 수는 없다. 이대로 두면 청년실업률은 점차 증가할 것이고, 사회적인 더 큰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이한교<한국폴리텍대학 김제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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