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사무감사에 관한 단상
행정사무감사에 관한 단상
  • 심형수
  • 승인 2015.10.29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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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부에 대한 국회의 국정감사가 끝나게 되면 지방정부에서는 행정사무감사가 시작된다. 전북인재육성재단이 속해있는 행정자치위원회의 금년도 행정사무감사는 11월 10일부터 시작하여 11월 20일까지 총 11일간에 걸쳐 진행될 계획이라 한다. 작년도에 처음 치른 행정사무감사를 바탕으로 지방의회의 국정감사라 할 수 있는 행정사무감사에 대해 느낀 점을 간략히 적어 보기로 하자.

 일반적으로 국정감사 기간에는 전 피감기관이 자료준비나 감사 당일 질의·응답에 엄청나게 많은 노력과 곤욕을 치르게 된다. 과거 국정감사업무를 담당해본 적이 있는지라 처음 겪는 지방의회의 행정사무감사는 아무래도 국정감사보다는 약하겠지 예상했었다는 것이 나의 솔직한 표현이다. 그런데 작년도 처음 행정사무감사를 수감해 본 나의 소감은 지방의회의 행정사무감사가 국회의 국정감사보다도 감사의 강도가 훨씬 세다는 것이었다.

 물론 피감기관의 규모나 성격에 따라 감사의 강도가 달라지는 것은 사실이다. 전라북도의 지원을 받는 전북인재육성재단에 소속되어 있는 우리장학숙은 힘겨운 감사를 받을만한 위치에 있는 기관이 아니다. 다만, 감사 기간에 타 중요기관이 감사를 받는 모습을 보니 감사에 임하는 지방의회의 의원들의 열의나 수준이 결코 국회의원 못지않더라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구조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국회는 여당과 야당의원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첨예한 문제가 대두되면 양측 간의 다툼으로 번지기 때문에 피감기관의 입장에서는 한숨 돌릴 여유가 생긴다. 특히 대부분의 수감기관은 다수의원이 포진해 있는 여당이 감싸주는 편이다. 반면 지방의회에서는 특히 전북처럼 거의 일당체제로 구성된 도의회 의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집행부, 즉 피감기관을 몰아붙임으로써 곤욕을 치르게 한다.

 둘째 국회의원에게는 보좌관이나 비서관 등 업무보조요원이 최대 9명까지 소속되어 있어 과거 본인이 국회업무 담당 시에는 문제 사안에 대하여 국회의원 자신이 직접 파악하기보다는 보좌진의 도움에 의존하기 때문에 핵심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지방 도의원들은 위원회별로 업무지원부서가 있지만, 개별적으로 업무를 보좌해주는 요원 없이 문제 사안을 본인이 직접 파악하고 챙기기 때문에 문제의 핵심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국정감사 때 발생하는 예상 질의 답변을 사전에 서로 주고받는 행위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셋째 국정감사는 피감기관이 다양하고 방대한 데 반하여 행정사무감사는 이미 지역사회에서 충분히 알려진 기관 소수를 대상으로 하는 데다가 각종 혈연 및 학연으로 얽혀진 지방의 인간관계적 특성상 조직 내부로 부터 필요정보를 지득할 기회가 많기 때문에 감사관, 즉 도의원들의 입장이 월등하게 우위에 선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행정사무감사의 목적이다. 지방자치법 41조 및 관련 법규 등에 따르면 소관 행정사무감사를 통하여 도정운영의 정확한 실태 파악 및 잘못된 부분의 시정으로 도정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행정사무감사의 목적이라 되어 있다. 쉽게 표현하면 행정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있는지 도의회가 감사하여 전라북도의 발전을 도모하는 게 행정사무감사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비록 시행기관 및 감사기관으로서의 입장 차이는 있겠지만, 행정사무감사의 목적 및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관이나 소속되어 있는 지역사회의 동질성 등을 고려해 볼 때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는 우리 전라북도의 행정기관이나 도의회는 서로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행정사무감사를 잘 활용하여 비효율적인 낭비요소를 줄이고 우리 전라북도의 살림살이가 더 윤택해질 수 있도록 하자는 데에는 감사기관인 도의원이나 피감기관간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무엇보다도 불필요한 고성이나 다툼으로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는 일은 발생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적절한 예일지는 모르겠으나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부모 충고를 제대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비결은 호통을 치는 것보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적절한 대안을 제시해 주는 것이라 한다. 함께 힘을 모아 발 벗고 뛰어도 모자랄 우리 전라북도의 실정을 생각해 볼 때 보다 세련되고 효과적인 행정사무감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적어본 생각이다.

 심형수<전라북도 서울장학숙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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