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고속철 양극화 해소해야
호남고속철 양극화 해소해야
  • 전정희
  • 승인 2015.10.26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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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남고속철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 4월 2일 호남고속철 개통으로 전국을 반나절 생활권으로 바꿔놓았지만, 선로 주변지역 주민들은 극심한 소음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소음기준 60데시벨(DB)이 넘지 못해 방음벽이 설치되지 않은 곳이 자그마치 170곳이 넘었다.

현행 소음·진동관리법에 따르면 주간 65데시벨, 야간 60데시벨이 넘어야만 방음벽을 설치할 수 있다. 고속철도가 지나갈 때 측정된 최고소음도와 고속철이 지나가지 않을 때 측정된 배경소음도를 낮시간대 2시간, 밤시간대 1시간을 측정해 평균값을 적용하고 있다. 이런 등가 소음도가 소음피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는 소음피해 정도를 현실에 반영하기 위해 지난 6월 30일 소음·진동 공정시험 기준을 개정하였다. 열차의 최고소음도와 배경소음도의 차이가 클수록 철도소음도 평균값에 최대 4.8데시벨까지 추가 적용하기로 했다. 이 개정기준을 적용할 경우 호남고속철 소음피해지역의 60% 이상이 방음벽 설치 대상에 포함된다.

그런데 문제는 단서조항이다. 신설·개량되는 노선부터 일일 통행량이 30대 미만인 경우에만 보정 값을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에 호남고속철은 해당사항이 없다. 국회에선 지난 국정감사에서 국토부와 철도시설관리공단을 상대로 개정된 소음진동 공정기준의 단서조항을 삭제하고 호남고속철 소음기준에도 보정값을 적용해 방음벽을 설치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철도시설관리공단측은 소급적용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소음기준이 60데시벨 이하인 경우에도 방음벽이 설치된 사례가 있었다. 학교보건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교사 내 소음기준은 55데시벨 이하를 유지하게 되어 있다. 이 기준에 따라 2개소 교육시설 주변에 방음벽이 설치되었다. 게다가 기존 호남선 구간에 방음벽이 설치되었던 9군데 주거지역에도 호남고속철이 병행되면서 환경영향평가시 예측소음도가 60데시벨 이하인데도 방음벽이 설치되었다.

교사내 소음은 55데시벨 이하를 유지하도록 하면서, 주거지역은 60데시벨로 정한 것은 명백한 차별이다. 수면권은 학습권보다 더 우선되어야 할 기본권에 해당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호남고속철 주변지역도 소음기준을 교사내 기준으로 낮추거나 일일 통행량과 상관없이 밤시간대 최고소음도와 배경소음도의 큰 차이를 고려해 보정값을 적용해 방음벽을 설치해야 할 것이다.

호남고속철 주변지역에는 자정까지 고속철이 운행된다. 이때 최고소음도는 80데시벨이 훌쩍 넘는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되는 굉음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철도시설관리공단은 자정 이후에 수면을 취할 수 있다는 식으로 방음벽 설치 의무를 회피하고 있다. 게다가 2016년 말 수도권 고속철이 개통되면 운행횟수 증가로 호남고속철 주변지역의 등가 소음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방음벽 설치가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철도 당국의 고속철 사업은 개발독재시대의 공공사업과 닮은꼴을 하고 있다. 공익사업을 이유로 피수용자의 기본권과 재산권에 대한 배려는 없고, 오직 경제성장만을 고려했던 것처럼 일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정부는 철도나 전력 등 경제성장의 기반시설을 구축하면서 더 이상 주민들에게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호남고속철 개통으로 인한 이익을 철도 소음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주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전정희<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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