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정상화·교원평가체제의 간소화 방안 우선 되어야
공교육 정상화·교원평가체제의 간소화 방안 우선 되어야
  • 이상덕
  • 승인 2015.10.2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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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부는 “교원의 평가 부담을 줄이고 학생지도를 잘하는 교원이 우대받는 학교문화를 조성하고자 한다”며 ‘교원평가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에 의하면 2010년부터 실시된 교원능력개발평가는 현 제도를 개선?유지하게 되었다. 현재 교원능력개발평가는 학생 및 학부모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초등학생 만족도 조사는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어 폐지되었다고 하지만, 중?고등학생 만족도 역시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모 학교에서 학생 한두 명이 담임교사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반 친구들을 선동하여 교원만족도 조사에서 일부러 최하점을 주었던 일도 있었다. 학생들이 만족도 조사를 무기로 교사에게 간식거리를 사달라고 요구하거나, 자신들이 좋아하는 체육활동, 자유시간, 수업 중 영화감상 등을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나고 있다.

학부모 만족도 조사의 경우도 신뢰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각급 학교에서 학부모 만족도 조사 참여율은 10% 이하에 그친다. 학부모가 평가 대상인 교사 모두를 파악하기 어렵고, 교사에 대한 정보도 자녀를 통해 들은 이야기가 대부분이라 왜곡된 정보가 다수 포함될 수 있다.

평가 방법에도 문제가 있다. 직장 생활을 하는 학부모는 컴퓨터를 활용한 평가 방법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으나, 몇몇 학부모는 평가를 하고 싶어도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아 평가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또한, 평가 문항수를 많이 줄였다고 하지만 중등의 경우 교과마다 교사가 다르기 때문에 처음 몇 명은 깊이 생각하고 평가하지만 나머지 교사들은 대충 클릭하고 넘어가 버리는 경우가 많다.

교사 간 상호평가의 경우 선심성 평가로 평가 결과에 대한 신뢰성이 낮아질 수 있고, 교사들은 다른 교사보다 상대적으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연수 시수 등 실적 쌓기에 급급해진다. 단기간에 연수시간을 채워주는 원격연수원의 배만 불려주는 셈이다.

1년이 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의 교육 효과에 등급을 매기는 평가. 아이들의 성장과 교육활동이 다년에 걸쳐서 진행되는 것을 감안하면, 짧은 시간동안 그 효과를 평가할 수 있을까?

학생 및 학부모 만족도 조사의 경우 평가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 주관적인 경향이 반영되어 객관적인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 교사들이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학생이나 학부모의 눈치를 보는 데 힘쓰기보다,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소신껏 노력할 수 있도록 평가방법이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부의 이번 발표에 의하면 교원평가제도가 기존 3가지 평가체제에서 ‘교원업적평가’와 ‘교원능력개발평가’ 2가지로 간소화된다. 기존의 교원근무성적평정과 교원성과상여금평가가 통합된 것이다. 또한 학교별로 서열을 내던 학교성과급제도가 폐지되었다.

근무성적평정과 교원상과상여금평가가 단순히 통합된다고 하여 평가체제가 간소화 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평가위원이 달라지기 때문에 학교는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간소화를 명목으로 통합시킨 이번 평가체제로 인하여 인사이동 및 승진, 개인성과급까지 3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 교원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고, 학교와 교육은 점차 붕괴할 것이다. 교원이 서로 협력하고, 학교가 더 이상 경쟁이 아니라 모두가 힘을 합쳐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함께 노력할 수 있도록 하는 ‘평가체제의 진정한 간소화 방안’이 필요하다.

이상덕<전북교육장학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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