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으로부터]<1> 블라디보스톡에서 온 편지
[동방으로부터]<1> 블라디보스톡에서 온 편지
  • 심홍재
  • 승인 2015.10.22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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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으로부터 여정단은 지난 10월 5일 블라디보스톡 해안변에 공원으로 조성된 거리에서 현지 주민들과 함께 통일염원의 메시지를 담은 플래시 몹 행사를 진행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동방으로부터’여정단(단장 심홍재)이 길을 나선지도 벌써 3주가 지났다. 순수 문화예술을 통해 분단된 조국에 통일의 길을 열어가는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로 떠난 여정단. 그렇게 기차로 실크로드를 가르는 여정길에 서로 다투기도 하고, 얼굴을 붉히는 일도 잦았을 테니 단원들의 몸과 마음도 지쳐가고 있을 터다. 이에 따라 본보는 응원의 마음을 담아 그들의 발걸음을 뒤쫓아 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2015년 10월 5일. 이른 아침 발걸음을 서둘러 공항으로 갔었는데도 같이 움직이는 소품을 비롯한 홍보용 리플릿 등의 짐들이 많아 애를 먹었다. 화물 추가요금이 20만 원이나 나올 정도였다. 그만큼 이번 여정에 모든 단원들이 열의를 갖고 있다는 증거다. 하늘을 가르며 비행기는 이륙했다. 비행기 창밖으로 향한 저 마다의 얼굴에서 여러 표정들이 겹쳐 보이는 것은 아마도 내 머릿속의 복잡스러움 때문일 것이다.

네 시간여를 날아 도착한 블라디보스톡의 하늘은 청명한 쪽빛으로 반기고 있었고 짐을 공항 주차장으로 옮긴 후 바로 현수막을 펼치며 해외 여정의 첫 인증샷을 찍는다. 서로의 얼굴에는 결연함이 가득하다. 나도 굳게 마음을 다져 본다.

▲ 블라디보스톡 공항에 도착한 후 바로 현수막을 펼치면서 해외 여정의 첫 인증 사진을 찍으며 다시 한 번 다짐하는 동방으로부터 여정단

서두르는 마음은 우려가 된다. 촬영 후 짐을 3대의 택시에 나눠 타고 출발해서 얼마나 갔을까. 한 사람이 차에 타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다시 공항으로 가서 픽업했다. “예행연습 제대로 했네”라고 위로 삼는 말을 던지긴 했지만 긴 한숨이 나온다. 실은 부산에서 출정식을 마치고 왔을 때에도 루게릭을 앓고 있는 단원의 십자보조지팡이를 주차장에 두고 왔다가 다시 돌아간 일이 있었음에도 또 이러한 일이 생기니 대략 난감하다.

숙소에 짐을 두고 곧바로 플래시 몹을 위한 소품을 챙긴다. 이곳에서는 1박이기 때문에 도착하자마자 행사 준비를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블라디보스톡 해안변에 공원으로 조성된 거리에서 현수막을 걸고 준비를 하는데, 몇몇 사람들이 관심을 보인다. 리플릿을 건네주며 행사의 취지를 설명하고 플래시 몹에 같이 참여해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메시지를 적어 달라 부탁을 하니 흔쾌히 받아들이며 동참한다. 어린 꼬마 아이들이 참여해 부모들의 흥까지 돋운다.

다음 날. 9시가 조금 넘어 숙소 대표가 왔다. DHL로 짐 일부를 베를린으로 보내려 한다니 알아보고 연락을 준단다. 휠체어에 바람을 넣어야 한다고 택시로 나가는 길에 타이어를 수리하는 집에 들러 달라는 부탁도 빠뜨리지 않았다. 중간에 바람이라도 완전히 빠지면 보통 낭패가 아니기 때문이다.

블라디보스톡 젊음의 거리 쪽에는 힐링하러 나온 사람들이 제법 많아 보인다. 우리는 지나가는 곳곳에서 즉흥으로 이벤트를 만들며 행사의 홍보를 하고 있었는데, 역시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며 주변으로 자리를 잡아 앉는다. 집시풍의 젊은 친구가 빅토르초이(한국계의 유명한 뮤지션) 이야기를 꺼내며 직접 만들었다는 본인의 기타로 빅토르초이의 음악이라며 들려준다.

가까스로 열차에 올랐다. 방진씨(루게릭 퍼커션)를 휠체어에 태워 리프트로 내려가기로 했는데 리프트가 고장인 모양이다. 배낭 두 개와 앞 가방, 노트북을 들고 메고 낑낑대며 역 골목길을 돌아 철도를 건너 플랫폼으로 가는 중에 이미 옷은 흥건하게 젖고 있는데 우리가 타야 할 열차 칸이 앞쪽에 있다 보니 짐을 옮기는 데 일이 많다. 어렵게 짐을 올리고 열차 의자 밑과 열차의 중간 통로를 이용해서 짐을 몰아넣고 패트병에 몰래 담아 온 보드카를 햄 안주로 한 잔씩 나누고는 몸을 누인다. 칠흑 같은 어둠 사이로 열차는 밤에서 새벽을 향해 하바롭스크로 달린다.

/ 심홍재 ‘동방으로부터’여정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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