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길 오른 임옥남 할머니
이산가족 상봉길 오른 임옥남 할머니
  • 기연우 기자
  • 승인 2015.10.19 1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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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생전 못 볼 줄 알았는데” 60년만에 보는 동생

65년 만에 여동생을 만나러 가는 임옥남(86) 할머니는 설레는 마음에 어젯밤도 잠을 설쳤다. <김얼 기자>

“동생 볼 생각에 설레여서 4일 동안 잠을 못 잤어요”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하루 앞둔 오늘 65년 만에 여동생을 만나러 가는 임옥남(86) 할머니는 설레는 마음에 어젯밤도 잠을 설쳤다. 벌써 오늘이 사흘째다.

지난해 2월 이후 1년8개월 만에 재개된 제20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남측 최종 대상자 중 한 명으로 선정된 임 할머니는 꿈에 그리던 동생을 만나기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19일 오전 7시 30시께 전주시 인후동에 있는 임 할머니 집. 임 할머니는 속초로 떠나기 위한 채비를 하기 위해 아침 일찍 단장에 나섰다. 동생 옥례(82) 씨를 보기 위해 희끗희끗한 머리도 염색하고 멋스럽게 파마도 했다.

거실 한가운데를 차지하는 검은색 큰 짐가방도 눈에 띄었다. 바로 임 할머니가 동생 옥례 씨에게 줄 선물꾸러미다. 북에 있는 동생 주려고 속옷, 점퍼, 내의, 화장품, 비상약까지 자식들을 총동원해 선물을 마련했다.

긴장과 설레임이 가득한 임 할머니는 동생 옥례 씨와 헤어진 사연을 이렇게 털어놨다.

“학창시절부터 영리하고 똑똑해서 공부욕심도 무척 많은 아이였다”며 “중학교에 가고 싶어 아버지를 졸랐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 진학할 수 없게 되자 북한군이 중학교에 보내준다는 꼬임에 넘어가 북한으로 건너 가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옥례가 북으로 떠난 뒤 발견된 일기장 2권에는 공부에 대한 포부와 공부를 하지 못하게 되는 슬픔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며“ 아버지는 그 일기장을 본뒤 나 때문에 옥례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굉장히 괴로워 하셨었다”고 전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동생을 만나게 돼 살아 생전에 소원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는 임 할머니. 임 할머니는 동생을 만나면 “찾아줘서 고맙고 살아 생전에 만나서 정말 기쁘고 반갑다”는 말과 함께 꼭 안아 주고 싶다고 했다.

동생 얼굴을 생각하며 잠시 눈시울이 붉어진 임 할머니는 “동생이 가족도 없이 60년 넘게 홀로 얼마나 외롭게 살았을지 너무 미안하고 생각할수록 가슴이 아프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동생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오전 9시 속초로 향하는 버스 시간이 임박해 오자 임 할머니는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다. 잠시 후 버스가 정차하자 임 할머니는 ‘세월이 많이 지나 동생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까…’. ‘만나는 순간 너무 기뻐서 쓰러지지는 않을까…’ 만감이 교차한 표정으로 버스에 올랐다.

임옥남 할머니는 “꿈에 그리던 동생을 만나게 됐지만 기쁨과 설레임보다는 또다시 북에 혼자 두고 올 생각에 벌써부터 슬픔이 밀려온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번 남북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적십자 실무접촉을 통해 최종 성사됐으며 이날 강원도에서 집결, 다음날인 20일부터 3일간 단체 상봉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기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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