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전의 은행나무에 기대어
경기전의 은행나무에 기대어
  • 김항술
  • 승인 2015.10.18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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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도(意圖)를 오도(誤導)하는 것은 참으로 쉬운 일이다.

정부가 좌편향된 근현대사의 오류를 바로 잡기위해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기로 했다.

의도는 말 그대로 ‘좌편향된 역사교과서의 근현대사 오류를 바로잡는 일’이다. 그러나 오도가 무성하다. ‘역사를 획일화해 집권세력의 입맛에 맞게 조작한다’는 식이다.

한 나라의 역사에는 그 나라의 변천과 흥망의 과정이 모두 녹아 있다. 관점에 따라 둥글게도 보일 수 있는 것이고, 또 모나게 보일 수 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배우고 익히는 어린 학생들의 ‘교과서’라는 점이다.

교과서이기 때문에 다양성도 존중되어야겠지만, 무엇보다 보편적이고 공통적인 사회적 합의가 그 안에 담겨야 한다.

교육의 가치는 오늘의 노력으로 미래를 창조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교육은 신체 일부가 되고, 기억에 남아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는 인격체가 되는 것이다.

이런 창조의 과정에 이미 낡고 편향된 이념의 이입 시도는 아무런 득이 없는, 무책임하고 사회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는 위험한 발상이다.

달을 보라며 가리키는 손가락을 두고, 손가락이 이렇다저렇다 하는 것은 참으로 무의미한 일이다.

마찬가지로 역사교과서 편향성을 바로 보자는 ‘의도’를, 역사를 조작하려 한다고 ‘오도’하며, 사회 전반을 갈등과 이념 대결의 도가니로 선동하는 것은 본질을 벗어난, 우리를 피곤하게 하는 일이다.

다 함께 참여해 보편적이고 타당한 역사적 시각을 교과서에 담아내면 그뿐이다.

오도하는 이들은 비록 다양성을 말하지만, 그들의 다양성은 이미 좌편향된 카르텔일 뿐이다. 더불어 제도권의 검증체계와 절차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그들의 카르텔로 무력화된 지 오래다.

최근 서용교 의원이 발표한 교육부 국정감사 보도자료에 따르면 현행 교과서 집필진에는 국보법 폐지와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한 모 종교인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민족문제연구소를 비롯해 전교조, 전국역사교사모임 등 일부 편향된 필진이 참여했으며, 전 출판사에 걸쳐 그들만의 역사교과서 만들기 카르텔이 형성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때문에 역사교과서에 대한 오류를 바로잡으려는 정부의 노력은 번번이 이들 집필진에 의해 무시되었고, 의도치 않게 법적 분쟁으로 또 비상식적이며 소모적인 지루한 논쟁으로 비화되었다.

결국 학문적 연구를 통한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노력 대신, 법원의 판결문에 의지한, 역사교과서가 가져야 할 정체성은 사라지고, 오류 가득한 ‘다양성’만 남게 되었다.

생각해 보자. 스마트폰이며, 개인용PC, 인터넷 등 각종 IT기기가 눈만 돌리면 있는 세상에, 어떻게 역사를 조작할 수 있겠는가. 또 조작된 역사교과서가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에게 어떻게 신뢰로 다가설 수 있겠는가. 오도하는 분들조차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오히려 보편적이고 타당한 역사교과서를 만들겠다는 ‘의도’에 ‘오도’된 정치적 계산을 입힘으로써, 스스로 무리한 주장의 틀에 갇혀버린 것이다.

역사교과서를 두고 벌어지는 논란도 그렇지만, 최근 전북의 현실을 보면, 더욱 암울하다. 얼마 전 전북의 교육을 책임지는 수장은 도내 학생들의 삼성취업을 금하는 발언을 하더니, 전북의 정치인들은 국정질문에서 입을 모아 삼성이 전북투자를 외면한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그런가 하면 기분 좋은 소식도 있다. 전주시가 기초지자체 공모채 발행의 혁신으로 열악한 지방재정을 68억원이나 아꼈다고 한다. 칭찬할 일이다. 돌비석이라도 세워 후대에 알리고 싶은, 이런 것이 기록이 되고 ‘역사’가 되어야 한다.

새벽바람에 [어진]모신 경기전을 돌아보며 문득 생각이 난다.

허구를 조장하여 이해득실이나 바라보는 교육자나 정치인들에게, 오늘은 원근을 떠나서 꼭 한 번 전주시 방문을 권하고 싶다.

김항술<새누리당 전북도당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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