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오페라단의 텐 테너스 콘서트
호남오페라단의 텐 테너스 콘서트
  • 송종건
  • 승인 2015.10.16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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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 시대 우리나라 최고의 테너들을 초청하여 주옥같은 연주를 펼치고 있던 호남오페라단(단장 조장남)의 ‘텐 테너스 콘서트(Ten Tenors Concert)’가 지난 10월 11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있었다. 제15회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던 이날 공연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연주도 좋았지만, 특히 마지막 앙코르 연주에서 이날 연주자 10명이 - 이날 특별 출연한 소프라노 신승아까지 합치면 11명이 된다 - 함께 무대에 서서 번갈아가며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 중 칼라프 왕자의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부르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이들이 한꺼번에 무대에 모여 예술적 긴장감이 넘치는 연주를 이루는 모습에서 다시 한 번 우리가 성악 강국일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가을이 깊어가던 이날 객석을 가득 메운 전주 관객들의 수준 높은 공연 감상 모습이었다. ‘소리의 고향’ 전주의 명성에 걸맞은 관객들의 정숙한 관람 모습은 기본이며, 어떤 연주가가 특별히 더 예술성 높은 연주를 했다는 것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그 연주자들에게 더 따뜻하고 큰 박수를 보내는 모습이 경이로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최정상의 성악가들이 수준 높은 전주의 관객들과 함께 빛나는 ‘소리의 무대’를 만들어가면서, 소리의 도시 전주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더 예술성 높게 확인시키고, 이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인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위상과 명성을 드높이던 공연이었다.

먼저 이날 합창 연주를 맡은 스칼라오페라합창단의 3곡의 합창 연주가 있다. 전주시립교향악단(지휘 이일구)의 섬세한 연주 속에 이루어지던 첫 번째 곡 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 중 ‘오 운명이여’는 여자 합창의 청순한 연주와 남자 합창의 장엄한 연주가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며 정교하고 웅장하게 연주되었다. 다시 베르디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 중 ‘대장간의 연주’ 합창은 오묘한 합창 연주로 시작해 강렬한 혼성합창이 이루어진 다음 무반주의 힘찬 마무리 연주가 있었다. 다시 베르디 오페라 <나부코> 중 ‘노예들의 합창’이 부드럽고 강인하게 이루어지는데 맑고 풍요로운 합창이 창공을 시원스럽게 날아 흐르고 있었다.

인터미션 후 있었던 첫 번째 연주는 테너 하만택이 이룬 이수인 곡 <고향의 노래>. 오케스트라 현악의 애잔하고 예리한 음 속에서 이루어지던 이 곡은 하만택의 부드럽고 예술적 표현이 넘치던 연주가 객석에 청량하게 물결쳐나가고 있었다. “고향집 싸리울엔 함박눈이 쌓이네”라며 호소력 있으면서도 기품 있는 마무리를 이루자 객석 관객들의 따뜻하고 큰 박수가 오랫동안 이루어지는데, ‘문화예술의 도시’ 전주의 관객들은 연주의 완성도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테너 이정원이 현제명 곡 <희망의 나라로>를 또 명쾌하고 명징하게 연주하고 객석의 큰 박수를 받는다. 그리고 다시 이정원이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 중 혁명가이면서 화가인 카바라도시의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을 상아 조각처럼 아름답고 빛나게 빚어내고 있다.

이정원의 섬세하면서도 명쾌한 연주가 객석의 가슴을 가만히 흔들며 정교한 예술작품으로 탄생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테너 김남두가 조두남 곡 <뱃노래>를 하나 잡티 없는 투명한 테너의 연주로 이룬다. 노래의 표현이 객석에 또렷이 전달되고 있던 이 연주는 이날 한국가곡 연주 중에서는 최고의 연주 중 하나였다. 그리고 다시 베르디 오페라 <오텔로> 중 오텔로의 아리아 ‘이 모든 치욕을, 주여!’를 이루는데 스스로 분노에 빠진 노래를 긴장되게 이루고 있다. 두 주먹을 가슴 앞에 쥐고 강하고 암울한 분노를 표출하는 마무리를 이루고 다시 객석의 큰 박수를 받는다.

그리고 다시 테너 신동원이 이날 특별 출연한 소프라노 신성아와 함께 지성호 곡 <루갈다> 중 2중창 ‘내 안에 누가 있나요’를 이룬다. 먼저 신승아가 수정 같이 맑은 울림의 고음을 청순하게 이루고 있는데, 이날 홍일점의 연주가 객석에 신선하게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다시 신동원이 테너의 연주를 생동감 넘치게 이루고 있다. 그리고 다시 둘이가 함께 갈등을 극복하는 연주를 애절하게 이루며 큰 박수 속에 마무리한다. 그리고 다시 신동원이 베르디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 중 만리코의 아리아 ‘타오르는 저 불꽃을 보라’를 테너의 절대 고음으로 이루고 있는데, 노래에 생명이 담긴 탄탄한 연주다.

아마도 베르디가 들어도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은 연주를 테너 신동원이 매혹적으로 이루어냈다. 그리고 다시 출연자들 모두 들어서 첫 번째 앙코르 곡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중 ‘축배의 노래’를 함께 열정적이면서도 부드럽게 이루고 있다. 흔히 이런 식의 연주의 단골 앙코르 곡 연주이지만 이날 연주는 대단히 표현력 넘쳤다. 그리고 다시 테너 이정원의 선창으로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 중 왕자의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감동적으로 이루고 객석의 정말 큰 환호와 박수 속에 막이 내리고 있는데, 우리나라에 이렇게 예술성 높은 테너들이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 송종건(월간 ‘무용과 오페라’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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