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제는 비 올 때까지
기우제는 비 올 때까지
  • 김진태
  • 승인 2015.10.14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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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인근 충청지역에서는 제한급수를 실시하면서 물 절약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까지는 용담댐에서 공급되는 식수로 인해 큰 어려움 없이 지내고 있지만, 도내 저수율도 예년보다 턱없이 못미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니 식수는 물론이고 내년에도 농경용수 부족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이러다 기우제라도 지내야 할지 모를 지경에 이르는 것은 아닐까 염려된다. 인디언들의 경우에도 이러한 가뭄이 계속될 때는 비가 내리기를 소망하면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그런데 그 기간이 비가 올 때까지 이어지다가 결국 비가 내리면 기우제를 마쳤다고 하니 기막힌 기우제였음은 틀림없다. 비가 쏟아지는 것을 확인하는 기우제만큼 확실한 것은 없으니 말이다.

갈수록 기후변화가 우리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순히 여름철 열섬현상이나 열대야 정도가 아니라 태풍을 비롯한 육지와 바다에서의 기온상승으로 인한 각종 농산물이나 어자원의 변화를 실감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동해 앞바다에서 명태가 사라진 지 상당히 오래되었고 열대작물의 재배성공으로 우리나라에서 수확한 바나나, 파인애플을 비롯한 다양한 열대과일을 맛볼 수 있게 되었으니 아열대기후로 변하고 있다는 소식이 새삼스럽지 않게 되었다.

기상청에서 발간한 2012년 재해연보에 의하면 최근 1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자연재해의 약 56%를 태풍이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올해에 발생했던 태풍은 현재까지 모두 23차례로 알려졌는데 지금도 태평양 근해에서는 열대성 저기압이라 하는 태풍이 생성되고 있다고 한다. 자연재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태풍이 단순히 자연재해만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강우구름을 이끌고 이동하면서 기온을 낮추거나 많은 비를 내려주기도 한다. 때문에 모심기 이후 부족해진 농업용수를 보충해주는 여름장마가 필요한 것이다. 이때 내리는 비를 모아서 겨울을 지내고 다음해 봄철 농경용수를 유용하게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강우구름을 모으고 이동하면서 비를 내려주는 태풍, 즉 열대성 저기압 생성의 원인이기도 한 열대성 강수대가 적도지역에서 북위가 높은 지역으로 이동했다는 보고가 있다. 이 때문에 주로 태평양의 적도지역에 머물면서 많은 비를 내려주었던 강수대가 위도가 높은 타이완이나 중국남부지역에서조차 느닷없는 집중호우나 막대한 강우량을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지난 8월 대만지역을 강타한 초강력태풍으로 인해 하룻새 1,200㎜의 집중호우가 내렸고 이로 인해 300만가구가 정전사태를 겪었고 많은 인명피해를 발생시켰던 것은 기후변화와 관련된 현상이거나 결과라는 해석이다.

맑고 안전한 물을 공급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위생적이지 않은 식수사용 때문에 지금도 수많은 생명, 특히 어린이들이 생명을 잃고 있다. 물 부족이나 비위생적인 상태에서의 물 사용이 결국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보고된 식인아메바는 물속에서 생활하다가 물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활성화 상태를 보이고 사람의 코를 통해 체내로 유입되면 뇌나 눈으로 이동하여 발병하게 하는데 뇌에 이르게 되면 뇌수막염을 일으키고 눈으로 이동하면 각막염을 일으켜 생명을 위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사율도 거의 95% 이상을 나타낼 정도로 치명적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야기하게 되는데 다행인 것은 감염경로가 파악되었고 예방책이 강구되었다는 것이다.

다양한 질병원과 새로운 질병이 등장하면서 이에 대한 대처방안 마련도 시급하게 되었다. 온 나라를 공포에 떨게 했던 메르스도 보건당국은 이미 외국의 발생사례를 파악했었지만, 국내에서 발생한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초기대응이 미흡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의 학습효과를 통해 여타 신종질병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이나 인력확보의 필요성이 시급하게 대두하였지만 후속조치는 여전히 구태의연하다는 것이 안타깝다. 물 부족 문제도 경험위주의 관행적 인식이 아닌 통계에 기반한 적극적이고 과학적 방법의 해결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비가 내릴 때까지 그저 하염없이 기우제를 지냈던 인디언들의 여유가 우리에게 없는 것이 현실이고 물 부족으로 겪게 될 고통은 심대하기 때문이다.

김진태<전라북도보건환경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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