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불신의 원흉들
사법불신의 원흉들
  • 유길종
  • 승인 2015.10.13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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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OECD가 발간한 '한눈에 보는 정부 2015'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는 OECD 34개국 중 33위로 나타났다고 한다. '사법제도를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예'라고 답한 비율이 27%에 그쳤다는 것이다.

 위 조사결과는 상당히 충격적이다. 일부에서는 위 조사결과의 정확성을 아예 부정하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전관예우'나 '무전유죄 유전무죄'를 믿는 것이 현실인 것을 보면 위 조사결과를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특히 실제로 재판을 경험한 사람들 중에 재판의 공정성이나 판검사의 자질을 의심하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위와 같은 조사결과를 재판을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의 근거 없는 막연한 인식이라고 말할 수 없다.

 우리의 사법이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는 원인으로 여러 가지가 거론되고 있지만, 필자는 '자질 없는 판검사들'과 '상인이 된 변호사들'이 사법불신을 초래한 원흉이라고 본다. 이들 때문에 재판의 공정성이 의심받고, 이들 때문에 오판과 오류가 도를 넘고, 이들 때문에 '전관예우'나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사법불신의 원흉 1 : 자질 없는 판검사

 일단 송사에 휘말린 사람에게 판검사는 너무나 중요한 존재이다. 그의 판단에 따라 운명이 달라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좋은 판검사를 만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역으로 보면 사법작용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판검사의 책임이 제일 크다고 보아야 한다. 좋은 판검사의 덕목으로는 여러 가지가 거론되지만, 법률가로서의 실력은 기본이고 여기에 공정, 청렴, 정의감, 균형감 등을 포괄하는 자질을 갖출 것이 요망된다. 지금까지 법원이나 검찰은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사람들 중에서 성적순으로 판검사를 임용해 왔고, 그 결과 판검사로 임용된 사람들의 실력은 어느 정도 보증된 상태였다. 다만, 사법연수원의 성적이 법적인 지식 외에 판검사로서의 자질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어서 간혹 문제가 되어왔고 그것이 사법불신의 원인이 되었다.

 판검사로서의 인격을 의심하게 하는 거친 법정언행도 사법불신을 가져오는 것이지만, 겉으로 드러난 언행보다도 숨어 있는 마음가짐이 더 문제일 것이다. 판검사들은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당사자들의 주장을 경청해야 한다. 어느 판사님의 독백처럼 "높은 법대 위에서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세상을 바라보면서 눈을 내리깔고, 한 줌밖에 되지 않은 지식과 경험을 대단한 것이라고 여기면서 소견 좁음과 성급함을 마법 같은 예지력이나 되는 양 착각하는" 법관이 제대로 된 재판을 할 리가 없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불만의 근본 원인은 판사들의 오만과 편견, 그에 기인한 오판 때문이라는 비판을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사법불신의 원흉 2 : 상인이 된 변호사

 변호사는 상인이 아니고 상인이 되어서도 안 된다. 변호사는 성직자, 의사와 함께 치유와 회복을 목적으로 삼는 전문직업인이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변호사직은 명예롭고 고상한 직업으로 여겨져 왔고, 전문성과 권위도 인정받아 왔다.

 그런데 최근 스스로 상인이 된 변호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변호사의 명예나 권위, 전문직 종사자로서의 자존심과 양심을 내팽개치고 탈법도 주저하지 않는다. 이들은 법조 주변에 기생하는 브로커와 손을 잡거나 그들을 고용한다. 이들은 본인이 직접 또는 브로커를 이용하여 궁박한 상황에 빠진 당사자들을 상대로 엄청난 돈을 요구하며 사기를 친다. 판검사들과의 인적 관계를 들먹이며 로비 등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사건해결이 가능한 것처럼 속인다. 인권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에 대한 소명의식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자존심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부류의 변호사 때문에 법조 전체가 욕을 먹고 사법불신이 증폭되는 것이다.

 법무부는 최근 법원과 국세청, 대한변호사협회 등에 '법조브로커 근절 테스크포스'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이 테스크포스가 법조브로커를 근절하고 상인 변호사의 발호를 억제하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

 유길종<법무법인 대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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