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히트 원더(One-Hit Wonder)가 되지 않으려면
원 히트 원더(One-Hit Wonder)가 되지 않으려면
  • 김동근
  • 승인 2015.10.11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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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노벨상 수상자가 연일 발표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과학자는 나란히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하였고, 노벨물리학상은 일본인 과학자들이 2년 연속 수상하였다. 이웃나라 과학자들이 연이어 노벨상을 수상하고 있다는 소식은 우리에게 참으로 복잡한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들을 축하해 주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마냥 축하하기엔 왠지 마음이 편치 않다.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과학자들이 많이 있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 더욱이 이들이 노벨상을 받더라도 이들의 뒤를 이어서 계속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이 취약하기에 이들의 노벨상 수상은 원 히트 원더(One-Hit Wonder: 대중음악에서, 한 개의 싱글(혹은 곡)만 큰 흥행을 거둔 아티스트를 의미하는 말)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가수 싸이가 ‘강남스타일’을 발표하여 전세계인들을 열광시키고 있을 때 팝 문화 역사 전문가 브렌트 만(Brent Mann)은 싸이는 원 히트 원더가 될 가능성 크다고 예상하였다. 싸이는 ‘강남스타일’ 이후 몇 곡을 발표하였지만 아직까지 미국 등 세계시장에서 잘 먹히지 않고 있다.

우리 과학은 지난 100년간 짧은 시간에 눈부시게 발전하였고 그 결과 산업도 빠르게 성장하였다. 이에 반해 기초과학은 아직도 취약하다. 그 이유는 우리의 과학의 출발점이 순수과학을 육성하기보다는 철강, 기계, 전자 등 산업기술을 확보하는 데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66년부터 본격적으로 과학기관이 설치되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가 문을 열었고 이듬해에 국가과학기술처가 설치되었다. 이들의 역할은 학문을 연구하는데 주력하는 것이 아니라 초창기 공업화를 뒷받침해 줄 기술을 찾아내고 그것을 공업화에 적용시켜 주는 것이었다. 이 덕분에 70년대 이후 국가산업은 고도성장을 이룩해 낼 수 있었다. 1980년대 초 과학계는 학문적 가치보다는 경제성을 따져 국책연구소들이 일제히 통폐합되는 시련을 겪었다. 정부출연연구소에 대한 강압적인 통폐합으로 인하여 연구소의 연구활동이 많이 위축되었다. 이런 환경 속에서 고급 두뇌들이 정부출연연구소를 기피하게 되었다. 1990년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본격적으로 산학 공동연구가 시작되면서 과학의 결실이 맺어지기 시작하였다. 국가 G7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추진되면서 신기술과 신약 개발이 많이 이루어졌다.

우리 과학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과학을 주도한 것은 철저히 경제 논리였다. 과학기술을 총괄하는 부처의 장관도 타부처 장관보다 자주 바뀌었고 과학 경험이 없는 경제 관료가 장관에 올랐다. 학문의 방향도 창조가 아니라 선진기술의 답습이었다. 이런 환경 속에서 노벨상을 수상한다는 것은 기적이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올해 노벨상을 받은 일본 과학자의 스승은 2002년 노벨상 수상자이다. 독일의 막스플랑크 연구소는 33명의 노벨상을 배출하였는데, 이 연구소는 가치 있는 연구 주제가 정해지면 수십 년에 걸쳐 지원하되 철저히 검증한다. 이런 환경에서 과학자들은 자신의 인생을 걸고 연구에 매진하게 된다.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야마카 신야 교수는 “실패만 겹쳐 20년 동안 매일 울고만 싶어지는 좌절의 연속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기초과학의 요람이자 메카인 대학에 경제논리가 도입되어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정부 때부터 교육부는 대학에 연구성과에 따른 성과급 내지 연봉제를 도입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연구실적에 따라 봉급을 주게 되면 오랜 시간이 걸리고 가치있는 기초분야의 논문을 쓰기보다는 눈앞의 성과에 연연할 수밖에 없게 된다. 교육부에서 지원하는 재정지원사업도 마찬가지다. 연구책임자나 연구자들의 논문의 질적 수준보다는 양적 수준을 평가하여 사업비를 나누어 주고 있다.

우리에겐 20년간 거듭 실패만 하는 과학자를 기다리고 지켜봐 줄 정부도 대학도 없다. 이러한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1990년 이후에 좋은 연구결과를 발표한 과학자들이 있어 몇 년내에 노벨상을 받아 국민들에게 자부심을 심어 줄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원 히트 원더(One-Hit Wonder)가 될 수밖에 없다. 원 히트 원더(One-Hit Wonder)가 되지 않으려면 과학자들이 자신의 인생을 걸고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어 주어야 한다.

김동근<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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