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 두고온 아들·손주를 만날 수 있다니”
“북에 두고온 아들·손주를 만날 수 있다니”
  • 한성천 기자
  • 승인 2015.10.08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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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령 이산가족 상봉대상자 이석주 옹

 “내가 북한군에 징집돼 북한으로 끌려가던 중에 포격이 시작됐지. 그 난리통에 대열에서 빠져나와 남쪽으로 무조건 도망쳤지. 정신없이 뛰고 또 뛰어 달아났어. 그 후로 아내(한동해)랑 딸(리금자)과 아들(리동욱)을 볼 수 없었어. 생이별한거지. 그때 우리 금자가 네살, 아들인 동욱이가 두살배기였어. 꿈에서도 잊지 못했던 아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니…”

 전북 진안에 살고 있는 이석주(98) 옹이 아들과 만난 것처럼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감격해 한다. 이 옹은 아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적십자사의 통지문을 아들 얼굴을 들여다보듯 보고 또 본다. 이 옹의 마음은 벌써 꿈속에서도 잊지 못한 아들을 만나기 위해 북으로 달려간다.

 이 옹은 제20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남측 상봉자 가운데 최고령자다. 이 옹 역시 여느 이산가족들과 마찬가지로 1950년 전쟁통에 가족들과 생이별하고 홀연 단신 남으로 내려왔다. 30대 가장이었던 이 옹이 가족과 생이별한 이후 한 순간도 북에 남겨둔 가족을 잊지 못했다. 그리고 65년이란 세월이 흘러 이 옹의 백 살을 두 해 남겨둔 98세의 노구가 되어 있다.

 “전쟁통에 남으로 무작정 내려와 무일푼이어서 먹고 살기조차 힘들었거든.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들었지만 항상 북에 두고 온 가족들은 살아는 있을까. 끼니는 거리지 않는지 걱정됐어. 미안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어. 이번에 동욱이를 만나면 이 애비를 용서해달라고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

 이 옹은 북에 두고 온 가족 중 아내(한동채, 91세)가 1994년에 사망했다는 소식에 긴 한숨을 내쉰 후 천장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눈가에 눈물이 고이는 듯 했다. 주름진 얼굴에 아내에 대한 미안함이 묻어났다. 대신 딸(리금자, 72)과 아들(리동욱, 70)이 살아있다는 소식에 이내 화색이 돌았다.

 “동욱이가 두살배기때 난리가 나 생이별했어. 동욱이를 만나기 위해서라도 운동할려고. 내가 건강해야 꿈속에서 그리던 아들 동욱이를 볼 수 있잖아.”

 이 옹은 98세란 세월 탓에 거동이 불편하다. 그럼에도, 북에 두고 온 가족을 만나고 싶다는 일념으로 상봉희망신청서를 계속 냈었다. 만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꺾지 않고 틈틈이 동네를 돌며 건강을 다져왔다. 그런 노력에 보답하듯 8일 아들과 손자(리용진, 41)를 만날 수 있다는 통지문을 받아든 것이다.

 이 옹은 아들과 손자 만나는 길에 큰아들과 큰딸의 부축을 받고 금강산으로 갈 예정이다.

 진안에서 함께 살고 있는 둘째아들 이동호(57)씨는 “아버지는 이산가족 상봉자 신청때마다 접수했습니다. 비록 98세지만 살아계실 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와 너무 감사하다”고 기뻐했다.

 한편, 이번 이산가족 상봉대상자는 전북지역에서 이 옹을 포함해 모두 4명이 결정돼 오는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에서 1,2진으로 구분해 진행된다. 남측 이산가족들은 상봉 1일 전에 국내 집결지인 강원도 속초 한화콘도에 집결해 등록과 방북 안내 교육을 받고 필요시 건강검진을 받게 된다.

한성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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