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 보국안민 어찌할꼬
동학, 보국안민 어찌할꼬
  • 이윤영
  • 승인 2015.10.0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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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으로부터 121전 전 1894년 동학농민혁명 당시 가장 상징적인 구호이자 표어가 바로 보국안민(輔國安民)이다. 동학하면, 상식적 수준에서 전봉준 장군과 보국안민을 떠올릴 것이다. 지난 갑오동학혁명 당시나 현재 기념식과 재현행사에서도 가장 선두에 펄럭이는 깃발과 선창구호인 보국안민이 등장한다. 그리고 제폭구민, 광제창생, 척왜양창의 등이 줄을 잇는다. 이처럼 동학농민혁명에서 상징적 표어와 깃발이 된 보국안민의 어원을 먼저 살펴보고 무슨 뜻이 담겨 있는가를 풀어보도록 하겠다. 그에 대한 이유는 현재와 121년 전의 시대상황이 비슷하다는 말들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의 위기상황을 역사에서 지혜를 찾아 현명하게 대처하자는 것이다.

동학에 있어 보국안민의 어원은 수운 최제우 선생으로부터 시작된다. 동학의 교조 수운선생은 1860년 경상도 경주에서 동학을 창도하였으며, 이듬해 1861년에 지은 동경대전 포덕문 내용 중에‘보국안민의 계책이 장차 어디서 나올 것인가’를 한탄하며 거론하였다. 그 후 관과 지배층들의 탄압에 의해 전라도 남원에 오시게 된다. 당시 조선왕조사회는 왕이 천자(天子)라 하여 하늘을 대행한다는 절대권력으로 백성을 통치하였으며, 양반과 상민의 신분차별이 극심한 시대였다. 그런데 수운선생은 사람이 곧 하늘(人卽天)이다. 사람 섬기기를 하늘같이 하라(事人如天)는 절대평등을 선언하셨다. 이는 당시 개벽이요 혁명과 같은 놀라운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에 관리와 지배층의 탄압은 불 보듯 빤한 상황이었다. 수운선생은 보수성이 강한 경상도 경주를 떠나 개혁성이 강한 전라도 남원땅에 오신 것은 지금이나 그때나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수운선생은 1861년 12월(음력) 중순에 남원에 도착하여 12월 말부터 1862년 5월 중순까지 교룡산성 선국사 암자인 덕밀암을 은적암이라 하시고 은거하신다. 이때 지은 경서들은 권학가 도수사 동학론(논학문) 등 동학경전의 핵심을 이룬다. 은적암에서 1월초에 지은 권학가 내용 중에‘함지사지 출생들아 보국안민 어찌할꼬’라는 말씀이 나온다. 당시 안으로는 조선왕조체제와 국교인 유교의 지배이념이 뿌리째 흔들리고, 밖으로는 서양세력과 일본의 침략에 대한 절박한 위기상황이었다. 권학가에 보국안민을 재차 강조한 다음 바로 전주에 오셔서 동학을 포덕(포교)하신다. 수운선생이 남원을 중심으로 전주 등 호남지역을 순회하시면서, 그 유명한 동학농민군의 군가와 훈련에 쓰인 칼노래와 칼춤을 행하였다. 이는 1894년 동학농민혁명이 전라도에서 기포한 역사적인 필연으로 다가온다.

현재 국어사전에는‘보국안민(輔國安民): 나랏일을 돕고 백성을 편안하게 함’으로 되어 있다. 이런 해석은 넓은 의미로서 많은 해석 중의 하나로 보면 된다. 진정한 의미의 보국안민에 대하여 세 가지로 설명해본다. 첫째-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으로 나라를 돕고, 백성들이 불편해하는 모든 제도를 없앤다. 둘째-외적들의 침략에 나라를 지키고, 백성들의 피해가 없도록 보살핀다. 셋째-세계 각 나라들은 자주적으로 나라를 보전하고, 인류평등에 입각하여 각자 백성들을 편안하게 모신다. 이런 의미를 부여해야 진정한 보국안민을 설명할 수 있다.

현재 국제정세를 살펴보면 진정 보국안민의 계책이 코앞에 닥쳐왔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남북으로 분단되어 총부리를 마주하고 있으며, 북한은 핵무장으로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미국은 일본과의 동맹이란 이유로 한국 등 주변 국가들의 반대에도 일본의 재무장과 집단자위권의 법률개정을 묵인하였다. 일본은 곧 헌법을 개정하여 언제든지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변신할 것이다. 또한 러시아와 중국은 물론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한반도를 바라보는 눈들이 예사롭지 않다. 바로 121년 전 동학농민혁명 당시의 국제정세와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동학 천도교 3세 교주이며, 동학혁명군통령과 3.1독립운동 지도자 의함 손병희 선생은 도전 즉 진리와 사상, 재전 즉 경제와 무역, 언전 즉 정치와 외교의 삼전론(三戰論)이 보국안민의 계책이라 말씀하였다. 역사는 미래의 거울이다. 지난 역사 속에 지혜를 찾아 보국안민의 현명한 대처가 꼭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 직시해야 한다.

이윤영<전주 동학혁명기념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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