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살인 후 암매장, 명의 도용까지
친구 살인 후 암매장, 명의 도용까지
  • 설정욱 기자
  • 승인 2015.10.0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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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 상환과 생활비 마련 위해 지인들 상대로 범행
▲ 광역수사대 사건 브리핑이 7일 전북지방경찰청 브리핑룸에서 실시된 가운데 경찰관계자들이 압수품을 정리하고 있다. 김얼 기자

고향 친구를 살해하고 야산에 암매장한 뒤 명의를 도용해 대출까지 받은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생활비 마련을 위해 대출을 요구했지만 친구가 거절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들의 범행은 기존 대출 알선 사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작됐다.

신모(25) 씨 등은 평소 신용 상태가 좋지 않은 시민들을 상대로 문서 등을 위조해 대출을 가능케 하고 일부를 대가로 받아왔다. 그러나 불법 사업이 기울면서 대출금을 갚고 생활비 마련이 어려워지자 지인들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르기로 공모했다.

먼저 주범 중 한 명인 강모(25) 씨의 대학 동창인 전모(27) 씨를 지난 8월 3일 경남 진주시 장대동의 한 모텔로 유인, 일행과 함께 전씨를 감금·폭행이 시작했다. 이들은 ‘장기를 팔겠다’며 인천, 안산, 논산 일대를 끌고 다니는 등 수차례의 협박 끝에 전씨의 명의로 600만 원의 대출을 받았다.

전 씨가 경찰에 신고할 것을 우려, 핸드폰을 빼앗고 열흘 동안 감시·감금을 하면서 물고문까지 자행했다.

신 씨 일당의 범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첫 범행 후 20여 일이 지나고 지인 조모(25) 씨를 불러내 같은 방식으로 두 번째 범행을 벌였다. 조 씨가 이를 완강하게 거절하자 경기도 안산역 인근 도로에서 달리던 차량 안에서 결국 조 씨를 살해했다. 앞 좌석에 탄 조 씨의 목을 졸라 살해하고 나서 경남 함양의 한 야산에 시신을 유기했다.

조 씨를 살해한 일당은 곧바로 조 씨의 신분증과 재직증명서를 가지고 제3금융권에서 5,000만 원을 대출 받았다. 전날 조 씨와 술을 마시면서 조 씨의 직업과 신용도와 같은 기본 인적 사항을 파악, 대출을 받아낼 수 있었다. 또한, 제3금융권이 자세한 인적사항 확인없이 전화와 팩스만으로 대출이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했다.

이 같은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검거에 나섰다. 잠복 추적 끝에 신 씨 일당을 차례로 검거, 이들의 범행도 막을 내렸다. 붙잡힌 이들 가운데 미성년자도 2명이나 포함돼 있었다.

전북경찰청 광역수사대는 7일 지인을 살해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강 씨와 동거남 신 씨 등 5명을 강도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박모(19) 군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범행에 가담한 박모(17) 군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조사결과 학교 동창과 사회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자신들이 빌린 대출금을 갚고 생활비 마련을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한달수 전북청 광역수사대장은 “이들은 피해자들이 만약 대출을 거부하거나 경찰에 신고할 낌새를 보이는 경우 살해를 하는 방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제1금융권에서는 대출이 까다롭기 때문에 제3,4 금융권을 이용해 대출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은 작업 대출을 전문적으로 하려고 한 점 등으로 미뤄 여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설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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