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발적 발전’이 주목받는 이유
‘내발적 발전’이 주목받는 이유
  • 강현직
  • 승인 2015.10.0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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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니가타縣 최북단에 인구 7만 명 규모의 소도시 무라카미市가 있다. 에도시대 번(藩)이 있던 성주마을로 한때는 번성하였으나 갈수록 도시가 낙후되고 시민들의 생활도 위축되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도시 근대화가 늦게 시작된 무라카미市는 역사적 유물이 소실되지 않고 남아 있었고 주민들은 이에 착안해 도시의 변화를 모색했다. 타지에서 온 손님이 입구가 좁고 안쪽으로 길게 뻗어 ‘살기 불편한 옛날집’으로 치부했던 자신들의 가게에 감탄하는 모습을 보고 주민들과 협의를 시작한다. 역사가 있는 마을 풍경과 전통, 독특한 ‘마치야’ 건축양식이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고 확신하고 개혁을 시작한다.

상인회를 조직해 70개 점포가 ‘마치야’를 공개하고 전통 인형인 ‘히나인형’을 점포 입구에 내걸며 전통병풍을 전시하는 ‘마치야 병풍축제’를 개최한다. 또 주민들과 함께 ‘흑벽 프로젝트’, ‘녹색 3배 운동’, ‘대나무 등롱축제’등 전국을 대상으로 ‘무라카미 마치야 재생 프로젝트’를 전개해 마을 전체를 흡사 하나의 큰 전시장으로 변모시킨다. 전통과 역사를 활용해 도시에 활력을 넣고 전국적으로 기금도 모금하여 주민에게는 애향심을 고취하고 관광객에는 볼거리를 제공, 매년 수십만 명이 찾는 관광 명소로 성장시켰다. 주변에 산재하여 있는 것들을 재조명하여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이끌어냄으로써 관광 인프라를 만들고 지역경제의 안정적 발전과 성장을 이룩한 ‘내발적 발전’사례로 널리 알려져 있다.

. 최근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지역 순환형 경제발전 모델인 ‘내발적 발전’은 일본의 사회학자 츠루미 가즈코가 1976년 미국 사회학회에서 근대화론을 비판하며 처음 주장했던 것으로 ‘지역의 생태계에 적합하고 지역주민 생활에 필요한 것과 지역문화 전통을 바탕으로 지역주민의 협력에 의한 자율적으로 지역을 창조하는 사업’이라 강조하며 등장하였다. 이후 일본 호보 다케히코 교수가 지역 자원과 자본만으로 할 수 있는 것과 외부의 자원과 지원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는 수정이론을 제시하였다. 즉 ‘내발적 발전’은 지역 내의 자원, 기술, 산업, 인재 등을 활용해 지역산업과 문화를 진흥시키는 것을 기본으로 하지만 지역 내에 국한되어 행하는 폐쇄적 지역주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기존 산업과 기업 육성, 지역에는 없지만 부족한 분야나 지역자원을 활용할 분야의 산업과 기업 창출, 외부로부터의 지원 등 여러 형태로 지역 산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

한해 600만 명이 넘게 찾아오는 전주 한옥마을도 우리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내발적 발전’이 성장 관광산업으로 확산한 일례이다. 도시가 가지고 있는 한옥이란 자원과 생활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한복 등 민속 전통, 조선시대 역사를 담고 있는 경기전과 오목대,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의 자발적 열의와 발전 전략 등이 모두 일체화되어 창출된 지역 경제 활성화의 모범이라 말할 수 있다.

전라북도가 ‘미래 먹거리’로 추진하고 있는 탄소산업은 ‘내발적 발전’을 통해 ‘외발적 성장’을 이끌어 낸 대표적인 사례다. 낯선 산업이었지만 기업을 전북에 둥지를 틀게 하고 함께 기술을 개발하여 이제는 전북의 선도 산업으로 당당히 자리 잡았다. 향후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이 집적화되고 수요를 창출한다면 탄소와 관련된 기업들이 모이고 또 기업하기 좋은 지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로컬푸드 운동, 슬로시티운동, 지역 에너지 자립을 추구하는 전환마을 등 사례가 많으며 농촌 6차산업화와 농생명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산업의 추진도 전북이 가지고 있는 농업과 농촌에 대한 우위에서 발현되는 ‘내발적 발전’의 형태로 주목된다.

지자체가 지금까지 지역의 고용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활용해온 대표적인 정책은 공공투자와 공장유치였다. 그러나 공공투자는 채무를 전제로 하고 있어 살림살이가 빠듯한 지자체로서는 부담스럽고 기업 유치도 각 도시마다 대결양상을 보이고 수도권 규제 완화 등 여건이 날로 악화하여 가고 있다. 물론 공공투자와 정부 예산 확보, 외자기업 유치 등의 중요성도 간과해서는 안 되겠지만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최근 주목받는 ‘내발적 발전’에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강현직<전북발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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