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의석수 줄여서는 안 된다
비례대표의석수 줄여서는 안 된다
  • 김남규
  • 승인 2015.10.04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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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정연 내부에서조차 비례대표를 줄여서라도 지역구의석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원정수를 300명으로 묶어 놓고 헌재가 판결한 선거구 인구 편차를 맞추려다 보니 비례대표 수를 줄여서라도 지역의석수를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궁여지책처럼 보이지만 결과를 놓고 보자면 최악의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비례대표를 줄여서라도 지역구 의석수를 지킨다고 하는 것은 소수당의 밥그릇을 빼앗아 새누리당과 새정연의 밥그릇을 챙기는 것과 같다. 공천에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비례대표는 소수당과 사회적 소수자, 전문영역의 사람들의 정치적 진입 관문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소수자의 밥그릇을 줄여 거대 양당의 밥그릇을 챙기자는 것이다. 또한, 전체적으로 보면 지역의 의석수가 줄어들고 수도권 등 대도시의 의석수는 늘어남으로써 그동안 우려했던 문제를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정개특위가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정치개혁과 거리가 먼 새누리당의 행보는 말할 것도 없고 새정연의 무능함 역시 혀를 찰 정도이다. 당 대표는 비례대표의석을 축소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데 같은 당 국회의원들은 비례대표의석을 축소하자고 하니 원칙이나 전략을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문제는 문재인 대표의 행보에서도 볼 수 있다. 문대표는 지난 8월 5일 권역별비례대표제와 오픈프라이머리의 빅딜을 제안했다가 새누리당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권역별비례제와 오픈프라이머리는 빅딜 대상이 아닐뿐더러 의원정수 확대는 절대 불가하다’는 새누리당의 맹공이 이어졌다. 그리고 언제 의원정수 확대를 이야기했느냐는 듯이 새누리당과 의원정수를 현행 300명으로 합의해버렸다.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자르라고 했다. 의원정수 확대에 대한 국민적 반감과 새누리당의 반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을 꺼냈으면 주장이라도 제대로 하든지 아니면 다른 것을 얻어내든지 해야 할 것이 아닌가? 안심번호를 이용한 국민공천제를 과연 정치개혁이라고 할 수 있는가? 문대표가 최소한 영남지역에 비례대표를 우선 배정해서 지역독점을 깨겠다고 선언하고 새누리당도 호남에서 이와 같이 할 것을 촉구하면서 권역별비례제를 주장했어야 했다. 국민적 공감을 먼저 얻고 정치적 협상에 나서야했다.

시민단체들이 ‘영·호남 지역분할 지역독점정치 청산과 소선거구제로 인한 승자독식 정치구조 개혁’이 정치개혁의 핵심적인 과제라는 점을 밝히고 활동에 들어갔으나 정치권의 반응은 냉랭하다. 시민들 역시 정치 불신이 극에 달한 상태라서 국회의원 수를 반으로 줄이면 줄였지 늘려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이다. 정치권이 지역구를 줄이는 등 스스로 기득권을 놓지 않을 것이 빤하다면 당근과 채찍으로 어떻게든 정치를 바꿀 생각을 해야 한다. 삐뚤어진 마당을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정치를 혐오하고 욕하고 방관하는 사이 그들은 기득권을 챙기며 정치 개악으로 나아가고 있다.

국민의 의사가 의석에 반영되는 투표가치의 등가성을 확보하는 일이야말로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지난 19대 총선 결과 새누리당은 영남지역에서 54.7%의 득표로 94%의 의석을 차지하였고, 새정연은 호남지역에서 53.1%의 득표로 83.3%의 의석을 차지했다. 영·호남뿐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46.4%의 투표수가 무시되고 버려졌다. 절반에 가까운 표가 버려진 것이다. 소수당의 진출 등 정치적 다양성을 확보하여 찍을 곳이 없어서 투표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여당을 지지한 표는 여당에게, 야당을 지지하는 표는 야당에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지자의 투표수와 의석수를 일치시키는 선거제도가 바로 독일식비례대표제이다. 이러한 선거방식을 도입해 권역별로 비례제를 실시하는 것, 그것이 바로 정치개혁의 출발점이다.

김남규<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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