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푸드 직매장 제대로 가고 있는지
로컬푸드 직매장 제대로 가고 있는지
  • 이한교
  • 승인 2015.10.04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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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명월초라는 건재를 구매했다. 집에 돌아와 비닐 포장을 열어 보고 실망했다. 긴 줄기가 그대로 구겨져 잎 속에 감춰져 있었다. 물론 불편함을 감수하고 가위로 잘라 차를 끓여 먹을 수 있겠지만, 이를 로컬푸드에서 상품으로 판매했다는 데 이해하기 어려웠다. 불편한 기분 탓인지 완전 건조가 되지 않아 곰팡이 특유 냄새가 나는 것 같았고, 깨끗하게 만들거나 관리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로컬푸드 직매장 하면 안전하고 신선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곳,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하는 직거래 장터로 우린 알고 많이 찾고 있다. 그런데 요즘 유행 따라 매장이 확대되면서 로컬푸드 직매장이가지고 있는 고유의 메리트가 퇴색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로컬푸드는 식생활 패턴이 변한 현재 필요에 의해 나타난 착한 사업이다. 이는 안정적인 먹거리 확보차원에서 중요 사업으로 미래의 변화를 대비하기 위한 사업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식생활도 경제발전과 더불어 변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쌀이 국민 1인 열량의 50% 정도를 차지했으나 2005년에는 29%로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내에 축산물과 유지류의 공급 비중은 11%에서 22%로 늘어났다. 이 결과 환경문제와 만성질환과 비만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천문학적인 경제적 손실과 사회적 비용이 필요해졌고, 이 대안으로 한 지자체에서 친환경 먹거리 사업(로컬푸드)으로 성공하게 되었다. 문제는 이 사업이 대박 난다는 이유 하나로 쉽게 성공 열쇠를 가지려는데 있다. 결국, 이 욕심은 부실한 유사 직매장을 만들 것이고, 신선한 먹거리보다는 이익창출에만 눈을 돌리게 되면 결국 우리의 마음에서부터 실패한 사업으로 각인되어 또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로컬푸드는 완주군 용진농협에서 시작되었다. 1년 6개월 동안 철저한 준비 기간을 통하여 2012년 4월에 출발하였다. 그 결과 중학교 사회 교과서에 나올 정도로 우수사례로 꼽혔다. 이를 정부에서도 인정했고 이를 모델로 2016년까지 같은 매장을 100개소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을 정도로 성공을 거둔 사업이다. 문제는 1호점이 탄생한 지 2년 6개월 만에 확실한 관련법 없이 양적 증가에만 치중하는 것 같아 염려된다는 말이다.

로컬푸드란 매장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생산자 이름으로 직접 재배한 신선한 먹을거리를 소비자와 나누는 곳이다. 다시 말해 무·저농약으로 키운 친환경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함께 먹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는 농업이 가지고 있는 본래 기능에 잘 부합될 뿐만 아니라, 나가서는 환경을 개선하고 지역 공동체를 살리며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대안일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로컬푸드는 지구 온난화를 막고, 지역 경제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우리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마지막 보루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로컬푸드 사업을 통해 불신사회를 정화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거란 기대까지 걸고 있다. 따라서 로컬푸드 사업은 소비자의 건강한 먹을거리 확보와 우리의 미래를 위해 신뢰를 저버리면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이다. 지금보다 더 철저한 품질 관리와 인증을 통해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또한, 정부는 농민과 소비자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유행처럼 번지는 직매장을 양적으로 확대하는 것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먼저 법적인 정의가 선명한 직매장 인증제도와 관련법부터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유사 직매장 인허를 막을 수 있는 법적인 제도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지나친 관여보다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공감하고 필요에 따라 인증 매장이라는 현판을 내걸도록 지원해 줘야 한다. 지나친 간섭은 오히려 지역 특색을 살리지 못하고 자생능력을 앗아가는 요인이 될 것이다. 일방적인 행정 개입보다는 생산자가 어떤 경우에도 신선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제공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지킬 수 있도록 철저히 지도하고 감독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모처럼 도농(都農) 간 상생의 구원투수로 선택한 로컬푸드 사업이 좌초될까 염려되어서 하는 말이다. 물론 지금도 많이 고민하고 최선의 노력을 하는 데 지나친 우려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서두에 언급했던 불량 명월초 건재 하나만을 가지고 과민 반응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옛말에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는 속담이 있다. 이 시점에서 로컬푸드 직매장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되돌아보자는 것이다. 필자는 오늘도 퇴근길에 로컬푸드 직매장에 갈 일이 생겼다. 황토 고구마와 열무 한 단을 사오라는 집사람의 전화를 받아서다.

이한교<한국폴리텍대학 김제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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