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혁신도시 리포트]<30>금융권의 푸념
[전북혁신도시 리포트]<30>금융권의 푸념
  • 박기홍 기자
  • 승인 2015.09.30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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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금융기관은 사람 장사입니다. 사람이 전부입니다. 사람이 왔다갔다해야 하는데…. 웬걸? 낮에도 사람 만나기가 어려우니, 어떻게 영업을 하겠습니까?"

 전북 혁신도시 내 제1금융권의 한 관계자 푸념이다. 그뿐만 아니라 제2금융권 직원들도 혁신도시 영업은 맨땅에 헤딩하기 식이나 다름없다고 하소연한다. 혁신도시 내 거주인구는 올 6월 말 현재 1만7천600명. 이 중에서 3천 명 가량은 혁신도시 이전기관 직원들이고, 나머지 1만4천여 명도 대다수가 전주 등 인근 도시로 출·퇴근하다 보니 상주인구가 많지 않아 어려움이 뒤따른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유동인구가 많은 것도 아니어서 금융기관이 고전하고 있다.

 #2: 혁신도시 내 금융기관은 1, 2금융기관을 포함해 대략 7~8개에 달한다. 전북은행 혁신도시지점과 국민은행, 농협 등이 진출해 있고, 신한은행도 국민연금공단 1층 건물에 입주해 있다. 농촌진흥청엔 우체국이, 중심상권엔 신협 등 제2 금융기관이 치열한 고객유치 전투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규모에 비해 금융권 점포 수가 많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북 금융의 대표주자인 전북은행의 경우 인구 65만 명의 전주시에 36개의 점포를 두고 있다. 인구 1만8천 명당 1개 점포를 개설한 셈이다. 고객 사이에 깊숙이 파고드는 은행만 가능한 일이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 혁신도시는 협소한 시장일 뿐만 아니라 신규 고객 창출도 힘에 겨운 곳일 수밖에 없다.

 #3: "상권 얘기만 합니다. 지금은 만성지구 분양 등이 대화의 중심을 이루지요. 다만, 금융시장 전반에 관한 이야기는 묵시적 금기어가 됐습니다. 아마 서로 어려움을 토로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 빚은 풍경화가 아닐까요?"

 혁신도시 내 금융가(街)에 은행 지점장 모임이 생긴 때는 올해 5월께이다. 팍팍한 시장에서 밖으로 죽도록 뛰어야 하는 동병상련(同病相憐)이 자연스럽게 모임으로 연결됐다는 후문이다. 지난 8월까지만 해도 4명의 지점장이 모였지만 최근엔 5명으로 불어났다. 이들이 바라보는 관심사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전북이전이다. 내년 10월께 입주할 예정이어서, 지금도 1년 이상 더 기다려야 하지만 금융권의 기대는 한껏 부풀어 오르고 있다.

 "기금본부가 혁신도시에 오면 국내 모든 금융기관이 적어도 사무실 하나에 출장소 정도는 둬야 할 것입니다. 부수적으로 다른 업종 사무실도 동행할 수 있어, 금융권에선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고 있습니다." 목을 빼고 기다리는 한 지점장의 학수고대(鶴首苦待) 소망이다.

 #4: 혁신도시 내 상가 공실률은 60% 이상이라는 게 정설이다. 빈 사무실이 널려 있으니 금융권의 대출도 쉽지 않다. 입주기관 직원들은 이미 거래은행이 정해져 있어, 혁신도시 지점들이 비집고 들어갈 공간은 거의 바늘구멍에 가깝다.

 "상가들이 분양되고 영업을 하거나 임대를 내놓아야 금융권도 덩달아 대출도 하고 돈을 굴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공기업 직원들은 월급통장이 정해져 있어 혁신도시에 신규 계좌 개설도 하지 않고 있어, 그야말로 죽을 맛입니다."

 금융기관 직원 K씨는 기관들의 정기예금 확보에 주력하는 한편 그나마 손님을 끄는 상가를 대상으로 각종 서비스를 강화하는 영업전략에 주력하고 있다. 음식점에 가도 1인분을 더 주문하는 방식으로 상가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그는 "금융권 처지에서 보면 혁신도시는 신시장이지만 힘겨운 시장이다. 미래를 보고 오늘을 참아야 하는 시장이다"고 말했다.

 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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