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북한이탈주민의 추석 나기
[추석] 북한이탈주민의 추석 나기
  • 기연우 기자
  • 승인 2015.09.2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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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전주시내에 거주하는 탈북자 김모씨(37세)가 인터뷰 도중 안경을 쓸어 올리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얼 기자

“명절이면 북에 있는 어머니와 동생들이 가장 보고 싶어요…. 머릿속에서 아른거리는 고향 모습도 잊을 수가 없죠”

민족 최대 명절 추석이 다가왔지만, 고향 땅도 밟지 못하고, 보고 싶었던 가족들과 만날 수 없는 이들이 있다. 고향을 떠나온 북한이탈주민(새터민)이 그들이다.

이들은 고향에 돌아갈 수 없다는 현실에 명절만 되면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해 여느 때보다 우울하다.

10년 전 한국땅을 밟은 김모(37·여) 씨도 가슴 한 켠에 고향에 사는 가족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설이나 추석과 같은 명절이 돌아오면 북한에 있는 어머니와 동생들에 대한 그리움은 말로 형용할 수 없다.

북쪽 땅을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이날 만난 김 씨는 한국에 들어오게 된 과정을 시작으로 말문을 열었다.

김 씨는 “가정형편이 너무 어려워 중국에 가서 한 달만 일하면 다시 북한으로 올 수 있다는 브로커의 말에 속아 98년 12월 중국으로 갔어요. 내 나이 겨우 19살이었죠”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중국에 가보니 인신매매단에 끌려가 중국남자와 3년 가량 살다가 헤어진 후 식당에서 서빙일을 하며 힘들게 살았고, 2004년에는 예기치 않는 교통사고로 얼굴까지 심하게 다치기도 했어요”라고 힘든 기억을 떠올렸다.

교통사고로 다친 부위는 치료가 끝났지만 마음의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았다. 한참을 생각에 잠겼던 김 씨는 북한에서의 명절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갔다.

김 씨는 “고향에서의 추석 분위기도 여기와 비슷해요. 다만, 명절이 다가와도 먹을 것이 부족해 떡이나 두부를 먹는 게 전부였죠”라며 “북한에 있는 가족들도 제대로 명절 음식을 맛볼 수나 있을지 걱정입니다”라고 한숨을 내 쉬었다.

현재 김 씨는 자신과 처지가 같은 북한이탈주민 남편과 함께 새 가정을 꾸렸다. 또한,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추위와 배고픔, 외로움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김 씨는 “북한 이주민들의 경우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한국에서 기댈 곳이 마땅치 않다”면서 “이들이 따뜻하게 보낼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돕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전북지역에 북한이탈주민은 520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의 추석 나기를 위해 전북도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도민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연휴를 보낼 수 있도록 시·군, 유관기관과 합동으로 ‘추석 명절 민생안정 종합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 이탈주민을 비롯한 기초생활수급자, 홀로사는 노인, 소년·소녀가장, 다문화 가정 등에 생계비를 지원하고, 사회복지시설 303개소에 대하여 차례상 차리기 비용 등 6,600만 원 상당의 생필품을 지원하는 등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을 골자로 하고 있다.

기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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