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이 필요한 전라감영 복원현장
품격이 필요한 전라감영 복원현장
  • 김진태
  • 승인 2015.09.14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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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중심에는 광화문이 있다. 일제 강점기 잘못 복원된 부분을 제대로 바로잡기 위해 2006년부터 2010년까지 4년 동안의 복원과정을 거쳐 어엿한 서울의 상징물로 자리잡았다. 기억에 남는 것은 복원과정에서 복원될 광화문모습을 휘장으로 가리고 공사를 진행한 것이었다. 그림으로만 보여준 광화문이 휘장 너머 과연 실물로 나타날 시기에 어떤 모습일까를 매일 오가는 서울시민들 각자가 상상하면서 기대하고 관심을 기울이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통상 문화재라는 것이 너무 엄격하게 통제되는 대상이라는 인식이 강해서인지 쉽게 친해질 수 없었기에 지금도 여전히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대하는 것이 일반적인 행태일 것이다. 그런 분위기에서 모두가 상상할 기회를 마련하고 기꺼이 그런 기분을 만끽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는 것은 쉽게 찾아오는 기회도 아니고 누구나 접할 수 있는 것도 아닌 축복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너무 보편화, 대중화된 자가용이지만 수십 년 전에는 자가용을 보유하고 있는 가정은 그야말로 동네에서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자가용을 처음 구입할라치면 운전자의 안전과 무사고를 기원하는 고사를 지냈을 정도로 극진한 대접을 거쳤다. 경제적 가치도 있겠지만, 자가용 소유대열에 합류했다는 자부심과 은근한 자기과시와 더불어 주변에 자랑함으로써 관심을 유도하는 기회로 삼기도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과 가족, 그리고 동네에서도 내세울 만한 자랑거리였기 때문이다. 가정에서는 상당한 자산가치를 지닌 자동차이기에 그랬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가치를 이해해야 하는 문화재일수록 행정이 추진하는 문화재에 대한 인식과 접근방식도 과정이나 격이 제대로 갖추어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오랜 논란을 거쳐 전라감영 복원이 결정되고 구도심에 자리 잡았던 옛 도청사가 철거되고 있다. 전라감영복원사업을 통해 조선시대 제주도를 포함한 전라도를 관장했던 전라감영의 의미와 위세를 다시 한번 느껴볼 수 있는 상징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면서 오늘날의 전주시 번영은 물론, 전라북도 위세를 떨칠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며 출퇴근길에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 너무 아쉽다. 품격있는 예향의 도시, 과거의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기대감, 그리고 복원될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그런 가치있는 문화재복원 과정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동떨어진 현장분위기 탓이다. 전라감영을 제대로 복원하기 위한 고유례를 치렀다 하지만 여느 불법건축물이나 오래된 폐건물을 철거하는 현장의 모습과 동일한 구청사 철거현장은 앞에서 언급한 상상력과 기대감을 담고 찾아간 부푼 마음에 여지없이 찬물을 끼얹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왜 그럴까 하는 아쉬움만 가득 안고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는 것이 안타깝다. 항상 자랑해왔던 문화도시, 생태도시, 그리고 역사와 전통을 중시하는 전라북도의 중심도시라는 아울러 옛것을 존중하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전주시의 이미지와 홍보는 그저 다른 세상의 얘기였다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차단벽을 설치하고 그 이후에 설치할 예정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미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다. 현장의 모든 사전준비를 마친 연후에 전라감영 복원을 위한 공사가 시작된다는 의미있는 행사를 치르는 것이 더욱 뜻깊지 않았을까, 또는 여전히 한옥마을을 비롯하여 풍남문 주변을 배회하는 관광객들을 포함하여 많은 전주시민들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문화행사를 포함한 프로그램을 남부시장 야시장과 연계하는 릴레이 행사 등 다채롭게 진행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때 지난 생각들을 해 볼 뿐이다.

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동참하도록 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건축물을 세우고 제한된 공간의 문화재 복원에만 치중하는 영혼없는 복원이라면 야심차게 계획한 전라감영복원을 통한 구도심 상권 활성화와 문화공간 조성을 통한 사업목적이 과연 달성될까 싶다. 경기전에 사람들이 붐비고 전동성당에 멈춰서서 사진 찍느라 여념 없는 관광객들에게 또 하나의 기억에 남는 전주방문 필요성을 내세우고자 한다면 지금부터라도 관심을, 애정을 갖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출발부터 전주시민의 관심조차 끌지 못하는 복원사업이 종료 후에는 얼마나 큰 호응을 얻을지 심히 걱정된다.

김진태<전라북도보건환경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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