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 풍속
벌초 풍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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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9.1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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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처럼 연중 명절마다 차례를 지내고 성묘(省墓) 하는 빈도가 높은 나라는 지구상에 없을 것이다. 옛날에는 사시사철 네번 성묘하는 게 상식이었다.

▼ 봄철에는 청명(淸明)에, 여름철에는 7월15일 중원(中元)에, 가을에는 추석(秋夕)에. 겨울에는 동지(冬至)에 성묘하는데 동지날 눈을 밟고 무덤위의 눈을 쓸었다. 요즘에는 제삿날과 명절등 일년에 한두번 정도로 성묘 빈도가 줄었지만 그래도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은 편이다. 한국처럼 생자(生者)와 죽은 자(死者)와 거리가 접근 돼있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 일본도 죽은 자(死者)와 생자의 사이가 가깝다고 하지만 3년간 탈상 때까지 상청을 차려놓고 조석으로 살아있는 사람처럼 음식을 올리고 술과 고기를 삼가하는등 예절을 지킬 정도는 아니다. 만약 집에 불이 났다면 사람보다 가장 먼저 챙겨야 하는 것이 조상들의 위패인 신주였다고 한다.

▼ 신주 먼저 모시다가 불에 타죽은 효자효녀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요즘 추석 성묘를 앞두고 조상 묘에 벌초가 한창이다. 벌초는 조상의 묘에 자라난 잡초를 베어내고 묘 주위를 정리하는 풍속이다. 주로 백중 이 후부터 추석 전까지 벌초가 이뤄지는데 전국 곳곳에서 조상에 대한 음덕으로 행해지는 미풍양속인 것이다.

▼ 특히 벌초 문화는 묘를 봉분(封墳)하고 잔디를 입히는 매장 문화에서 필연적으로 이뤄졌다고 할 수있다. 요즘 애초기로 벌초하다 튕긴 돌맹이에 눈을 다쳐 시력을 잃거나 말벌에 쏘여 사망하는 등 안전사고가 적지않게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매장문화의 미풍양속이 망혼(亡魂)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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