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제조업의 추락
세계 제조업의 추락
  • 이정덕
  • 승인 2015.09.0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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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주가가 6월 5,100포인트가 넘어섰다가 이후 중국의 주식시장이 요동을 치면서 두 달 만에 40% 폭락하여 3,000포인트 이하로 떨어졌다가 이제 3000부근에서 맴돌고 있다. 특히 8월 하순에는 중국주가지수가 며칠간 폭락하며 세계주식시장들도 같이 폭락했다. 이러한 현상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일까? 첫째는 중국의 영향력이 심각하게 커졌다는 것이고, 둘째는 제조업은 몰락하는 중인가라는 의문이었다.

중국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것은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커진 줄은 잘 몰랐었다. 중국 주가 폭락에 따라 일본, 한국, 동남아, 유럽, 미국, 중남미에서도 주가 폭락이 나타났다. 미국 이외의 나라가 이만큼 영향력을 미친 경우가 없어 중국의 영향력이 얼마나 커졌는가를 실감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중국은 실질구매력으로 계산하면 2014년 이미 미국경제규모를 넘어섰다. 실질구매력으로 계산하면 중국의 제조업은 미국의 제조업보다 5배 이상 크다. 중국이 세계의 제조업을 주도하고 있고 일본, 독일, 한국이 제조업 강국으로 세계에 공산품을 공급하고 있다. 독일을 제외하면 제조업의 주도권은 동아시아로 넘어와 있다. 중국은 동아시아 제조업의 엔진역할을 해왔는데 그 엔진의 속도가 줄어들자 세계가 불안해하고 있다. 일본, 한국, 대만이 보여주었듯이 수출지향적 제조업에 기반한 경제성장은 30년간 대체로 연 10%의 성장을 보여주었다가 점차 년 6-7%대를 거쳐 2-3%대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규모가 갈수록 커져 빠른 성장이 불가능해지고, 농촌으로부터 나오는 저임금 인력도 갈수록 고갈되어 저임금으로 공장을 빠르게 팽창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다른 대체국가들이 나타나 제조업이 그 나라로 이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나타나는 중국의 주식폭락은 동아시아에서 1945년 이후 지난 70년간 나타난 고도성장의 종말을 보여주는 것이다. 제조업이 인도나 동남아로 이전되는 영향도 있지만, 이 보다 중요한 것은 이미 제조업이 세계적으로 과잉생산의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제조업 기술이 크게 발전하면서 수요만 있으면 순식간에 그 수요를 채우고 남을 만큼 생산이 가능해졌다. 자동차, 조선, 스마트폰, TV, 옷, 건축 등 대부분 영역에서 세계적으로 과잉생산의 위협에 처해있다. 기술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어도 대체로 몇 년 사이에 과잉생산에 이르게 된다. 차별화가 확실하지 못한 회사는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제조업의 과잉생산이 일상화되었다는 것은 이제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경제성장이 세계사적으로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세계적으로 제조업 비중이 추락하고 있다. 200여년전 산업혁명이 나타나기 전에는 농업이 경제의 가장 핵심적인 기반이었지만 점차 농업의 비중이 축소되어 선진국 경제에서는 농업이 차지는 역할은 미미하다. 이제 제조업이 그러한 전철을 밟고 있다. 가장 경제가 고도화되고 있는 미국의 예를 들어 보자. 1840년과 현재를 비교해보면 농업의 고용비중이 약 70%에서 계속 감소하여 현재 1% 이하로 줄었고, 제조업은 10%에서 40%(1950년대)에 가까워졌다가 현재 10% 이하로 감소했고, 서비스업은 20%에서 계속 성장하여 현재 90%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모든 선진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제3의 물결, 정보통신혁명, 지식혁명, 서비스혁명 등의 다양한 용어들이 나타났지만, 이들은 모두 제조업의 몰락을 상징하는 것들이다. 제조업의 몰락은 제조업의 규모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커지는데도 정보통신, 지식, 서비스 분야의 성장이 더 빨라 제조업의 비중이 줄어드는 현상이다. 제조업의 세계 최고 강대국인 중국의 지속적인 경제성장률의 하락 그리고 주식시장 요동은, 이제 제조업 자체가 세계적인 경제성장의 엔진역할을 하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조업 시대가 저물고, 정보통신, 지식, 서비스의 시대가 다가오는 세계적 경제구조 변화의 한 과정으로 생각된다.

이정덕<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 교수> 

약력 ▲미국 뉴욕시립대 인류학박사 ▲전북대 쌀삶문명연구소 소장 ▲호남형 청년문화리더 양성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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