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 준비는?
자유학기제 준비는?
  • 김동근
  • 승인 2015.09.03 16: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유학기제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공약이다. 박대통령은 지난 8월 6일 대국민 담화에서 “내년부터 자유학기제를 전면 확대해 학생들을 자신의 꿈과 끼를 살리는 창의적 인재로 키워나가겠다”고 밝혔다. 공부에 억눌린 학생들에게 자유로운 시간을 주어 자신의 꿈과 적성을 찾아가게 하겠다는 것이다.

자유학기제는 우리나라 고유의 제도가 아니라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Transition Year: TY) ’를 벤치마킹한 제도이다. 전환학년제는 1974년 당시 교육부 장관이었던 리처드 버크(Richard Burke)에 의해 시작되었다. 학생들이 경쟁적인 교육환경에서 느끼는 성적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자신을 성찰할 기회를 잃어가고 있고, 학교는 학생들에게 자신을 성찰할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학생들의 인성적 발달과 함께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1년 동안 학업에 대한 압박에서 해방시킴으로써 학생들의 인성적, 사회적, 교육적, 직업적 발달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전환학년제를 도입하였다.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는 1974년에 도입되었지만 최초 20년간(1974~1993년)은 준비부족과 학생참여 저조로 어려움을 겪었다. 1994년 이후 전환학년제의 프로그램이 충실히 운영되고, 전환학년제에 참여하였던 학생들의 인성적, 사회적, 교육적, 직업적 발달과 사회에 대한 적응 능력이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점차 많은 학생들이 전환학년제에 참여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자유학기제는 2013년 42개 연구학교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되면서 시작되었다. 2016년에는 전국 3,204개 모든 중학교에서 시작된다.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3년 중 한 학기 동안 중간·기말고사 등 시험 부담 없이 자신의 꿈과 끼를 찾는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도록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제도’이다. 이 기간에 학생들은 오전에 국·영·수 등 교과수업을 받지만 토론·실습 위주의 수업이 진행된다. 학생들의 성적표에는 수치화된 성적 대신 과목별 통과 여부(pass or fail)만 기록된다. 시범적으로 운영되었던 자유학기제 연구학교에서는 토론문화가 활성화되고 수업에 흥미를 갖는 학생들이 늘었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

자유학기제의 특징은 국가적으로 표준화된 강의계획서와 평가방식이 존재하지 않고, 국가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 내에서 학교가 자유롭게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각 학교단위에서는 자유학기제 동안 학교에 맞는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다. 자유학기제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의 창의성, 체계적인 기획, 팀워크 작업의 효율성이 중요하다. 또한 자유학기제를 맞는 학생들 코디네이터의 역량, 교사들의 헌신, 학생들의 관심과 외부로부터 제공되는 직업세계 경험 기회, 지역 사회의 참여, 학부모의 참여와 지원 등이 필요하다.

자유학기제의 실패요인은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설계하는데 있어서 교사들이 충분히 협업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고, 체계적인 연수가 이루어지기 힘든 경우,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 및 몰입 결여, 재정 부족,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의 정기적인 검토와 평가의 부재, 학부모의 부정적인 태도, 학부모?학생?교사들의 편견 등이다.

자유학기제는 제대로 운영되면 장점이 많은 제도이지만, 준비부족과 학생참여가 저조하면 생각하는 것처럼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다. 40년이 지나도록 전면적인 전환학기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는 아일랜드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4년 만에 전면적으로 자유학기제를 실시하려고 한다. 짧은 시간 내에 전면적으로 시행하려면 더욱 철저하게 준비하여 한다. 그런데 우리의 교육현실은 어떠한가? 자유학기제는 교과수업시수의 감축, 인기 있는 체험활동으로의 쏠림현상, 담당 교사의 업무 가중, 농산어촌의 교육 여건 미비, 실력 있는 외부강사의 부족, 사교육 시장의 양산 등 교육현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교육부와 지방교육청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자유학기제에 대한 준비상황을 철저히 체크해 보고 학부모의 공감을 얻어 조기에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김동근<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약력 ▲전북대학교 홍보부처장 ▲전주지방법원 조정위원 ▲전북대학교 신문방송사 주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