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 공무원들에게 비친 영의정 강순
군산시 공무원들에게 비친 영의정 강순
  • 정준모 기자
  • 승인 2015.09.02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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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신의 모함으로 28세 나이에 비명에 간 남이장군은 우리나라 역사에 가장 비운의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손꼽힌다. 약관 17세 무과 장원 급제, 26세 병조판서, “스물에도 나라 평정 못하면 어느 누가 대장부라 일컬어 주랴”는 ‘백두산’ 시를 지을 만큼 출중한 능력과 높은 기개를 지닌 인물이다.

남이장군과 관련 이런 이야기가 전해온다. 음모에 휘말려 고문을 당하던 그는 임금 옆에서 서 있는 영의정 강순과 함께 역모를 꾸몄다고 허위자백을 한다. 졸지에 형장으로 끌려가던 강순은 남이 장군을 향해 “너는 네게 무슨 원한이 있어 거짓으로 나를 끌어 드리냐”고 질타한다. 그러자 남이는 “영의정이라는 자리에 앉아 내가 죄가 없음을 잘 알면서 나를 위해 한 마디도 변명해 주지 않았으니 당신 또한 원통하게 죽어 마땅하다”고 일갈한다.

어차피 수사당국을 통해 모든 사실이 명명백백하게 규명되겠지만 최근 발생한 군산시의회 A의원의 불법 개인정보 유출과 갑질 논란은 씁쓸한 많은 뒷이야기를 남긴다.

일부 공무원들은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운 것 처럼 무조건 조용하게 덮으려는 선배 공무원들의 행태가 실망스럽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코앞에 닥친 행정사무감사와 추경예산을 다분히 의식한 저자세로 밖에 볼 수 없다”며 “꼭 무슨 잘못을 저지르고 그것을 들출 시의회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싫다”고 말했다.

전직 한 고위 간부공무원의 “상사는 후배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외부로부터의 부당한 압력을 막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 대목이다.

명장 밑에 약졸 없다고 했다. 바꿔 말하면 장수가 허약한데 어떻게 강한 부하를 기대할 수 있을까. 이번 일을 기화로 군산시와 시의회 간 건전하고 상호 존중하는 관계 정립을 위해 책임있는 관계 공무원들의 엄격한 언동을 기대해본다.

분명한 사실은 ‘과공비례(過恭非禮)’, 지나치게 공손하면 오히려 예의에 벗어난 비굴한 행동의 발로(發露)다.

군산=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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