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집중이 몰고 올 먹구름
수도권 집중이 몰고 올 먹구름
  • 이한교
  • 승인 2015.09.01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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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0%, 100대 기업의 본사 84%, 제조업의 56.9%가 수도권에 밀집되어 있다. 이런 수도권의 면적은 전 국토의 11.8%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대학의 38.1%나 몰려있는 수도권으로 지방대학까지 이전 중이거나 검토하고 있으며, 이전을 완료한 대학이 8개교나 된다.

  암담한 현실이다. 대학의 입장에선 생존권 사수라는 차원에서 이해되지만, 이전을 필사적으로 막으려는 지방과 각종 웃돈과 특혜를 주고라도 이전을 받아들이려 하는 수도권의 치열한 싸움을 보고 있자니 씁쓸하다. 우리 지역만 하더라도 우석대는 이미 충북 진천으로 일부 학과를 이전했고, 예원 예술대학은 경기 양주로 모든 짐을 쌓아가지고 올라갔으며, 원광대도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렇게 이전하거나 예정인 대학이 20여 대학에 이르고, 천안과 아산 지역은 현재 19개 대학이 난립하는 대학촌이 되어버렸다. 예상한 대로 지난 31일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구조개혁평가 최종 결과 충북에서는 4년제 대학 5곳과 전문대 한 곳 등 6곳이 정부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는 하위 20%인 D그룹에 포함되었다. 이는 전국부실대학의 10%를 차지하는 높은 비율로 이미 예견된 결과였다.

좀 더 정부가 신중하게 미래를 보고 인허가를 내주었다면 이런 혼란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와서 남 얘기하듯 대학을 100개 이상 퇴출해야 한다는 주무 장관의 말은 정말 무책함의 극치라는 생각이다. 처음부터 조금만 생각하고 일관되게 원칙을 고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다. 결국, 원칙 없는 정부로 말미암아 대학은 경영 이익을 창출하는 사업장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 증거로 1970년대 14만 명이던 일반 대학생 수가, 1990년대 들어선 104만명, 2010년엔 202만명으로 무려 15배에 가깝게 증가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당시에도 분명히 대입 학령(學齡)인구가 어느 시점에 이르면 감소할 거라는 예측이 나와 있었음에도 경쟁적으로 대학을 신설하였고 이를 이제 와서 구조조정을 통하여 대학을 퇴출하면 된다는 단견으로 모든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은 큰 잘못이랑 얘기다. 이 실책으로 인하여 현재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더 깊게 뿌리 내리게 되었다는 사실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지금 이 시각도 이래저래 수도권으로 몰리는 힘을 저지하지 못하고 당하고만 있는 중소도시(농촌)는 죽을상이다.

대학을 통하여 희망을 걸었던 지방의 인재 양성은 붕괴하고, 이로 인해 성장 동력까지 상실되면서, 지역의 인구유출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으니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어버렸다. 사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10여 년 전부터 정부는 국가균형 발전 특별법을 만들어 유지해왔지만, 언제부터인가 이 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수도권규제완화라는 카드가 몇몇 힘 있는 사람들이 다시 꺼내 들기 시작했고 정부도 힘을 실어 주었다. 이 결과 힘이 균형을 잃고 수도권 쏠림현상이 더욱 심화하면서 국토 균형발전은 물 건너가고 말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더 심각한 것은 권력의 견제와 균형을 이루게 해야 할 헌법재판소까지 국회의원 선거구를 인구비례로 결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는 점이다. 이유는 현재 1인의 투표 가치를 3배로 인정하는 불평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그 가치를 조정해야 한다는 판결이다. 아주 당연하고 흠잡을 수 없는 명판결이다. 그러나 필자는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보았다. 결과적으로 이 판결이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것이다. 이 역시 수도권 집중에 무게를 실어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설령 평등주의 법으로 당연한 귀결이었을지는 몰라도 현재 1인의 투표가치를 따지기 전 1인이 보전하고 지켜야 할 지역의 면적으로 보면 농촌 지역의 가치에 무게를 실어줘야 할 형편이라고 본다.

  억지 논리 같지만, 면적만을 단순 비교해 보면 전북 완주군은 서울의 약 1.4배에 가깝지만, 서울시 국회의원 47명인데 반해 완주군은 김제시와 통합해 1명뿐이다. 아주 작은 나라인 몰디브 인구 35만 명에 대통령 1명, 13억 인구를 가진 중국도 주석은 1명이다. 이 비교가 적절하지 않을 수 있지만 모두 대표라는 점에선 같다. 완주공단에 A 회사는 종업원이 7명인데 대표는 1명이다. 그 옆에 B회사는 종업원이 500여 명이 되는데도 대표는 혼자다.

결국, 대표란 사람의 규모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니라 그 독립성을 인정하느냐 하는 문제라고 본다. 지자체 즉 지방자치 단체를 독립적으로 보면서도 국회의원 수만큼은 전혀 다른 지역과의 통합으로 보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국회의원은 그 지역을 대표하는 심부름꾼이다. 서울 면적의 1.4배나 되는 전북 완주군엔 1명도 안 되는 반쪽짜리 국회의원도 과하다고 말하는 것은 누가 봐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99마리의 양을 가진 수도권이 1마리의 양을 빼앗으려 드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것은 과한 욕심이다. 이 욕심은 더 심각한 기형의 수도권을 형성하고 나가서는 견디지 못해 공멸하게 될 거라는 얘기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 지금 수도권 집중을 막지 못하면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질 것이다. 앞으로 새로운 정책을 펼치려면 그 정책이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먼저 물어보기 바란다. 이를 기조로 원칙과 일관성 있는 정책으로 나라의 무기력증을 회복해야 우리가 함께 공존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한교<한국폴리텍대학 김제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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