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과 함께 보낸 2015년 여름휴가
학생들과 함께 보낸 2015년 여름휴가
  • 심형수
  • 승인 2015.08.3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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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북도 서울장학숙은 매년 학생들의 여름방학기간을 이용하여 농촌봉사활동을 실시해 오고 있다. 2010년에 처음 실시된 본 행사는 올해엔 여섯 번째로 지난 8월 4일부터 8월 7일까지 3박4일간 학생 약 40여명이 참가하여 순창군 금과면에서 실시되었다. 작년도 8월말 서울장학숙 원장에 부임한 나로서는 별도의 여름휴가 계획도 없었기에 이번 농활을 여름휴가라 생각하고 참여키로 하였는데 처음 치러본 농활행사라 그런지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본래 농촌봉사활동이라는 것이 1930년대초 우리나라에 소개된 브나로드(민중속으로)운동에 그 기원을 두고 1960~70년대에는 정책적으로 추진되었으며 1980~90년대엔 대학생 총학생회 등의 기구가 관리하는 절정기를 거쳐 2000년대에 들어서는 다소 쇠퇴한 느낌이 드는 활동이다. 시대적 환경변화에 겹쳐 우리 농촌의 생활환경이나 농사여건이 변한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개인주의화 되어가는 대학생들의 의식변화가 가장 큰 요인이라고 생각된다. 이번 우리가 찾아간 금과면에서도 주민들 대부분이 나이가 많으신 어르신들이었으며 그중 또 많은 분들이 홀로되신 어머님들이라는 사실이 농촌에 대한 우리 젊은 대학생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고 있다 하겠다.

 매년 농활이 실시되는 8월은 1년중 가장 더운 시기로 땡볕아래 일을 하기엔 정말 어려운 시기이다. 학생들의 여건상 어쩔 수 없이 농활기간을 8월중으로 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활동의 내용이나 시간 및 농활의 목적 등을 재검토하여 조정함으로써 조금은 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농활의 주된 내용은 농촌일손돕기, 의료봉사활동, 법률상담, 시설물 안전점검, 청소년들과의 대화, 지역 어르신과 한마음 나누기 행사 추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농활이라 하면 농촌일손돕기, 즉 농촌에 가서 농사일을 거드는 것이 주된 것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그간 여섯 차례에 걸친 시행과정을 거치면서 활동내용이 다양해진 것이다. 이중 의료봉사활동과 법률상담은 서울장학숙 출신 의사 및 변호사가 참여하여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따라서 요즈음과 같이 농사일의 많은 부분이 기계화되었고 한여름 뙤약볕 밑에서 일하는 것이 어려워진 환경에서는 농촌일손돕기는 주로 새벽이나 저녁 무렵에 시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한낮에는 여타 활동을 보다 확대하여 추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번 농활에 참여해서 확인한 사실은 학생들이 농촌에 가서 도움을 준다기보다는 농활에 참여한 학생들이 실제 현장체험을 통하여 배우고 느끼는 효과가 더욱 크다는 것이다. 서울장학숙 재사생들은 대부분 학업에 매달리는 성장과정을 거쳐온 학생들로서 설령 부모님이 농사를 짓는다 해도 자식에게는 농사일을 시키지 않으셨으리라 추측된다. 많은 학생들이 농사일을 직접 체험하지 못하여 자신의 부모님들께서 얼마나 힘들게 고생하시며 자신을 키워왔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으리라 생각되므로 3박4일의 농활행사를 해병대 여름캠프 운영방식을 도입하여 실시해 보는 것은 어떨까?

 어차피 학생들이 현장에서 배우고 체험하는 것이 농활의 주된 목적에 추가된 이상 현지 군청이나 면사무소로부터 농정의 현황이나 관광자원 등에 대한 소개를 받는 시간을 별도로 정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또한 어르신들과 함께 대화하는 시간을 늘려서 그분들의 살아온 생애와 생각을 듣는 기회를 얻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실제로 이번 농활 참여 학생들과 서울에 올라와 뒤풀이 자리를 가졌을 때 부모님들이 고생하시며 자신을 키우셨다는 사실을 절감하는 기회였다고 말한 학생들이 몇몇 있었다. 덧붙여 농활에 참여한 것이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는 학생들도 많았으므로 내년부터는 아예 행사제목을 농촌봉사활동이 아닌 농촌체험여행으로 바꾸고 한여름 더위에 이열치열방식의 피서여행을 가는 좋은 기회라고 광고하여 학생들을 모집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심형수<전라북도 서울장학숙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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